대한암예방학회에서는 2007년 ‘암을 이기는 한국인의 음식 54가지’ 중의 하나로 강황 속에 많이 들어 있는 ‘커큐민’을 선정했다. 강황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카레의 주원료이다.
2013년 4월 종편 채널인 TV조선 ‘속설 검증쇼 속사정’의 ‘암에 관한 숨은 진실’ 편에서는 ‘가장 좋은 항암 요리’로 카레를 뽑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성인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린다는 예견이 강조되고 있는 이때 카레가 다시 부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카레의 주재료인 강황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예전부터 널리 알려졌던 사실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카레요리는 정통 ‘커리’가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스타일로 만들어진 ‘카레라이스’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맛볼 수 있게 되면서 정통 인도카레나 세계의 카레 요리에 흥미를 느끼고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카레의 비밀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카레의 건강효과는 항산화 작용, 식욕 증진, 암 예방, 면역력 증가, 비만 예방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런 다양한 건강효과를 주는 카레의 비밀은 노란빛을 띠게 하는 커큐민(Curcumin)이라는 성분에 있다.
카레의 주재료인 강황은 어혈을 푸는 효능이 있어 카레를 먹으면 생리통, 생리불순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카레 속 커큐민 성분은 뇌 속에 쌓은 활성산소와 유해물질을 제거해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를 예방하는 데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고.
“카레를 주식으로 즐겨 먹는 인도인들은 흔히 노망(老妄)이라 부르는 알츠하이머병 노인성 치매의 발생률이 미국인의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세계에서 치매 발생률이 가장 낮은 국가이기도 하며, 일부 지역은 노인 치매 발생률이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커큐민의 보물창고’ 카레에 주목해 최근 <기적의 건강식 카레>(도어즈 펴냄)를 펴낸 요리연구가 이종임의 말이다.
“2004년 6월 지바 과학대학 약학부의 기지마 다카오 교수의 동물 실험 결과를 살펴보자. 실험용 쥐에 발암물질과 화학물질을 칠하고 강황의 색소 성분인 커큐민을 바른 경우와 바르지 않은 경우 둘의 차이를 조사해본 결과 10주째에 이르러 커큐민을 바르지 않은 모든 쥐에 종양이 발병했다.
커큐민을 바른 쥐에는 종양 발생률이 20~30%에 그친 반면 20주 후에 커큐민을 바르지 않은 쥐의 종양 발생률은 80% 선으로 올랐다. 커큐민을 바르지 않은 쥐는 종양이 9~10개 생겼는데 커큐민을 바른 쥐는 평균 4개밖에 없었다. 커큐민이 종양의 수를 억제시켰음을 증명한 것이다.”
“카레야말로 2000원으로 지키는 생활보양”이라고 역설하는 이종임 요리사는 2000년 노르웨이 정부 초청으로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축하 음악회 만찬장 내 한식 요리를 차려내 세계적으로 우리 음식의 우수성을 알리며 격찬을 받은 바 있다.
한식 세계화에도 큰 기여를 해 2010년 미국 드럭셀(Drexel) 대학교에 한국 음식학과 개설을 위한 조리 교육 전수를 진행했으며 2011년 아시아 식문화 페스티벌에서 임금님 수라상과 면 상차림 전시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종임 요리사는 고려대학교 식품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경기대학교를 거쳐 현재 한양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 출강 중으로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이 시대 최고의 가정요리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국내 굴지의 요리 전문학교인 수도조리제과전문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다수의 요리 관련 저서와 방송 활동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종임 요리사가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카레를 ‘기적의 건강식’으로 주목한 이유는 뭘까.

“인하대학교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공동 연구팀에 의하면, 초파리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 카레 속 강황을 섭취한 초파리가 섭취하지 않은 초파리보다 20%가량 더 오래 살아남았다고 한다. 연구팀의 일원인 이규선 박사(한국생명공학연구원 장수과학연구소)는 강황의 주성분인 커큐민(Curcumin)을 먹음으로써 산화 스트레스에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이 회복돼, 스트레스를 제어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2007년 한 의학저널에 실린 재미 한인 과학자 김진영 박사와 건국대학교 한예선 박사팀의 연구 결과 카레 속에 들어 있는 강황이 치매 환자에게 나타나는 독성물질로부터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능력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내용이 소개되었다. 이외에도 카레는 항산화 작용에 도움을 주고 간기능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강황에 들어 있는 커큐민 성분은 항암, 항염증을 촉진하고 암 세포의 세포 자살을 유도한다. 카레 가루에 들어 있는 생강의 매운 맛 성분인 진저롤, 고추의 매운 맛 성분인 캡사이신, 유기황 화합물인 마늘 성분 또한 항산화, 항염증, 항암 효과를 나타낸다.”
이종임 요리사는 카레에 주목한 이유로 “집 앞 마트에서 1000원이면 인스턴트 카레를 구입할 수 있고, 조리 방법도 아주 간단하다”면서 “끓는 물에 집에 있는 만만한 채소를 하나씩 투척하고 마지막에 카레 가루를 넣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요리 초보자가 처음 도전하는 대표 요리가 바로 카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평소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던 대한민국 대표 요리사인 카레에 푹 빠지게 된 계기는 뭘까.
“일본 유학 시절 카레를 즐겨 먹었다. 일본 카레 특유의 달달하고 진한 맛을 좋아했다. 현재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매주 금요일마다 카레 요리가 나오니까 카레를 꾸준히 먹어온 지 10년이 넘는다. 그러다 보니 카레가 나의 일상식이 되었다. 그러던 중 2013년 봄 한 TV 프로그램에서 ‘가장 좋은 항암요리’로 카레를 선정하는 것을 보고 카레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카레는 다양한 효능뿐만 아니라 맛있고 손쉽게 만들어 다양한 음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다.”
카레의 기능성은 비단 항암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카레는 암보다 무섭다는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카레 속에 함유된 강황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능이 있고, 위장 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며 더 나아가 우울증 치료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류큐대학 농학부 남방자원이용기술연구회의 항산화성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발효된 강황은 쓴맛이 적으며 미네랄이 많고 일반 강황의 약 5배의 항산화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고야 대학 농학부 연구센터에서 한 식물 조사 연구에 의하면 강황은 멜라닌 생성 작용을 하는 티로시나제(Tyrosinase)의 활성을 억제해 미백 효과와 주름 완화 효과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기미의 원인 효소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강황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능이 있다. 강황은 음식물의 소화를 촉진시켜주는 담즙 분비를 촉진시킨다. 담즙의 생성에 콜레스테롤이 사용되므로 강황을 섭취하면 콜레스테롤의 소비가 촉진되어 혈중콜레스테롤 수치가 내려가면서 불순물을 제거하여 혈액순환을 돕는다. 또 강황에는 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크루멘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동맥경화와 혈전, 고혈압 등의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
실제로 일본 약과대 테이무네테쓰 교수는 남녀 100명을 대상으로 한 끼 식사로 일정량의 카레를 섭취하게 한 후 다른 음식들을 먹었을 때와 전후를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카레를 먹으면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혈류량이 약 4% 더 증가했다고 한다. 뇌에서 정보처리 기능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의 활동량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그런가 하면 2012년 태국 스리나카린위로트 대학 연구진은 당뇨병 위험이 높은 성인 235명을 2개 그룹으로 나눠 9개월 동안 연구를 진행한 후 카레가 성인들의 당뇨병 발생도 억제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대학 연구진은 각 그룹에 강황의 생리활성 물질인 ‘쿠르쿠미노이드(Curcuminoids) 250mg’이 함유된 ‘쿠르쿠민(커큐민) 캡슐’ 혹은 위약을 하루 6번씩 9개월간 복용케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쿠르쿠민 그룹에서는 당뇨병 발생자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대조군에서는 19명이 당뇨병으로 발전했다.
연구진은 쿠르쿠민의 이 같은 효능에 대해 췌장에서 인슐린을 생산하는 베타세포의 기능을 개선하기 때문으로 추정하면서 쿠르쿠미노이드를 장기적으로 복용한 결과, 소수에게서 가렵거나 변비가 생기고 현기증이 나타났지만 쿠르쿠민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종임 요리사는 “카레는 절대 만병통치의 요리는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각 질환에 도움을 주는 식재료를 선택하여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카레와 접목시키면 더욱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임 요리사는 “카레가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좋은 카레를 생활 속에서의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추, 카레, 마늘, 생강 등 우리가 익히 아는 매운 음식은 섭취 후 열 발생을 통해 생체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여 체중이 빠질 수 있다. 특히 카레 속 커큐민은 지방 조직에서 지방을 분해시켜 체중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카레가 신체 내부의 장기 온도인 심부 체온을 높이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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