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삼구 불편한 동거를 해왔던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이 법원
결정에 따라 완전 남남이 됐다.
불편한 동거 끝, 금호아시아나 재계 순위 추락
금호家 형제들의 불편한 동거가 끝이 났다.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유화학 8개사가 법적으로 완전히 나눠진 것. 그러나 금호아시아나는 이번 판결로 재계 7위까지 올랐던 굴지의 순위에서 29위까지 추락하는 수모를 안게 됐다.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대법원(특별3부, 주심 박보영 대법관)은 각자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을 서로 다른 기업 집단이라고 판결했다.대법원은 지난 10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그동안 금호석화 8개 계열사까지 합쳐 모두 32개 회사를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분류해 왔다.이에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7월 공정위를 상대로 “금호석화 8개 계열사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금호아시아나의 속 회사로 지정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으나 공정위가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은 “2010년부터 금호석화 등 8개사는 신입사원 채용을 별도로 해온 점, ‘금호’라는 상호는 쓰지만 금호아시아나의 로고는 쓰고 있지 않은 점, 사옥을 분리해 사용하고 있는 점, 기업집단현황을 별도로 공시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경영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며 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재계 순위가 추락했다. 대기업 상호출자제한 집단 순위에 따르면 금호석화 8개 계열사가 빠져 24개의 계열사만 남게 금호아시아나 자산은 기존 18조8280억원에서 13조4222억원으로 줄어들어 재계 순위가 25위에서 29위로 떨어졌다.
‘형제의 난’
금호가는 그룹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의 셋째, 넷째 아들인 박삼구, 박찬구 회장의 갈등으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사실상 쪼개진 이후 상표권 맞소송을 벌이고 상대방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부딪혀 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형제경영으로 이어져왔고 이는 창업주 정신에서 고스란히 박혀있다. 광주여객 시절 박 창업주는 동생인 박동복 씨와 장조카인 박상구 부산저축은행 창업주와 함께 회사를 일으켰다. 그러나 1979년 동복 씨와 상구 씨가 삼양타이어를 놓고 독립을 선언하면서 3년간 경영권 분쟁을 겪은 바 있다.
박 창업주 이후 1984년 그룹 총수에 취임한 고 박성용 회장은 제2민항 선정 등 그룹의 규모를 키운 뒤 1996년에 손아래 동생인 박정구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박정구 회장은 2002년 폐암으로 급작스레 세상을 뜨면서 삼남인 박삼구 현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물려받게 됐다.
이렇게 순탄하던 경영은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매입 경쟁이 일어나면서 결국 깨졌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등 무리한 M&A에 나섰던 박삼구 회장에게 반발한 동생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형제간 분쟁이 일어났고, 이러한 갈등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사실상 분리,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을 갖고 독립하게 됐다.
남아있는 상표권 갈등
이번 대법원 최종 판결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해 금호피앤비화학·금호미쓰이화학·금호티엔엘·금호폴리켐·금호알에이씨·금호개발상사·코리아에너지발전소 등 금호석유화학그룹의 8개 계열사들은 법적으로 완전 계열 분리됐다.
그러나 이들 두 형제에겐 아직 ‘금호’ 상표권 사용료에 대한 갈등이 아직 남아 있다. 두 그룹은 별도 사옥과 다른 로고를 사용하며 지난 2010년부터 독립 경영을 해왔지만 공정위에서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묶어 공시를 같이 해야 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재계에 따르면 ‘금호’ 상표권 분쟁은 지난 2007년 3월 금호아시아나가 양대 지주회사 체제로 출범하며 시작됐다.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은 ‘금호’라는 상표권을 함께 등록했지만 그룹 내 상표 사용권을 금호산업이 차지했다. 이후 금호석유화학은 브랜드 사용료를 금호산업에 지불하다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면서 2009년 10월 이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사 격인 금호산업은 2013년 9월 금호석유화학 계열사를 상대로 상표권 사용료 미납분 261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내며 “박삼구 회장의 아버지 호인 ‘금호’ 상표권은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월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사이에 상표 사용을 위한 명의신탁 약정이 체결됐다고 볼만한 문서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고 금호산업은 항소했다.
항소심 2차 공판은 오는 12월17일 서울고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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