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 불황에다 부진한 계열사 손실까지 메꿔야 ‘골치’
비자금 조성 등 끊이지 않는 내부비리 문제까지 ‘내홍’
포스코가 1968년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비자금 조성 등 끊이지 않는 내부 비리 문제로 내홍을 치른 뒤에 맞는 소식이라 더욱 타격이 클 전망이다.
포스코, 사상 첫 적자 기록
포스코는 지난 28일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기업설명회(IR)를 열어 사상 첫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포스코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58조1920억원, 영업이익 2조4100억원을 올렸는데, 이는 각각 10.6%, 25% 감소한 수치다. 특히 당기순손실 960억원으로 연결기준 첫 적자를 기록했다.
철광석 등 원료 가격이 폭락하면서 국외 투자 광산의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등 평가손실이 실적에 반영됐다는 것이 포스코 측 설명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원료가 하락으로 인한 해외 투자광산 자산 가치가 감소하고,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화부채 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실제 현금지출은 없지만 장부에 반영되는 평가손실이 1조5640억원에 달한 결과”라고 전했다.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원인은 일본 신일철주금과의 소송 관련 합의금 지급과 원화 약세 등으로 인해 조 단위 영업외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기업설명회에서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환율 상승 영향으로 1조6000억원에 가까운 평가손실이 발생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결기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주가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외 시황 악화에 따른 자회사 실적 부진과 해외투자광산 자산 가치 감소, 환율변동에 따른 외화부채 평가손실 등의 영향”이라며 “이런 위기 상황에서 과거 성장 방식으로는 더이상 생존할 수 없는 만큼 사업구조, 비용구조, 수익구조, 의식구조 등 구조혁신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경영실적이 나아질 경우 적극적인 수익 환원정책으로 투자자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불황 탓? 악재는 여전히
그러나 재계 일각에선 이번 포스코의 사상 첫 적자를 두고 업계의 불황 탓으로만 돌리기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준양 전 회장 재임 시절인 2009년부터 5년 동안 이뤄진 무리한 외형 확장과 그에 따른 부실한 계열사의 손실, 더불어 지난해 불거진 비자금 조성 등 끊이지 않는 내부 비리 문제가 포스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공시에 따르면 포스코는 국내 43개, 해외에 178개 계열사(2015년 3분기 기준)를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 계열사 대부분이 적자다. 권오석 회장 전 인수·합병 했던 국·내외 계열사들이 커다란 손실을 냈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계열사 중 파산한 기업도 있었다.
이에 포스코는 지난해 7월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며 계열사 정리를 내비췄고, 포스하이메탈, 포뉴텍, 뉴알텍 등 34개사를 정리하는 등 2017년까지 91개 계열사를 정리할 계획이지만 정리 대상 계열사들이 대부분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업황마저 좋지 않아 경영정상화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포스코는 지난해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야만 했다. 비자금 조성 등 내부비리 문제가 끊이질 않았던 것.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의 뒤를 이어 권오준 회장이 새로운 희망으로 자리를 잡게 됐지만 정 전 회장은 이미 ‘MB맨’이란 명칭까지 얻을 정도로 정치적 색깔을 지울 수 없었다. 포스코가 정권의 비리와 연결된 것 아니냐는 의심만 증폭됐다.
검찰은 지난해 말 8개월에 거쳐 포스코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 당시부터 여러 뒷말들이 나왔던 상황에서 여려 혐의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당시 검찰이 수사한 내용들을 살펴보면 포스코 비리 수사는 포스코건설의 베트남 비자금 조성, 협력엽체 코스틸의 비자금 조성, 성진지오텍 부실 인수, 포스코플랜텍 이란자금 횡령, 동양종합건설 특혜 제공, 정치권 인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진행됐다.
검찰 수사 결과, 정준양 전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전·현직 임직원 17명, 협력사 관계자 13명,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산업은행 송모 전 부행장 등 32명을 각종 비리 혐의로 기소했다. 이 가운데 구속된 피고인은 17명이다.
그러나 포스코에 대한 재판은 아직 현재진행중이고, 지난해 부진한 계열사로 인한 손실을 메꿔야 하는 계열사 정리 작업 속도는 더딜 것만 같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환율 상승 등 업계의 불황은 권오준 회장에겐 여전히 골칫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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