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이 직원 관리 소홀로 수십억원의 고객의 돈을 돌려막기하며 개인용도로 활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16일 대신증권과 금감원에 따르면, 대신증권 부천지점 소속 안모씨는 지난 2009년부터 동료 직원과 자사 고객, 외부 고객 등을 대상으로 ‘월 6%, 연 72%’의 고금리를 보장한다며 불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사금융 행위를 했다. 이렇게 모은 고객의 자금을 돌려막기하는 방식으로 7년간 안씨의 사치와 호화생활비로 사용된 금액은 자그마치 50억원.
안씨는 대신증권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며 고객만족 우수직원으로 뽑힐 정도로 사내외 평판이 좋았다. 대신증권이라는 대기업 증권사 배경과 오랜기간 쌓은 인맥은 사채 이상의 고금리 조건을 담보로 희대의 금융사기를 벌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이번 사건은 안씨에게 투자했다가 이자를 못 받은 일부 고객이 지난 4월 초 대신증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안씨의 금융사기 행각이 드러났다. 같은 시기에 해당 자금을 댄 동료 직원들도 안씨를 인천지검에 사기죄로 고소했다.
뒤늦게 사고를 인지한 대신증권은 내부 감사팀을 중심으로 조사를 벌이는 등 사후 대처에 나섰지만, 이번 사건을 안씨 개인의 위법행위로 표현하며 해당 사건을 면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대신증권 관계자에 따르면 "대신증권 계좌나 상품을 이용하지 않고 안씨가 개인 인맥을 통해 거래한 것"이라며 "개인적인 위법행위이므로 회사와는 무관하며, 대신증권 계좌를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간 거래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대신증권의 해명은 ‘개인 유사수신행위’이므로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렇듯 대신증권은 뒤늦게 사실을 인지하고 내부 감사에 착수했지만 아직 정확한 피해규모는 파악하지 못했고,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신증권은 자체 감사와는 별도로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대신증권 안팎에서는 말단 여직원이 7년에 걸쳐 금융사기를 벌였다는 점에서 회사 윗선과의 연줄 등 추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대신증권으로부터 사고를 보고받은 금융감독원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보고를 받고도 즉각적인 조사에 착수하지 않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대신증권으로부터 4월 중순쯤 사고를 보고받았다"며 "금융기관이 직접 개입했거나 조직적으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고 판단, 대신증권에 자체 감사를 진행하도록 지시했으며 감사 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이와 같이 금융사를 무단 사칭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불법사금융 행위를 유사수신행위로 보고 있다. 수신은 은행 본인의 신용을 바탕으로 돈을 받는 금융기관의 업무를 의미하는데 개인이 이와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엄연히 불법이다.
실제 금융권에 따르면, 안씨에게 속은 피해자들은 고수익은커녕 원금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유사수신행위 경우 제도권 금융기관처럼 감독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으므로 투자한 돈은 예금자보호법에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신증권은 이번 금융사기 사건 피해자들에게 피해보상을 해줄 필요성은 낮아졌지만, ‘관리부실’이란 여론의 뭇매와 이미지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대신증권은 직원인 안씨의 위법행위를 관리 감독해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방지할 책임은 물론, 안씨의 고용주로서 개인 위법행위에 대한 공동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대기업 금융사 출신인 김모씨는 “겉으로 포장하고 생색내는 금융사의 이면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라며, 인터넷과 이메일 전송, 인쇄물 출력, 카메라 촬영 등을 금지하는 보안에 열중하며, 정작 직원관리에 허점을 보인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대신증권 고객 이봉석씨는 “고금리의 유혹에 넘어간 고객들도 문제지만, 대신증권 직원의 행동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회피하는 대신증권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큰대 믿을 신 대신증권의 슬로건이 무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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