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폐 이식 앞두고 또 사망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16-09-27 23:34:52 댓글 0
시민단체 “국회는 국정조사 연장해 3~4단계 판정 기준 시급히 환경 개선해야”

옥시가 만들어 판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옥시싹싹)을 사용했던 피해자가 또 사망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27일 성명서를 발표, 지난 24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김연숙(40·경기도 안성) 씨가 폐 이식을 기다리다 끝내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김 씨는 교직에 몸담고 있었으며 둘째 아이 임신 무렵인 2010년 가을부터 옥시싹싹을 이듬해인 2011년 봄까지 썼다. 2014년 정부의 2차 가습기살균제 피해 조사를 받았고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4단계 ‘가능성 거의 없음’ 판정을 받았다. 폐섬유화로 교직을 떠나야 했고 폐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졌음에도 4단계 판정을 받은 것. 정부로부터 판정 이유에 대한 설명조차 들을 수 없었다.


이에 김 씨는 몸이 아픈 상황에도 불구하고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휠체어에 앉은 채 지난 7월 21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 참가해 “정부에서 소외된 3, 4등급의 피해자들을 하루 빨리 구제에 나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씨는 지난해 3차 신고 때 남편과 8살인 첫째 아들, 그리고 태아 때만 노출된 둘째 아들까지 포함해 가족 3명을 추가 신고했다. 산소호흡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만큼 건강은 계속 악화됐고, 폐 이식 외에는 생명을 이어갈 길이 없었다. 그러나 결국 폐 이식은 해보지도 못한 채 숨지고 만 것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중에는 김 씨처럼 판정 뒤 사망한 사례가 더 있다. 1~2차 발표 때 조사자 530명 중 사망자는 140명이었다. 안타깝게도 판정 뒤 6명이 더 목숨을 잃어 사망자는 146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정부가 확인한 사망자는 3명으로, 1~2단계 유족이 장례비를 신청한 2명과 재심 기간에 사망한 1명 뿐이다. 4단계 판정을 받은 사망자 3명은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김 씨의 사망으로 2차 판정 뒤 4단계 판정 받은 사망자는 1명이 늘어 모두 3명에 이르게 됐다.


지난 8월 31일까지 집계된 정부 조사의 피해 신고 현황은 전체 4486명이었고, 그 가운데 사망자는 919명이었다. 김연숙 씨가 추가 사망해 사망자는 920명으로 늘었다.


3, 4단계 피해자 중에는 폐 이식을 했거나 수술을 기다리는 피해자가 더 있다. 3단계 피해자로 전직 배구선구 출신인 안은주(경남 밀양) 씨는 2015년 10월 폐 이식 수술 후 서울 대학병원에 입원과 외래 치료를 반복하고 있다. 또한 3차에서 4단계 판정을 받은 윤미애(경기도 김포) 씨도 폐 이식을 기다리는 피해자다. 1, 2단계 판정된 피해자에는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3, 4단계 피해자에는 정부가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아 의료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반면 폐 이식 수술은 의료비가 수억 원에 달해 피해자들의 가계는 파탄 지경에 이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중증으로 폐 이식을 해야만 살 수 있는 피해자가 계속 늘고 있는 등 긴급을 요하는 폐이식 대기자들에게 의료비 지원이 절실하다”며 “3, 4단계 판정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들 단체들이 국정조사 연장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 단체들은 “국정조사 시작할 때 여야 모두가 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듯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정쟁 사안이 아니다. 국정조사가 이대로 끝난다면 3, 4단계 중증 피해자는 치료 시기를 놓쳐 또 다시 안타깝게 목숨을 잃고 말 것”이라며 “국회는 국정조사를 연장해 특위의 당초 목적인 진상규명, 피해대책, 재발방지를 마련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