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환경=안상석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대공황 이래 최악의 세계 경기침체 우려와 함께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금융안전망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의 최대 투자 경제권인 유럽연합(EU)와의 통화스왑 체결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EU대사도 공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12일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EU대사 초청 기업인 조찬간담회’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EU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기업인 출입국 제한 완화 ▲유럽 현지 진출 우리기업 지원 ▲한-EU 통화스왑 등 세 가지를 제안했다.
통화스왑는 서로 다른 통화를 사전에 약정된 환율에 따라 교환(swap)하는 외환 거래다. 두 나라 중앙은행 간 체결한다.
금번 조찬간담회는 2019년 기준 對한국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 경제권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비롯해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보다 발전된 경제협력을 도모하고자 마련됐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국 굴지의 기업들이 유럽 27개국에 진출해 있고 한국인의 일상에 유럽산 제품들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등 양국간 협력이 긴밀한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은 양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최근 EU에서도 조속한 경제정상화에 대한 논의가 있는 만큼, 철저한 방역을 전제로 기업인 패스트트랙과 같은 조치가 시행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 이후 경제 정상화를 위해 유럽 각국 정부의 지원책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대사님께서 각별히 힘써 주시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한-EU간 교역규모는 2019년 기준 1086억 불(약 132조 원)로 양 경제권에 진출한 한국과 유럽의 기업들은 총 3200개가 넘는다. 실제 EU는 한국의 수출 3위, 수입 2위의 주요 교역 대상국이며 한국은 EU의 수출 8위, 수입 7위 대상국이다. EU는 2019년 우리나라 FDI 금액 기준 1위 투자국이기도 하다.
권 부회장은 “코로나 위기인 지금이 바로 원-유로화 통화스왑 체결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기”라며 미하엘 대사에게 이를 EU집행위에 적극적으로 제안해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세계 2대 기축통화인 유로화와의 통화스왑이 한-EU 양대 경제권과 양측에 진출한 기업들 모두에 필요한 금융 안전망이자, 상징적인 경제협력 장치”라고 덧붙였다. 한국과 EU는 ‘한-EU FTA’를 통해 양 경제권의 교역 확대와 기업의 투자를 지원해 온 반면, 통화스왑 추진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현재 미국, 중국, 캐나다, 호주 등 8개국과의 양자간 통화스왑을, ASEAN+3개국과 다자간 통화스왑을 체결하고 있으며, 외환거래 통화비중이 미국달러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순임을 감안할 때, 1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기축통화국과의 통화스왑은 6개월 한시적으로 체결한 미국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EU대사는 “기업 유동성을 위해 한국과 유럽연합 간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며 “(한-EU 통화스와프를 통해) 중소기업, 영세기업의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기업도 역할이 있지만, 중소기업이 없으면 대기업도 존재할 수 없다”며 “고용도 주로 중소기업에서 이뤄지는 만큼 이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 방안에 대해선 한국은행 차원에서 유럽중앙은행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하엘 대사는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는 유럽중앙은행은 유로화를 관리하는 독립적 기관”이라며 “(체결과 관련해) 한국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 한국은행 총재가 유럽중앙은행 총재와 직접 이야기를 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전경련 권태신 부회장과 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을 비롯하여 이건기 해외건설협회 회장, 이민철 한국철강협회 부회장 등 주요 업종단체 대표와 GS건설, 삼양바이오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기업 및 회원사 20여 명이 참석해 유럽내 현안 등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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