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야생동물 강제 이주, 인간과 야생동물 공존 위협

김정희 기자 발행일 2023-03-12 06:59:36 댓글 0

[데일리환경=김정희 기자] 기후 변화로 인해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새로운 터전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다. 

지난달 27일 워싱턴 대학교 생태계 감시 센터팀은 과학 저널 ‘네이처 기후변화’에 기후 위기가 인간과 야생동물 간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식량을 구하기 위해 사람이 사는 곳에 나타나 각종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명피해는 물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전염병을 퍼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전 세계 6개 대륙, 5개 대양에서 발생한 인간과 야생동물의 갈등 사례 49건을 분석했다. 인간과 야생동물의 갈등은 육상, 해양, 담수 등 지구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자연환경에서 일어났다. 또한 포유류, 파충류, 조류, 어류 등 동물의 종과도 무관한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갈등 결과 인간의 사망과 부상이 전체의 43%, 동물의 죽음과 부상이 45%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요한 것은 갈등 사례 중 80% 이상이 기온과 강우량 변화와 같은 기후 변화로 인한 것이라 연구팀은 주장했다. 

인간과 야생동물 간의 갈등 원인이 기후 변화로 지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09년 탄자니아가 극심한 가뭄을 겪었을 당시 먹을 것이 떨어진 코끼리 떼가 농장을 습격한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오랜 가뭄으로 굶주린 코끼리가 마을에 내려와 농작물을 먹고 수도관을 파괴했다. 당시 마을 주민들이 코끼리를 몰아내는 과정에서 코끼리 떼가 언덕 아래로 추락해 모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눈표범으로 인한 인명 피해 사례도 있다. 히말라야 설산 지대에 서식하는 눈표범이 지구온난화로 먹이를 구하지 못하자 사람이 사는 마을에 등장해 인명 피해를 입힌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바다 수온이 상승하자 혹등고래가 대규모 이동 시기를 바꿔 선박과 충돌하는 사고 역시 매년 늘고 있는 상황이다. 

호주, 인도네시아 등에 서식하는 동부 갈색 뱀의 경우 높아진 기온으로 공격적인 행동 습성이 더욱 강해져 인간을 문 사건도 있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산불로 아시아 코끼리와 호랑이를 보호구역에서 인간들의 거주 지역으로 이동시켜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향후 기후 변화가 심화되면서 인간과 야생동물의 대규모 이주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 말하며 그만큼 이들의 갈등은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런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간과 야생동물 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사건을 연구하며 사건의 패턴을 파악해 갈등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남서부 지역에서는 라니냐 기간 동안 곰을 만날 것을 대비해 주민들에게 곰 스프레이를 휴대할 것을 권장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보츠와나는 가뭄으로 굶주린 야생동물이 가축을 공격했을 경우 정부 차원에서 이를 보상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했다. 더불어 야생동물에 대한 보복적 살해를 막기 위해 목장주들과 서약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 변화로 인한 야생동물의 대규모 이동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그것은 바로 감염병에 대한 문제다. 박쥐와 공생했던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인간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코로나가 그 예다. 

지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한 논문에 의하면 기후 변화로 야생동물들이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강제 이동할 경우 그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전염성 바이러스가 다른 종들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현재에도 수많은 동물들이 기후 변화로 인해 새로운 서식지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새와 나비의 서식 범위는 이미 변했다. 일부 동물들은 자신의 서식지에서 100km 이상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기생충이나 균을 새로운 지역의 다른 야생동물과 강물 등에 퍼트릴 위험이 충분히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후 변화와 우리 곁에 있는 코로나19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문제이며 미래에도 언제든 우리를 위협에 빠트릴 수 있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만 보더라도 결국 감염병 발병 후 치료책을 찾는 것보다 이를 애초에 막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촉은 막을 수 없는 문제로 이들의 갈등은 점점 장기화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결국 기후 변화로 인해 먹이나 서식지 등의 부족은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의 서식지 경쟁을 유발할 것이며 이로 인해 병원성 바이러스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 우려한다. 

이 모든 일들의 원인인 기후 변화를 막아야 하는 것이 시급하다. 기온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한다. 인간이 뿜어내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켜야 하며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보호해야만 한다. 야생동물을 살피고 보호하는 것만이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는 단순히 기온이 변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지구 전체에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으며, 야생동물의 습성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향후 탄소중립 달성과 생태계 보존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돼야 하는 이유는 결국 이 모든 것들이 인간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사진=언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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