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드림카’로 인기몰이 ‘지프 랭글러 4XE’… 오버랜드 모델 ‘주목’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3-07-25 20:38:03 댓글 0
“도심을 벗어나는 순간 작은 심장을 가졌으나 강인한 얼룩말과도 같다”
[데일리환경 = 이정윤  안상석 기자] 최근 MZ세대의 ‘드림카’로 급부상한 지프의 랭글러 모델의 인기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얀 바디에 미국 성조기를 바탕으로 만든 데코테이프로 장식된 지프 랭글러 4xe 오버랜드(Jeep Wrangler Unlimited–Overland) 모델을 시승해보았다.

                                                                                                   사진=곽덕환기자

파워트레인은 2.0리터 직렬 4기통 터보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타입의 심장에 파트타임 4륜구동 시스템을 갖췄다. 차체 옆구리에 붙은 ‘TRAIL RATED 4X4’ 스티커가 그만큼 오프로드 주행에 자신이 있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지프는 각 모델마다 독특한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는데 그랜드 체로키, 레니게이드, 랭글러 등이 있다.

이 중 기자가 시승한 랭글러 모델은 국내 시판용의 경우 루비콘, 오버랜드, 아일랜더 에디션으로 나뉜다. 지붕의 형태에 따라 다시 파워탑 모델이 추가되기도 하지만 차량의 성능에는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아니다.


 그동안 기자가 시승해본 랭글러 모델은 코드명이 전부 루비콘이었다. 가장 오프로드 주행에 적합한 성능을 가졌다고 평가 받는 레벨로, 험로를 달리기 위해 17인치의 휠이 장착되어 있다. 반면 오버랜드는 도로주행에 특화된 모델로 18인치 휠이 기본 장착되어 있다.


“어떤 차를 갖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 “지프 랭글러”라고 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성이 주를 이루는 것은 당연하나, 연령층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30~50대의 비중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기자는 이번 시승에는 과거와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보았다. 지프가 이야기하는 도심형 SUV 오버랜드의 매력을 찾기 위해, 그리고 랭글러 최초의 PHEV(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 모델로 기존 동급의 일반형 모델보다 1700만원이나 가격이 상승했는데 과연 그 값을 내고도 탈만한 차인지에 중점을 뒀다.

장맛비가 쏟아지는 날 시승차를 받은 기자는 안성IC에서 평택제천고속도로를 타고 제천방향으로 향했다. 랭글러의 빗길 주행능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상주IC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광주대구고속도로에 접어들면서 빗줄기가 굵어진다. 마침 고속도로에 차들이 별로 없어 빗길 주행을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2륜 구동 상태에서 빗길의 고속도로를 80km/h의 속도로 헤쳐나감에 전혀 문제가 없다. 간혹 물웅덩이가 있지만 미끄러짐이나 쏠림 없이 무난하게 통과한다. 시승차의 주행거리는 약 25000킬로미터, 타이어의 상태도 좀 닳아서 절반 이하로 남았다. 우리가 실제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조건이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시승을 할 때 이런 차가 좋다. 새 차는 모든 상태가 최고의 컨디션을 가진 것이라서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기 어렵다.

 

주행 중에 4륜 구동 레버에 힘을 주고 한 단 아래로 당겨서 내렸다. 4H Auto 영역이다. 고속주행 상태에서도 부드럽게 변속이 이뤄진다. 꿀렁임 같은 충격은 없다. 빗길에서 구동력 마찰력을 잃지 않고 안정된 주행상태를 보여준다.

 
이제 그토록 해보고 싶었던 테스트를 진행하려고 한다. 동력모드는 Electric Save Mode로 해서 배터리를 최대한 아끼도록 하고, 센터 페시아에 있는 ‘회생제동’ 모드를 활성화 시켰다. 즉,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하고 충전을 최대화 한 것이다. 시승차를 받았을 때 배터리가 1% 미만이었기 때문에 순수 전기차 상태인 Electric 모드로 얼마나 주행이 가능한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사용이 적은 고속도로 주행이라지만 100km를 넘게 달렸는데도 충전량이 27% 밖에 안올라온다.

지리산IC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인월면으로 들어선다. 도로 곳곳에 물이 고였다. 하지만 랭글러를 운전하다보니 오히려 이런 길을 만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직접 랭글러를 운전해 본 사람은 누구나 느끼게 된다. 고속도로에서는 높은 차체 때문에 미끄러지거나 뒤집히지 않을까 걱정이 들다가도, 빗질 흙길 물웅덩이를 만나면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만약을 대비해 4H Auto를 유지하면서 마을장터를 벗어나 뱀사골 방향으로 로터리를 지나 지리산으로 들어간다. 천왕봉로를 따라 산내면으로 가는 길 중간 중간에 물이 고였지만 아직 침수된 곳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하늘이 심상치 않다. 비가 쉬 개일 것 같지 않다. 도로옆 개천물이 많이 불었다. 흙탕물을 이루고 빠르게 흘러간다.

계기판을 확인하니 평소 기본으로 세팅된 Hybrid 모드로 바꿨는데, 100km를 달리며 채웠던 배터리 27%가 순식간에 바닥이 났다. 채 테스트를 해볼 틈도 주질 않는다. 아마도 배터리를 우선 사용하도록 세팅돼있는 듯 했다.

 
내리막길에서는 회생제동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해보인다. 기자가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 2.0TDI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폭스바겐 파사트의 S모드와 비슷한 수준의 제동이 들어온다. 화물차로 따지면 배기브레이크를 작동한 느낌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엔진의 회전수가 올라가지 않을 뿐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일반국도를 이용해 돌아간다. 남원에서 출발해 17번국도를 따라 임실을 거쳐 전주를 향했다. 전주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완주군 봉동읍에서 익산을 가로질러 논산, 계룡, 공주, 세종, 천안, 안성을 거쳐 용인의 집까지 밤길을 달려 돌아왔다.

 
당일로 약 1천km 가까운 거리를 달려 우중 시승을 해본 랭글러 오버랜드에 대한 후기를 정리하자면, 남자의 로망이라고 불릴 충분한 매력을 가졌다.


랭글러 오버랜드는 지프의 루비콘 옵션이 아니더라도 오프로드를 무서워하지 않을 강인함을 지녔다. 특히 2.0리터 터보 가솔린엔진과 함께 장착된 모토는 조용하면서도 뜨거운 심장을 가졌다. 제로백 6초는 이 거대한 SUV를 야생마처럼 보이게 하는데 충분하다.

다만, 무거운 차체를 움직이다보니 연비는 깡패 수준으로 떨어진다.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 기자가 고속도로-일반도로-시내-국도를 아우르며 달린 1천키로 시승에서 기록한 평균연비는 9.2km/L 였다. 고속도로에서 조금 과속했더니 금방 8.0km/L로 떨어졌다.

 
또, 크루즈컨트롤은 작동하는 것이 불편했다. 세팅이 자주 풀리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리고 순정의 내비게이션은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 인터페이스 환경이 너무 불편하다. 지도를 판독하는 것도 불편하다. 스마트폰을 거치할 곳이 마땅치 않다. 그 흔한 무선충전거치대도 없다. 시트는 통풍시트가 아닌지라 장시간 운전을 하니 엉덩이 아래가 눅눅해졌다. 장거리를 운전할 EO 왼쪽 발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 애매하다. 이 밖에도 불편한 부분을 꼽으라면 밤새 적어도 될 만큼 완벽하지 않은 차다.

 
그러나 기자에게 차량을 구매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랭글러 오버랜드를 구매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녀석이다. 만약 랭글러를 사겠다고 결심했다면, 일상을 산속을 헤매며 살거나 직업이 강가 모래톱을 헤매는 것이 아니라면 1700만원을 더 주더라도 바로 랭글러 오버랜드 PHEV를 사라고 권하겠다.

 
이 모델은 도심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신사이고, 시외로 나가면 작은 심장을 가졌으나 강인한 얼룩말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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