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산업은 석회석을 주요 원료로 사용하는 산업 특성상 대규모 채광이 불가피하다. 산림 훼손과 지형 변화, 생태계 단절 등의 환경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삼표시멘트의 자회사 삼표자원개발이 강원 삼척 석회석 광산의 채광 종료 부지를 대상으로 생태 복원에 나서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표자원개발은 채광이 끝난 부지 2.5ha, 약 7,700평에 자생수종 2만 주를 심고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하늘다람쥐의 서식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인공 둥지를 설치하는 등 생태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채광이 모두 끝난 뒤 복구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광산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채광이 종료된 구역부터 단계적으로 복원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기존 광산 복구 방식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환경 훼손이 불가피한 시멘트 산업에서 개발과 복원을 병행한다는 방향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나무 2만 주를 심고 하늘다람쥐를 위한 인공 둥지를 설치했다는 사실만으로 훼손된 생태계가 복원됐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기업의 친환경 경영이 선언이나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 실제 생태계가 얼마나 회복됐는지를 객관적인 자료로 증명해야 한다.
광산 개발과 동시에 복원… ‘사후 복구’ 넘어설 수 있을까
광산 개발은 지형과 토양, 식생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키는 사업이다. 특히 석회석 채광 과정에서는 기존 산림이 제거되고 암반이 노출되는 만큼 자연 상태로 돌아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채광이 모두 종료된 뒤 한꺼번에 복원하는 것보다 채광이 끝난 구역부터 순차적으로 복원하는 방식은 훼손된 상태로 방치되는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표자원개발이 추진하는 이번 사업 역시 이러한 단계적 복원이라는 측면에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외부에서 무분별하게 수종을 가져오기보다 주변 지역에 자생하는 식물을 활용해 현장 적응 가능성을 높이고, 하늘다람쥐의 서식 가능성을 고려해 인공 둥지를 설치한 점은 생태계 복원을 단순 조경사업과 구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복원 대상인 2.5ha만으로 광산 전체의 환경적 영향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현재 복원 면적이 전체 개발·훼손 면적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앞으로 복원 대상이 얼마나 확대될 것인지, 연도별로 어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할 것인지가 함께 공개돼야 사업의 실질적인 규모와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결국 2.5ha의 복원은 결과가 아니라 출발점으로 봐야 한다.
“2만 그루 심었다”보다 중요한 것은 ‘몇 그루가 살아남았나’
광산 생태 복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토양이다.
석회석 광산의 채광 종료지는 일반 산림 토양과 환경이 크게 다를 수 있다. 암석이 노출되고 토양층이 얕거나 유기물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나무를 많이 심더라도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식재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토양 기반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조성하고 식물이 장기간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느냐다.
필요할 경우 표토 복원과 유기물 보충, 토양의 물리·화학적 특성 개선, 배수 관리 등을 통해 식생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식재 이후의 관리도 중요하다.
첫해에 2만 주를 심었다고 하더라도 수년 뒤 상당수가 고사한다면 실질적인 산림 복원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이 식재 수량뿐 아니라 1년, 3년, 5년 뒤 묘목의 활착률과 생존율을 지속적으로 공개한다면 복원사업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아질 수 있다.
생태 복원은 나무를 심는 순간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그때부터 시작되는 장기적인 관리사업이기 때문이다.
하늘다람쥐 둥지 50개… 설치보다 ‘실제 이용 여부’가 중요
멸종위기종인 하늘다람쥐를 위한 인공 둥지를 설치한 것도 관심을 끈다.
하지만 인공 둥지 설치 개수 자체를 생태 복원의 성과로 평가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하늘다람쥐가 해당 지역으로 유입되는지, 인공 둥지를 이용하는지, 먹이 활동과 이동이 가능한 주변 산림이 연결돼 있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더 나아가 실제 번식 여부까지 확인돼야 서식환경 복원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하늘다람쥐 한 종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식물과 곤충, 조류, 포유류 등 다양한 생물종이 다시 나타나고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를 함께 조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간의 자체 조사보다 외부 생태 전문가와 전문기관 등이 참여하는 장기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친환경 경영인가, 그린워싱인가… 결국 ‘투명한 숫자’가 판단 기준
최근 기업들이 ESG와 탄소중립을 강조하면서 산림 조성이나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긍정적이지만 기업이 환경성과를 홍보할 때는 사업의 긍정적인 부분뿐 아니라 환경 훼손 규모와 복원 진행 상황도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광산업처럼 사업 과정에서 환경 훼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산업은 더욱 그렇다.
몇 그루의 나무를 심었는지, 몇 개의 인공 둥지를 설치했는지만 강조한다면 실제 복원 효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전체 채광 면적과 복원 면적, 연도별 복원계획, 투자금액, 식재 수목의 생존율, 토양 회복 정도, 야생생물 출현 현황 등을 지속적으로 공개한다면 기업이 주장하는 친환경 경영의 실체를 보다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이러한 자료 없이 식재 행사나 멸종위기종 보호 활동만 부각한다면 자칫 ‘그린워싱’ 논란을 자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생태 복원의 성적표는 5년, 10년 뒤에 나온다
삼표시멘트 측의 이번 시도는 시멘트 업계가 환경 문제를 단순한 사후 복구 대상이 아니라 기업 경영 과정에서 관리해야 할 핵심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특히 채광이 종료된 지역부터 복원을 시작하고 자생수종과 멸종위기종 서식환경까지 고려한다는 방향은 기존의 단순 녹화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려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생태 복원인지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생태계는 기업의 사업보고서 작성 주기에 맞춰 회복되지 않는다. 올해 심은 묘목이 5년 뒤에도 살아 있는지, 훼손됐던 토양이 다시 생명을 품을 수 있는 상태로 회복됐는지, 하늘다람쥐가 실제 돌아와 번식하는지 확인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기업의 친환경 활동은 ‘무엇을 설치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살아남았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나무 2만 주를 심었다는 숫자보다 몇 년 뒤 몇 그루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지가 중요하고, 인공 둥지 50개를 설치했다는 사실보다 하늘다람쥐가 실제 그곳을 서식지로 선택했는지가 중요하다.
광산 개발을 통해 얻은 경제적 가치만큼 훼손된 자연을 되돌리는 데 얼마나 지속적으로 투자하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삼표시멘트의 광산 생태 복원이 일회성 ESG 홍보에 머물지 않고 시멘트 산업의 새로운 복원 모델로 자리 잡을지는 결국 시간이 증명하게 된다.
기업이 앞으로 복원 면적과 투자 규모, 묘목 생존율, 생물다양성 변화 등을 장기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이번 사업은 산업 개발과 생태 복원이 공존할 수 있다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시작 단계의 숫자만 강조하고 장기적인 성과 검증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친환경’이라는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광산 생태 복원의 진짜 성적표는 지금이 아니라 5년, 10년 뒤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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