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브리지, 거제 수해 현장에 하루 500명 ‘구슬땀’… 복구만큼 중요한 자원봉사자 안전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8-20 12:14:39 댓글 0
거제 수해복구 현장, 자원봉사자 안전도 ‘재난 대응’이다
집중호우가 물러간 자리에는 또 다른 재난이 시작된다. 물에 잠긴 가재도구를 꺼내고 집 안으로 밀려든 진흙과 토사를 치우는 복구 작업이다. 여기에 한여름 폭염까지 겹치면서 수해 현장에서 땀 흘리는 자원봉사자들의 안전관리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경남 거제시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이 연일 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거제지역의 신속한 수해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현장 자원봉사자용 ‘자원봉사자 키트’ 1,200세트를 긴급 지원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지원은 지난 17일부터 이어진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거제지역 복구 현장에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투입되면서 이들의 안전한 활동과 복구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희망브리지가 전달한 키트에는 우의와 정글모, 마스크, 안전 장화, 작업용 장갑, 쿨타올 등 수해복구 현장에서 필요한 물품 12종이 담겼다.

단순한 편의용품이 아니다. 침수지역에서는 진흙과 오염물질, 날카로운 폐기물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고 여름철에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장시간 작업하면서 온열질환 위험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500여 명 복구 투입… “장화·장갑 없으면 작업 어렵다”

현장에서는 하루 약 500명의 자원봉사자가 침수 가구의 가재도구 정리와 토사 제거 등에 투입되고 있다.

수해복구 현장에서 장화와 장갑 등 기본적인 안전장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거제시자원봉사센터 최혜선 사무국장은 “수해 현장은 장화, 장갑, 수건 등 기본 안전장비가 필수적인데 희망브리지에서 알맞은 키트를 제때 지원해 줘 매우 큰 힘이 된다”며 “전국에서 몇 시간씩 차를 타고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이 개인 준비 부담 없이 현장에 즉시 투입될 수 있어 복구 속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매일 500여 명의 봉사원이 투입돼 가재도구 정리와 토사 제거에 힘을 쏟고 있지만 침수 가구가 많아 복구 완료까지는 많은 손길이 더 필요하다”며 추가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수해복구는 단순히 물을 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침수된 가구와 전자제품을 밖으로 옮겨야 하고 바닥과 벽에 쌓인 진흙을 제거해야 한다. 오염된 생활용품과 폐기물을 분류하고 집 안팎을 세척하는 작업도 뒤따른다.

피해 규모가 클수록 복구에는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폭우 끝나자 폭염… 복구 현장의 ‘2차 위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자원봉사자들의 안전이다.

재난이 발생하면 관심은 피해 주민과 재산 피해 규모에 집중되기 쉽다. 그러나 복구 현장에 투입되는 자원봉사자 역시 여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여름철 수해 현장은 폭염과 습도, 진흙, 각종 폐기물이 뒤섞여 작업 환경이 좋지 않다.

침수된 건물 내부나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작업할 경우 체온이 상승할 수 있고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가 이뤄지지 않으면 온열질환 위험도 커진다.

진흙 속에 깨진 유리나 금속 등 날카로운 물체가 섞여 있을 가능성도 있어 장화와 작업용 장갑 등 보호장비 착용이 중요하다.

따라서 자원봉사자를 많이 확보하는 것만큼 이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보호장비와 휴식공간, 식수 등을 제공하고 작업시간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희망브리지 김희윤 구호모금국장은 “폭염과 토사 등 가혹한 현장 여건 속에서도 헌신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안전 확보와 이재민들의 온전한 일상 회복이 최우선 과제”라며 “거제시를 비롯한 유관기관과 긴밀한 공조 체계를 가동해 현장의 불편 사항과 부족한 자원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복구 과정에서 필요한 구호물자와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많이 모이는 봉사’에서 ‘안전하게 일하는 봉사’로

재난 현장에서는 자원봉사 인력을 얼마나 신속하게 확보하느냐가 복구 속도를 좌우한다.

하지만 인원만 늘린다고 복구가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많은 인력이 한꺼번에 투입되면 오히려 작업 동선이 겹치거나 안전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자원봉사자의 연령과 작업 능력을 고려한 역할 분담도 필요하다. 무거운 가재도구 운반과 토사 제거, 세척, 물품 분류 등 작업 특성에 따라 인력을 적절하게 배치해야 한다.

현장 책임자를 중심으로 작업구역을 나누고 충분한 휴식시간을 확보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가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자원봉사자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복구 방식에서 벗어나 이들을 하나의 중요한 재난 대응 인력으로 보고 안전관리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피해 주민의 ‘일상 회복’까지가 진짜 복구다

수해가 발생할 때마다 피해 규모는 침수 가구 수나 재산 피해액 등의 숫자로 먼저 알려진다.

하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재난은 물이 빠진 이후에도 계속된다.

가재도구를 버리고 집을 청소한 뒤에도 전기·가스시설 점검과 주택 보수, 생필품 확보 등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 거쳐야 할 과정이 많다.

특히 고령자나 장애인, 1인 가구 등 스스로 복구하기 어려운 주민에게는 자원봉사자의 도움이 더욱 절실할 수 있다.

따라서 단기간에 많은 인력을 투입해 눈에 보이는 토사를 제거하는 것뿐 아니라 복구가 늦어지는 가구와 취약계층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세밀한 지원이 필요하다.

폭우가 멈췄다고 재난이 끝난 것은 아니다

재난 보도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진흙투성이가 된 옷을 입고 삽을 든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다. 국민적 연대와 공동체의 힘을 보여주는 장면이지만, 그들의 헌신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자원봉사자도 보호받아야 할 사람이다.

특히 폭염 속에서 무거운 폐기물을 옮기고 진흙을 걷어내는 작업은 결코 가벼운 봉사활동이 아니다. 안전장비 없이 무리하게 작업하거나 충분한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자원봉사자 키트 1,200세트 지원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화와 장갑, 쿨타올 하나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재난 현장에서는 봉사자가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본 장비다.

다만 물품 지원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구호단체는 자원봉사자의 투입부터 작업 배치, 휴식, 안전교육, 보호장비 지급까지 하나의 체계로 관리해야 한다. 특히 폭염이 이어질 경우 작업시간 조정과 충분한 수분 공급, 휴식공간 확보 등 온열질환 예방대책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피해 주민에게 필요한 것도 일회성 관심이 아니다. 언론의 카메라가 현장에서 빠지고 자원봉사자의 숫자가 줄어든 뒤에도 복구되지 못한 집은 남는다.

재난 대응의 최종 목적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현장을 찾았는지가 아니라 피해 주민이 얼마나 빨리 안전한 일상으로 돌아갔는가에 있어야 한다.

거제에서 하루 5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흘리는 땀이 온전한 복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그들을 돕는 또 하나의 안전망이 필요하다.

폭우가 멈췄다고 재난이 끝난 것은 아니다. 마지막 피해 주민이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가 진짜 복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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