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이어진 장애인 이동권 갈등이 거리와 지하철에서 제도권 정치의 협상 테이블로 옮겨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이번 합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조례 제정과 예산 편성 등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24일 오전 11시 30분 의원회관 제1대회의실에서 전장연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3대 결의문’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등 장애인 권리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전장연 “73번째 출근길 지하철 시위로 멈춘다”
박유진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복원을 골자로 한 당론 1·2호 조례안을 설명했다.
박 부대표는 “정치의 본령은 주권자의 삶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해결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 책임을 신뢰하며 오늘 73번째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추기로 했다”며 “이제 정치와 행정이 예산으로 답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도 서울시 차원의 지속적인 장애인 권리보장 정책 추진을 요구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과 서미화 최고위원은 시민 생활과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향후 국회 차원의 입법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상훈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은 “소모적인 대립을 넘어 대화와 타협으로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을 보여준 날”이라며 “전장연이 대승적 차원에서 시위를 중단한 만큼 오세훈 서울시장의 전향적인 예산 편성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권리보장 관련 조례를 오는 9월 11일 의결하고 내년도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석자들은 행사 말미에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위한 3대 결의문을 공동 낭독했다.
전문가 “갈등의 제도권 해결 의미…예산 확보가 실질적 시험대”
장애인 정책 및 지방행정 전문가 관점에서 이번 합의는 장기간 거리와 지하철에서 이어졌던 사회적 갈등을 지방의회의 제도적 논의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장애인 이동권과 일자리 문제는 선언이나 조례 제정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다. 실제 사업을 집행하려면 예산이 필요하고 서울시와 시의회의 협의도 뒤따라야 한다.
따라서 이번 합의의 실효성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은 전장연의 시위 중단 자체가 아니라 합의한 정책이 실제 조례와 예산에 어느 정도 반영되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장애인단체가 합의했더라도 서울시 집행부와 시의회 전체의 동의를 확보하지 못하면 정책 실행 과정에서 다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시민의 이동권과 장애인의 기본권이 충돌하는 상황을 반복하기보다 제도권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는 구조가 정착된다면 향후 다른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지하철 시위는 멈췄지만 ‘정치의 시간’은 이제 시작됐다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렸지만 동시에 시민들의 출근길 불편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논란과 갈등을 낳았다.
그런 점에서 73차례 이어진 시위를 중단하고 제도권 정치와의 협상을 선택했다는 것은 하나의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과 전장연의 합의만으로 서울시 정책과 예산이 자동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조례가 실제 의회를 통과해야 하고, 필요한 재원이 내년도 서울시 예산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장애인 이동권과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에는 지속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한 만큼 사업 규모와 대상, 소요 예산, 성과평가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전장연 역시 시위 중단 이후 시민들에게 정책의 필요성과 예산 투입의 근거를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장애인 권리보장이라는 가치와 시민의 일상적 이동권을 대립적인 문제로만 만들지 않는 사회적 소통이 요구된다.
이번 합의는 갈등의 끝이라기보다 해결 방식의 변화에 가깝다.
73차례의 지하철 시위가 멈춘 자리에서 이제 정치와 행정이 답해야 한다. 오는 9월 11일 조례 처리와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에 어떤 결과가 담기는지가 이번 ‘사회적 대타협’의 실질적인 성과를 판단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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