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와 취수장이 불과 3m…암사정수센터 ‘개방과 식수안전’ 충돌 우려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9-09 13:44:04 댓글 0
강동 한강그린웨이 추진 과정서 국가 중요시설 취수장 인접 논란
서울시가 한강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수변공간 조성사업이 시민의 먹는 물을 책임지는 취수시설과 맞닿으면서 ‘개방과 안전’이라는 두 가치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
 
고 있다.

특히 강동 한강그린웨이 사업으로 조성되는 보행로 일부 구간이 암사아리수정수센터 취수시설과 불과 약 3m까지 인접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반적인 공원이나 산책로와 다른 수준의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특별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양평호 시의원(사진)은 지난 7일 암사아리수정수센터를 찾아 주요 정수·취수시설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한강그린웨이 사업 추진에 따른 국가 중요시설 관리와 취수원 보호 문제를 살펴봤다.


이번 문제는 단순히 산책로 하나를 어디에 설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수백만 시민에게 공급되는 수돗물 생산시설 주변을 어디까지 시민에게 개방할 것인지, 개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에 대한 도시 기반시설 관리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

하루 평균 115만㎥ 생산…서울 동남권 책임지는 핵심 시설

암사아리수정수센터는 강동구 아리수로 131에 위치한 서울시의 주요 정수시설이다.

1986년 최초 통수 이후 지속적인 증설과 시설 개선을 거쳐 현재 하루 최대 160만㎥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부지 면적은 약 38만5,598㎡로 23개 동의 건축물과 고도정수처리시설 등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 하루 평균 생산량은 약 115만㎥ 수준이다. 서울 동남권 시민들의 일상적인 식수 공급을 책임지는 시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일반 공공시설과는 중요도가 다르다.

취수시설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정수센터 내부의 정수처리 공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취수 단계부터 위험요인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강동 한강그린웨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성될 보행로와 취수시설 간 거리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국가정보원 검토 과정에서는 취수장이 보행로와 약 3m 이내로 인접해 보안사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행자가 취수장 핵심시설을 촬영할 가능성과 비인가자의 접근, 취수시설을 대상으로 한 위해행위 가능성 등이 주요 우려사항으로 거론됐다.

‘보행로 3m’ 문제, 보안에만 국한해서는 안 돼

여기서 한 단계 더 살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취수시설과 시민 보행공간이 가까워지는 문제를 국가 중요시설의 ‘보안’이라는 관점으로만 접근해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취수시설은 시민에게 공급할 원수를 확보하는 상수도 시스템의 출발점이다. 따라서 시설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고의적인 위해행위뿐 아니라 실수나 돌발행동에 따른 오염 가능성까지 위험관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한강 수변공간을 이용하는 시민이 증가하면 보행자뿐 아니라 자전거 이용객 등 다양한 형태의 이용이 뒤따를 수 있다. 특정 시간대에 방문객이 몰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수질전문가들은 취수원과 정수시설처럼 시민 건강과 직접 연결되는 기반시설은 ‘사고 발생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가’만 따지기보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 규모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함께 고려해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먹는 물 시설은 오염사고가 발생한 뒤 정수처리를 강화하는 방식보다 오염물질이나 비인가자가 취수시설에 접근할 가능성을 처음부터 낮추는 다중 방어체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행로와 취수시설 사이의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차폐시설과 출입통제, CCTV 등 감시체계, 비상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체계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질전문가 “정수기술만으로 모든 위험 해결한다는 접근 경계해야”

현대적인 고도정수처리시설이 갖춰져 있다고 해서 취수원 보호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수질관리의 기본은 가능한 한 깨끗한 원수를 확보하고 오염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 뒤 정수과정에서 다시 한번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수질관리 전문가 관점에서 보면 취수시설과 일반인의 접근 공간을 지나치게 가깝게 배치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정수처리 과정에서 걸러내면 된다’는 방식은 바람직한 위험관리라고 보기 어렵다.

오염물질의 종류와 농도에 따라 정수처리 공정에서 대응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행로 조성 전 취수시설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유형별로 분석하고,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구간은 보행로의 위치나 구조 자체를 변경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설이 이미 결정된 뒤 울타리나 CCTV를 추가하는 사후 보완방식보다 계획 단계에서 취수시설과 충분한 이격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미다.

시민의 한강 접근권 중요하지만 ‘먹는 물 안전’과 맞바꿀 수 없어

서울시가 한강을 시민에게 돌려주고 수변공간 이용을 확대하는 정책 자체는 필요하다. 한강변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단절된 구간을 연결하는 것도 시민의 여가와 도시환경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모든 한강변을 동일한 기준으로 개방할 필요가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취수장이나 정수센터처럼 시민 생활에 필수적인 기반시설이 위치한 지역은 일반적인 수변공원과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양 의원도 “한강 접근성을 높이고 시민들이 수변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방향은 필요하지만 암사취수장은 서울시민의 먹는 물을 책임지는 국가 중요시설”이라며 “일반적인 공원이나 산책로와 동일한 기준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시민 접근권을 확대하되 취수시설과 직접 맞닿는 구간은 우회하거나 충분한 완충공간을 확보하고, 불가피하게 인접해야 한다면 일반 보행구간보다 강화된 안전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개발계획 확정 전에 ‘수질·보안 위험평가’부터 해야

이번 논란에서 서울시가 우선해야 할 것은 보행로를 먼저 조성한 뒤 문제가 발생하면 보완하는 방식이 아니다.

사업계획 단계부터 아리수본부와 보안 관계기관, 수질·상수도 전문가 등이 참여해 취수시설 주변의 위험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보행로와 취수시설이 약 3m까지 가까워지는 구간에 대해서는 실제 이용객 규모와 비인가자 접근 가능성, 오염물질 투입 등 비상상황 발생 가능성, 감시 사각지대 여부 등을 세부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위험성이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판단된다면 보행로의 일부 노선을 변경하거나 충분한 이격거리를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

비상상황에 대비해 취수 단계에서 이상 징후를 신속하게 감지할 수 있는 수질감시체계와 현장 대응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도 이번 기회에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양 의원은 “한강 개발사업과 환경 기반시설 보호는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한강그린웨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아리수본부와 관련 기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고 국가보안시설 관리 기준을 충족하는 안전한 수변공간이 조성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한강 개방보다 앞서야 할 것은 ‘서울시민의 물 안전’

한강 수변공간은 시민을 위해 존재하지만 취수시설 역시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 두 시설이 공존해야 한다면 무엇보다 사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획하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암사아리수정수센터처럼 하루 평균 약 115만㎥의 수돗물을 생산하는 대규모 시설 주변에서는 한 번의 사고가 가져올 파급효과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서울시는 한강그린웨이의 연결성과 접근성만을 사업 성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취수시설과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했는지, 시민 이용 증가에 따른 보안·수질 위험을 얼마나 낮췄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시민에게 한강을 더 가까이 돌려주는 것과 시민이 마시는 물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은 모두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두 가치가 충돌하는 구간에서는 식수 안전에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산책로는 필요에 따라 노선을 조정할 수 있지만 서울시민의 먹는 물 안전은 사고가 발생한 뒤 되돌리기 어렵다. 암사취수장 인접 보행로 문제를 단순한 산책로 조성사업이 아니라 서울의 핵심 상수도 기반시설 보호 문제로 다뤄야 하는 이유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