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의 문화 칼럼] 너무나 달라진 병영 문화 ... 1편, '군 기강 확립'

이광희 칼럼니스트 기자 발행일 2026-09-08 07:23:08 댓글 0
▲ 이광희 문화 칼럼니스트


1995년 5월 2일 부모님께 큰절하고 의정부에 있는 102 보충대를 향해 집을 나서려는 순간 어머니가 필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시고 사진 한 장을 건네셨다. 다름 아닌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필자가 함께 이촌동에 있는 충신교회 내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필자의 집안은 신실한 크리스천 집안이라서 아버지가 입대하는 날 기도를 해주셨는데 눈물이 하염없이 내렸고, 그날 가족이 다 같이 너무 많이 울었는데, 어디 죽으로 가는 것도 아닌데 그때는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
 
입대하기 전에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다더라, 할 만할 거야”

지인들의 말대로 할 만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너무 낯설고 정말 새로운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욕을 듣는 것은 너무 흔한 일이었고 구타와 가혹행위는 일상이었다. 그나마 손으로 맞으면 다행인데 소총 개머리판으로 맞기도 하고 박달나무로 맞기도 하고 심지어는 진지공사를 하다가 삽으로 맞아서 머리가 터지는 일도 있었다.

요즘 군대에서는 들어보기 힘든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때는 구타가 정말 심했고, 그로 인한 탈영 사고도 제법 있었다. 그런데도 당시 환경이나 분위기나 흐름이 그러했기 때문에 당연하게 생각하고 군 생활을 했지, 그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려웠으며 행여나 소대장이나 간부들에게 이야기하면 나중에 선임병에게 오히려 더 심하게 맞거나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였기에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실제로 필자의 동기가 구타와 가혹행위에 견디다 못해 소대장에게 면담을 신청하여 이야기했더니, 다음 날 선임병이 동기를 불러서 하는 말이, 이등병이 군기가 빠져서 선임병 때문에 힘들어서 군 생활을 못 하겠다는 말이 나오냐며 좀 더 강하게 군기를 잡으라는 소대장님의 지시가 있었다면서 그 더운 여름에 땅에 머리 박고 30분간 있다가 쓰러진 적도 있었다.

결국 동기는 관심사병으로 전락했고, 선임병의 눈 밖에 나서 소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취사병으로 빠졌다. 참으로 듣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그때는 이와 같은 관행이 비일비재했으며 당시 군대는 어디라고 할 것 없이 비슷했다.


너무나 달라진 병영 문화

주변에 보면 지인이 아들 군대 면회를 하러 간다거나 아니면 휴가 와서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간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려서 무심코 들어보면 군대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좋아져서 믿기 힘들 정도였다. 물론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는데 결코 짧은 기간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개 사병 월급이 150만 원이라는 말을 듣고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실제 정확한 급여가 맞는지 국방부 인사혁신처 보수 규정을 살펴보았는데 지인이 말한 것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필자가 군 생활을 하던 시절의 병장 급여는 고작 12,000원이었고 이등병은 8,000원 정도였다. 그나마 필자는 사단 직할 수색대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생명 수당과 특별 수당이 나와서 다른 부대 일반 보병들보다 조금 더 받기는 했지만 그래봐야 20,000원을 넘지 않았다. 물론 젊은 나이에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군에 들어가 고생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좋은 대우를 해준다고 볼 수도 있으나 현재 물가를 생각하고 당시 최저임금을 생각해 봤을 때 과연 맞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쓰인다. 즉 95년 당시 최저임금은 1,120원이었다. 2026년 현재 최저임금 10,320원이다. 약 10배 정도 임금이 인상된 것인데 사병의 급여는 무려 150배가 인상됐다. 문제는 사병은 의무복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부사관은 직업군인데도 생각보다 급여가 많지 않고 하사 초봉이 213만 원 정도라서 사기가 저하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된다.

급여는 그렇다 치더라도 문제는 내무 생활이다. 예전에는 내무반이라고 해서 내무 생활이라고 했지만, 현재는 생활관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병영 생활이라고 하는데 병영 생활을 하면서 구타 가혹행위가 문제가 되어 이러한 악습을 근절하기 위한 군에서 많은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실제로 지금은 거의 구타와 가혹행위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구타와 가혹행위를 못 하게 하고 엄하게 단속하자 역으로 기강이 너무 해이해진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심부름을 시키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말을 해서 후임병이 느끼기에 수치심을 느끼게 되면 처벌 대상이 된다. 실제로 후임병이 운동해서 가슴 대흉근에 펌핑이 된 것을 본 선임병이 “야 너 근육 좀 나왔는데” 라고 툭 찔렀는데 그 행위로 징계받았다.

또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주말에 밥을 먹기 싫으면 저녁에 영외로 나가서 돈가스를 먹거나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과 탕수육을 먹고 온다는 말을 듣고서는 군대가 이렇게까지 변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한창나이에 먹는 것을 잘 먹어야 하니까 사병들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일과 끝나고 나면 휴대폰으로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한다는 말을 듣고서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 통신 보안은 물론이고 부대 위치와 구조 모든 것이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은 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더 심각한 것은 부모님이 중대장에게 우리 아들이 발목을 접질려서 아프다는데 이번 훈련을 좀 빼주면 안 되겠냐는 전화를 한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군 소속 A 사병이 여성 간부에게 같이 놀자고 했다고 5일간의 군기 교육 처벌을 받았는데, 이 일로 제대가 늦어져 사병이 복무기간 연장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았다며 취소 행정소송까지 했다. 그러나 결국 패소했다는 최근 일간지 사회면 기사를 보고는 정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선임병에게 하기도 힘든 말을 간부에게 한다는 것은 현재 군이 얼마나 기강이 해이한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 군대는 군 기강 확립이 정말 절실하게 필요해 보인다."

 [2편에 계속]

이광희 칼럼니스트 기자 yoshinkan_kr@naver.com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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