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선선한 날씨가 이어질지, 가을다운 가을을 얼마나 누릴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올해도 여름과 가을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았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뒤에도 높은 기온이 한동안 지속됐고, 선선한 날씨가 찾아오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단순히 ‘올해 날씨가 유난히 더웠다’는 말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의 계절 자체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폭염이 지나간 뒤 찾아온 가을
올여름 우리나라에서는 40℃를 넘는 극한의 더위가 전국에 나타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6년 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25.4℃로 평년보다 1.7℃ 높았으며, 1973년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높았다. 특히 7월 하순부터 8월 상순까지는 일최고기온 39℃ 이상이 42차례 관측됐다.
폭염의 강도뿐만 아니라 밤의 더위도 문제였다. 올해 여름 전국 평균 열대야일수는 18.2일로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뜨거운 낮과 식지 않는 밤이 이어진 뒤 찾아온 가을이다. 올해 가을은 단순히 '여름 다음에 찾아온 계절'이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계절의 모습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를 보여주는 시기이기도 하다.
가을은 정말 짧아지고 있는가
'가을이 짧아졌다'는 체감은 단순한 느낌만은 아니다.
기후변화로 한반도의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봄이 일찍 찾아오고 여름이 길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이 1912년부터 2024년까지 113년간의 기후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10년마다 0.21℃씩 상승하는 뚜렷한 추세를 보였다.
1910년대 평균 12.0℃였던 연평균기온은 2010년대 13.9℃, 2020년대에는 14.8℃까지 높아졌다.
폭염일수 역시 1910년대 평균 7.7일에서 2020년대 16.9일로 약 2.2배 증가했다. 열대야는 같은 기간 6.7일에서 28.0일로 크게 늘었다.
가을이 사라진다고 표현하기보다는, 계절의 온도 조건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가을을 체감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지고 있는 것에 가깝다.
더워진 여름 뒤 갑자기 추워지는 이유
지구가 계속 따뜻해지고 있다면 왜 어떤 해에는 폭염이 지나간 뒤 갑자기 찬 바람이 불고, 겨울에는 강한 한파가 찾아오는 것일까. 기후변화는 단순히 '모든 날씨가 따뜻해지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는 가운데 대기와 해양의 순환, 제트기류, 북극 해빙, 해수면 온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특정 지역에는 극심한 더위가, 또 다른 시기에는 강한 추위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올여름이 40℃였으니 올겨울은 따뜻할 것'이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연결해서는 안 된다. 평균적인 기온은 상승하는 동시에 날씨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이 현재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다.
'더운 나라'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나라'
기후변화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단순한 온도 상승이 아니다.
폭염이 길어지고, 열대야가 늘어나고, 비가 내릴 때는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극한호우가 나타나는 등 날씨의 양상이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의 장기 분석에서도 우리나라는 강수일수가 감소하는 반면 강수량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비가 내리는 날은 줄어들면서도 한 번 내릴 때 더 많은 비가 집중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올여름 역시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가 차례로 나타나면서 기후변화가 단순히 '더운 여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우리가 기다리는 것은 '가을다운 가을'
9월 말, 우리는 다시 가을을 맞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가을이 과거와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농작물의 생육 시기부터 단풍 시기, 곤충과 야생동물의 활동, 전력 사용량까지 계절의 변화는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여름철 냉방 수요가 늘어나는 동시에 겨울에는 갑작스러운 한파에 대비해야 하는 등 에너지와 재난 대응 방식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국 기후변화는 단순히 '지구가 더워지는 문제'가 아니다.
봄이 언제 시작되는지, 여름이 얼마나 길어지는지, 가을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겨울이 언제 찾아오는지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계절의 질서를 바꾸는 문제다.
40℃를 넘나드는 폭염을 지나 다시 가을을 맞은 지금.
우리가 지켜봐야 할 것은 올해 가을이 얼마나 추운가, 혹은 겨울이 얼마나 추운가만이 아니다. 과거의 계절과 비교해 우리의 봄·여름·가을·겨울이 어떤 모습으로 달라지고 있는가.
기후변화는 이미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체감하는 계절의 변화 속에 들어와 있다.
정민오 기자 enda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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