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고려대 연구진, 장결맞음 원자광자와 디지털 광학 위상공액 결합…최대 7차원서 공정 충실도 92.5% 넘어
[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부산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연구진이 20m 길이의 다중모드 광섬유를 통과한 단일광자의 고차원 공간 양자상태를 원하는 형태로 프로그래밍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짧은 거리에서 주로 다뤄졌던 다중모드 광섬유 기반 고차원 양자상태 제어를 더 긴 광섬유 구간으로 확장한 결과다. 연구진은 최대 7차원까지 양자상태를 합성했고, 목표한 양자 연산이 얼마나 정확하게 구현됐는지를 나타내는 공정 충실도(process fidelity)는 92.5%를 웃돌았다. 백창훈·김단비 부산대 물리학과 연구원과 오준택·최원식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진, 김민수·윤석찬·문한섭 부산대 연구진 등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18일 국제학술지 ‘npj Quantum Information’에 공개됐다. 논문 제목은 ‘Programmable high-dimensional state synthesis through a 20-m multimode fiber via long-coherence atomic photons’다. 논문은 6월 4일 접수돼 9월 25일 게재 승인을 받았다.장결맞음 광자로 모달 분산 한계 보완핵심은 광자 하나가 여러 공간 모드를 동시에 정보의 차원으로 활용하도록 한 데 있다. 일반적인 큐비트가 두 상태를 기본 단위로 쓰는 것과 달리, 고차원 양자정보에서는 하나의 광자에 둘보다 많은 상태를 실어 보낼 수 있는 ‘큐디트(qudit)’를 활용한다. 다만 다중모드 광섬유에서는 서로 다른 공간 모드가 섞이고 도착 시간이 달라지는 모달 분산이 발생해, 광섬유가 길어질수록 원하는 양자상태를 유지하고 제어하기가 어려워진다.연구진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따뜻한 루비듐-87 원자 앙상블에서 생성한 장결맞음(long-coherence) 헤럴드 단일광자를 사용했다. 결맞음 시간이 길면 서로 다른 경로와 모드 사이의 시간 차이가 생겨도 양자적 위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여기에 복잡한 광섬유 내부에서 뒤섞인 빛의 전달 특성을 역으로 보정하는 디지털 광학 위상공액(digital optical phase conjugation) 기술을 결합해, 광섬유를 통과한 뒤에도 목표한 공간모드 상태를 재구성하도록 했다.실험에서는 일반화된 파울리 연산과 양자 푸리에 변환 등 목표 단위연산에 따라 공간모드 상태를 합성했다. 연구진이 제시한 결과에 따르면 차원을 높여 최대 d=7까지 실험했으며, 이 범위에서 측정한 공정 충실도는 92.5(4)%를 넘었다. 이는 단순히 빛이 광섬유 끝까지 도달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입력한 고차원 양자정보를 정해진 연산에 맞춰 제어하고 다시 만들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4m 실험에서 20m로…상용망까지는 추가 검증이번 성과는 연구진의 기존 실험을 거리와 기능 측면에서 확장한 것이다. 문한섭 교수 연구팀은 2022년 ‘Optics Express’에 발표한 연구에서 4m 다중모드 광섬유를 이용해 장결맞음 단일광자의 다차원 공간 양자상태를 전송·제어하고 95%가 넘는 양자간섭 가시도를 보고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광섬유 길이를 20m로 늘리는 동시에, 특정 간섭 현상을 관찰하는 수준을 넘어 여러 고차원 단위연산에 따라 상태를 프로그래밍해 합성하는 방향으로 범위를 넓혔다.다만 이번 결과를 곧바로 상용 양자통신망 구현으로 해석하기는 이르다. 실제 통신망에는 더 긴 전송거리, 광손실, 외부 환경 변화, 장시간 안정성, 다른 광소자와의 연결 등 추가 조건이 따른다. 이번 논문이 보여준 것은 장거리 다중모드 광섬유에서 발생하는 모드 혼합과 분산이라는 난제를 장결맞음 광자와 파면 제어 기술로 보정하면서 고차원 상태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실험적 가능성이다.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다중모드 광섬유를 고차원 양자상태 합성과 전송을 위한 재구성 가능한 플랫폼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연구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향후 더 긴 거리와 높은 차원, 실제 네트워크 환경에서의 안정성까지 검증될 경우 한 광자에 더 많은 양자정보를 싣는 광섬유 기반 양자정보 처리 기술의 확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후속 지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