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6분의 1 토막이다. 자본시장을 뒤흔든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단기채권 부정발행 의혹을 둘러싸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터져 나온 지적은 단순한 수사력 부족 비판을 넘어 '권력형 축소·유착 의혹'이라는 뇌관을 건드렸다.
자본시장 감시 기구의 정밀 조사 결과가 검찰 문턱을 넘자마자 왜곡되고, 그 결과가 특정 사모펀드 총수의 사법 리스크를 완벽하게 방어해 주는 방향으로 귀결됐다면 이는 결코 우연의 일치로 볼 수 없다.
'1조 8,903억'을 '9일 치 1,164억'으로… 기형적인 축소 수사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장에서 김현정 의원이 밝힌 내막은 충격적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2차 패스트트랙을 통해 2024년 3월부터 이뤄진 전단채 부정발행 1조 8,903억 원의 전모와 함께, 해당 발행이 김병주 MBK 회장에게 직보되고 그의 지시로 실행됐다는 핵심 진술·증거를 서울중앙지검에 넘겼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적시된 피해액은 신용등급 강등 직전 단 9일 치에 불과한 1,164억 원이었다. 1년 가까이 지속된 조직적 사기 발행 혐의를 단 열흘 남짓의 국지적 사건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범행 기간을 좁히면 쟁점은 '회사의 구조적 파탄과 부실 은폐'에서 '등급 하락 인지 시점'이라는 협소한 기술적 문제로 축소된다. 이는 혐의 입증을 스스로 어렵게 만들어 법원의 영장 기각을 자초하는 자충수였으며, 실제로 법원은 소명 부족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이 스스로 수사 범위를 깎아내며 피의자들에게 탈출구를 열어준 셈이다.
김병주 회장의 '목숨줄' 펀드 정관, 번번이 맞아떨어진 검찰의 처분
사건 축소의 최대 수혜자는 명확히 김병주 회장 개인을 향한다. MBK 주요 펀드(3-2호, 5-2호, 6-2호 등) 정관에는 핵심 운용인력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운용사(GP) 지위를 잃거나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도록 규정돼 있다.
김 회장의 형사 유죄는 곧 수조 원대 인수금융의 기한이익상실(EOD)과 리파이낸싱 중단 등 MBK 제국의 근간을 흔드는 뇌관이다.
MBK는 이미 3호 펀드에서 1조 원의 보수를 챙기고 홈플러스 보통주를 전량 무상소각하며 주주로서의 법적 의무를 털어냈다. 남은 유일한 위협은 김 회장의 형사책임뿐이었다.
그런데 검찰의 행보는 기이할 정도로 MBK의 이해관계와 일치했다. 혐의 액수를 줄여 총수의 관여 여지를 지웠고, 기소를 강하게 주장하던 반부패수사3부 대신 반부패수사2부로 사건을 재배당했다.
결국 새 수사팀은 김 회장에 대해 '무혐의 의견'을 상부에 보고하기에 이르렀다. MBK가 절박하게 원했던 최상의 시나리오를 검찰이 단계별로 완성해 준 꼴이다.
수사팀 교체와 무혐의 보고… '법왜곡죄' 규명 피할 수 없다
김현정 의원이 사건 지휘 라인의 정점에 있던 박철우 전 서울중앙지검장(현 서울중앙지방공소청장)을 정조준하며 직권남용과 '법왜곡죄' 적용을 주장한 것은 결코 과도한 정치 공세로 치부할 수 없다.
수사기관이 객관적 증거와 감독 당국의 공식 조사 결과를 쥐고도 합리적 이유 없이 범죄 혐의를 고의로 축소하거나 특정인에게 면죄부를 주려 했다면, 이는 사법 정의를 농단한 중대 범죄다. 올해 3월부터 시행된 법왜곡죄는 바로 이런 부당한 법 집행을 처벌하기 위해 도입된 법안이다.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수많은 채권 투자자의 피눈물이 걸린 사건이다. 금융감독원은 국감에서 마지못해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공들여 입증한 1조 8,903억 원의 진실을 법정에 세우기 위해 검찰의 수사 과정 전반에 대해 명백한 해명을 요구해야 한다.
검찰 역시 수사팀 재배당과 혐의 축소 과정에 외압이나 유착이 없었는지 독립적인 감찰이나 특검을 통해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침묵과 축소로 거대 사모펀드의 방패막이를 자처하는 검찰이라면, 더 이상 '공익의 대표자'라 불릴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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