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환경=정이든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이 글쓰기와 검색을 넘어 냉장고 정리, 집안일, 식물 관리, 시각장애인의 일상까지 파고들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AI 앱들의 공통점은 거창한 기술을 내세우기보다 시민들이 매일 마주치는 작고 귀찮은 문제를 해결한다는 데 있다.냉장고 사진 한 장이 오늘의 요리로‘삼성 푸드(Samsung Food)’는 냉장고나 식재료를 촬영하면 인공지능이 재료를 파악해 음식 목록에 추가하고, 보유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제안한다. 장보기 목록과 식단 계획을 만들고 남은 재료의 활용법도 찾을 수 있어 음식물 낭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다만 사진 속 식재료를 완벽하게 인식하는 것은 아니다. 상했는지 여부나 알레르기 위험까지 사진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인식 결과와 소비기한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방 청소해”를 실행 가능한 순서로 바꾼다‘고블린 툴스(Goblin Tools)’는 막연하고 부담스러운 일을 작은 행동 단위로 나눠주는 앱이다. ‘방을 정리한다’고 입력하면 쓰레기 치우기, 세탁물 모으기, 책상 정리하기처럼 바로 시작할 수 있는 단계로 쪼개준다.문장의 말투를 부드럽거나 공식적으로 바꾸고, 해야 할 일에 걸릴 시간을 가늠하거나 여러 선택지를 비교하는 기능도 갖췄다. 집안일이나 이사 준비, 여행 짐 싸기처럼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할 때 유용하다. 특히 계획 수립과 시간 관리에 어려움을 느끼는 시민에게 작은 출발점을 제공한다. 화분을 찍으면 이름과 관리법을 알려준다길에서 만난 꽃이나 집에서 시들어가는 화분의 사진을 찍어 종류를 찾아주는 앱도 있다. ‘픽처디스(PictureThis)’는 사진을 바탕으로 식물을 식별하고 물 주기와 빛의 양, 관리 방법 등을 안내한다. 잎의 반점이나 변색을 분석해 의심되는 원인을 제시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그러나 식물의 상태는 흙과 습도, 계절, 해충 등 여러 조건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독성 식물 여부나 농약 사용, 식용 가능성을 앱 결과만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와 반려동물이 있는 가정이라면 공공기관이나 전문가의 정보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시각 정보를 말로 바꾸는 ‘또 하나의 눈’AI 생활 앱 가운데 사회적 의미가 큰 사례는 ‘비 마이 아이즈(Be My Eyes)’다. 시각장애인과 저시력 시민이 사진을 보내면 ‘Be My AI’가 주변 사물이나 문서, 의류, 제품 포장 등을 말로 설명한다. 답이 충분하지 않으면 추가 질문을 이어갈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사람 자원봉사자에게 영상 통화로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메뉴판을 읽거나 옷의 색상을 구분하고, 집 안에서 물건을 찾는 등 그동안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던 순간에 이용자의 독립성을 높여주는 기술이다. 공식 앱 안내에 따르면 AI 이미지 설명은 여러 언어로 제공된다. 다만 의약품 구분, 이동 방향, 전기·화재 위험처럼 잘못된 설명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는 사람의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좋은 생활 AI는 ‘대신 결정하는 앱’이 아니다생활형 AI 앱의 강점은 대단한 결과물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냉장고 문 앞에서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시간, 어질러진 방을 보며 미루는 시간, 이름 모를 식물 앞에서 검색어를 떠올리는 시간을 줄여주는 데 있다.시민들이 확인해야 할 조건도 있다. 무료로 시작했더라도 핵심 기능에 구독료가 붙을 수 있고, 사진 속 얼굴이나 집 내부, 문서, 위치 정보가 외부 서버로 전송될 수 있다. 설치 전 개인정보 처리방침과 자동결제 조건을 확인하고, 주민등록번호·처방전·계좌정보처럼 민감한 자료는 촬영하거나 올리지 않는 편이 좋다.AI 생활 앱은 사람의 판단을 빼앗는 도구가 아니라 첫 행동을 쉽게 만들어주는 보조도구에 가깝다. 독특해 보이는 기술도 결국 오래 살아남으려면 하나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 앱은 시민들의 오늘을 실제로 얼마나 편하게 만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