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자금의 규모를 키웠지만, 위기의 근원인 석유·석탄·가스를 언제까지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는 합의하지 못했다.COP30 최종 결정은 개발도상국의 기후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2035년까지 모든 공공·민간 재원을 합쳐 연간 최소 1조3000억달러 규모의 기후재원을 조성한다는 방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 숫자는 선진국 정부가 매년 1조3000억달러를 출연하기로 약속한 확정 예산이 아니다.
▲ COP30의 ‘글로벌 무치랑 결정’(사진출처=AI ChatGPT 생성)
각국 정부와 국제개발은행의 공공자금뿐 아니라 민간투자, 개발도상국의 국내 재원까지 폭넓게 끌어모으겠다는 국제적 목표다. 막대한 숫자 뒤에 누가, 언제, 어떤 조건으로 돈을 낼 것인지는 여전히 선명하지 않다.더욱 뼈아픈 대목은 화석연료다. COP28에서 어렵게 채택한 ‘에너지 시스템에서 화석연료로부터 전환한다’는 합의를 구체적인 감축 일정과 실행계획으로 발전시키려 했지만, COP30 공식 결정문에는 이를 의무화하는 로드맵이 들어가지 못했다.COP30은 돈의 필요성에는 동의했지만, 기후위기를 만들어내는 연료를 실제로 퇴출시키는 정치적 시계는 다시 멈춰 세웠다.1조3000억달러와 3000억달러는 같은 약속이 아니다COP30의 ‘글로벌 무치랑 결정’은 개발도상국 기후대응 재원을 2035년까지 연간 최소 1조3000억달러로 확대하기 위한 행동을 시급히 추진한다고 규정했다.동시에 선진국이 주도해 개발도상국을 위해 동원해야 할 핵심 재원 목표로는 연간 최소 3000억달러가 제시됐다. 두 숫자의 법적·정치적 성격은 다르다.
▲ COP30의 개발도상국 기후대응 재원 비교 분석표
따라서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매년 1조30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해석은 정확하지 않다. 1조3000억달러는 각국 재정과 국제금융기관, 민간자본, 보증·대출·투자를 포함해 전체 금융 흐름을 키우겠다는 숫자에 가깝다.UNFCCC COP30 글로벌 무치랑 결정문은 1조3000억달러 확대를 위한 행동을 요구하지만, 국가별 납부액이나 연도별 조달 일정, 보조금과 대출의 비율, 목표 미달 때의 책임은 규정하지 않았다. ‘제공’이 아니라 ‘동원’ … 숫자가 커지는 방식기후협상에서 ‘제공한다’와 ‘동원한다’는 말은 전혀 다르다.제공은 정부가 예산을 직접 내놓는 의미가 강하다. 반면 동원은 공공자금이 보증이나 대출, 지분투자 등을 통해 민간자본을 끌어들인 금액까지 포함할 수 있다. 하나의 공공투자가 여러 단계의 금융을 유발하면 어느 범위까지 기후재원으로 계산할 것인지도 논란이 된다.OECD에 따르면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을 위해 제공·동원한 기후재원은 2023년 1328억달러, 2024년 1367억달러였다. OECD 기후재원 집계에 따르면 2035년 3000억달러 목표조차 현재 규모의 두 배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1조3000억달러에 도달하려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금융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문제는 재원의 질이다. 개발도상국은 고금리 외화대출로 태양광발전소나 방재시설을 건설하면 기후위기에 대응할수록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역설에 직면한다.수익을 만들기 쉬운 발전·전력망 사업에는 민간투자가 몰릴 수 있지만, 해수면 상승에 대비한 방조제나 가뭄 대응, 농민 보호, 보건체계 강화에는 투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민간자본만으로 적응재원 부족을 해결하기 힘든 이유다.‘얼마를 동원했는가’만큼 다음 사항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배경이다.- 보조금인가, 대출인가- 신규 재원인가, 기존 개발원조의 명칭만 바꾼 것인가- 실제 개발도상국에 도착한 순재원은 얼마인가- 이자와 원금 상환을 제외하면 실질 지원액은 얼마인가- 감축과 적응 가운데 어디에 사용됐는가적응재원 세 배 확대에도 부족한 돈COP30은 적응재원을 2035년까지 최소 세 배로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폭염과 홍수, 가뭄, 해수면 상승으로 이미 피해를 겪는 취약국에는 중요한 진전이다.그러나 목표 시점이 2030년이 아닌 2035년으로 설정됐다는 점과 기준 및 이행책임이 충분히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남았다.유엔환경계획(UNEP)은 개발도상국의 적응 비용이 2035년 연간 3100억~36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에 비해 UNEP 적응격차보고서 2025는 개발도상국으로 흘러간 국제 공공 적응재원은 2023년 260억달러였다. 필요한 금액의 약 12분의 1에 불과하다. 현재 적응재원을 세 배로 늘리더라도 필요액 전체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더구나 적응투자는 지연될수록 비용이 커진다. 방재시설과 조기경보체계에 미리 투자하지 않으면 재난 이후 인명 구조, 주택 복구, 농업 손실과 이주 대책에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간다.기후재원은 단순한 원조가 아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국가와 현재 피해가 집중되는 국가 사이의 책임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1.5도 목표와 멀어진 2035년 감축계획COP30은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이 제출하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이른바 차세대 NDC를 점검하는 무대이기도 했다.COP30 직전 집계된 64개국의 신규 NDC는 2019년 세계 배출량의 약 30%만을 포괄해 전체적인 결론을 내리기에는 제한적이었다. 이후 UNFCCC 2025 NDC 종합보고서, UNFCCC 업데이트 확대 집계에서는 제출된 신규 목표가 제대로 이행될 경우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35년까지 2019년보다 약 1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UNEP 배출격차보고서 2025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려면 2035년 세계 연간 배출량을 2019년보다 약 55% 줄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국가계획과 과학이 요구하는 감축량 사이에 거대한 간극이 존재한다. 12% 감축계획과 55% 감축 필요량의 차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그 사이에는 더 강한 폭염과 산불, 집중호우, 식량가격 상승, 생태계 붕괴와 기후이주가 놓여 있다.왜 ‘화석연료’ 두 단어가 결정문에서 사라졌나COP28의 ‘UAE 합의’는 국제기후협상 역사상 처음으로 에너지 시스템에서 화석연료로부터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COP30의 과제는 이 선언을 실제 로드맵으로 바꾸는 일이었다.그러나 석유와 가스 수출에 국가재정이 크게 의존하는 산유국, 석탄을 에너지안보와 산업성장의 기반으로 보는 신흥국, 감축 책임의 형평성을 강조한 일부 개발도상국의 반대가 부딪쳤다.개발도상국 일각에서는 선진국이 150년 넘게 화석연료를 사용해 성장한 뒤 금융과 기술지원은 충분히 내놓지 않으면서 가난한 국가에 똑같은 속도의 퇴출을 요구한다고 비판한다. 반대로 기후취약국과 유럽·중남미 일부 국가는 일정 없는 ‘전환’은 새로운 유전과 가스전 개발을 막지 못하는 빈말이라고 맞선다.유엔 기후협상은 사실상 모든 당사국의 합의를 요구한다. 주요 산유국이나 대형 배출국이 반대하면 강제력 있는 문구가 약화하거나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COP30에서도 결국 화석연료 전환의 구체적인 일정과 국가별 이행 의무는 공식 합의에 들어가지 못했다.브라질 COP30 의장국은 협상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공식 합의와 별도로 ‘공정하고 질서 있으며 형평성 있는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6년에도 이해관계자 협의와 실행조건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COP30 당사국 전체가 채택한 구속력 있는 결정이 아니다. 의장국이 주도하는 자발적 정치 프로세스라는 점에서 참여하지 않는 국가를 움직일 수단이 제한적이다.돈과 퇴출은 별개의 의제가 아니다기후재원과 화석연료 퇴출은 흔히 다른 협상 의제처럼 다뤄지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문제다.석탄발전소를 폐쇄하려면 노동자의 재취업과 지역경제 전환, 송전망과 저장장치 건설, 에너지 가격 충격을 완화할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석유 수출이 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가는 새로운 세원과 산업이 마련되지 않으면 퇴출 합의에 동의하기 어렵다.반대로 화석연료 감축 기준 없이 기후재원만 늘리면 청정에너지 사업과 동시에 새로운 가스전·송유관·석유화학시설에도 투자가 계속될 수 있다.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전력 부문 투자가 약 1조5000억달러에 이르러 석유·가스·석탄 공급 투자보다 약 50%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IEA 세계에너지투자 2025에 따르면 금융의 방향은 바뀌고 있지만 화석연료 투자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따라서 1조3000억달러가 진정한 기후재원이 되려면 새 화석연료 인프라를 확대하는 자금과 분리되고, 실제 배출 감축과 취약계층 보호 성과를 검증받아야 한다.1조3000억달러를 ‘정치적 숫자’로 끝내지 않으려면첫째, 선진국의 공공재원 확대 일정이 필요하다. 민간투자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적응과 손실·피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둘째, 최빈국과 군소도서국에는 대출보다 보조금을 우선해야 한다. 기후재난으로 빚을 지고, 그 빚 때문에 다시 방재투자를 줄이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셋째, 다자개발은행의 대출 여력을 키우되 환율·이자율 위험을 낮춰야 한다. 같은 태양광 사업도 아프리카나 남아시아에서는 높은 금융비용 때문에 선진국보다 훨씬 비싸질 수 있다.넷째, 재원 집계 기준을 통일해야 한다. 액면가 기준의 대출 전액을 지원액으로 계산할 것인지, 보조금 상당액만 인정할 것인지에 따라 숫자는 크게 달라진다.다섯째,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을 재원 배분 기준과 연결해야 한다. 석탄·석유·가스 의존도를 실제로 낮추고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국가에 장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 히말라야 빙하 붕괴, 네팔 구조 현장(사진출처=AI ChatGPT 생성)
한국에도 ‘남의 협상’이 아니다수출 제조업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COP30 이후의 기후정치는 산업·통상·외교 문제다.한국이 2035년 감축목표를 실제 정책으로 옮기려면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저장장치, 산업공정 전환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목표만 제출하고 석탄발전 폐쇄 일정이나 산업부문의 감축수단을 미루면 국제사회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동시에 선진 공여국으로서 국제기후재원에 어떤 규모와 방식으로 참여할지, 지원을 보조금과 저리금융 가운데 어떻게 구성할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국내 감축과 개도국 지원은 서로 대체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라 함께 수행해야 할 책임이다.기자의 시선COP30이 남긴 가장 큰 질문은 “세계에 돈이 부족한가”가 아니다. 세계의 돈을 어느 방향으로 흐르게 할 정치적 의지가 있는가이다.연간 1조3000억달러는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숫자가 아니다. 이미 세계 에너지시장과 금융시장에서는 그보다 훨씬 큰 자금이 매년 움직인다. 문제는 기후재난을 막고 취약한 사람을 보호하는 사업보다 단기 수익과 화석연료 개발에 자본이 더 쉽게 흘러간다는 데 있다.화석연료 전환 시계가 없는 기후재원은 불을 끄는 돈과 불을 키우는 돈이 동시에 집행되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 반대로 재정과 기술지원 없는 화석연료 퇴출 요구는 가난한 국가에 성장과 에너지 접근을 포기하라는 압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COP30은 두 문제를 연결하는 데 실패했다. 돈의 목표는 키웠지만 책임표와 조달표를 완성하지 못했고, 화석연료 전환의 필요성은 확인했지만 시한과 의무를 합의하지 못했다.이제 1조3000억달러의 진실성은 정상회의 연설이 아니라 실제 예산, 보조금 비율, 집행 속도와 배출량 감소로 판단해야 한다.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 역시 참여국 수가 아니라 신규 탄광·유전·가스전 계획이 얼마나 취소되고 기존 시설이 얼마나 공정하게 폐쇄되는지로 평가해야 한다.기후정치의 시간은 회의 일정에 따라 흐르지만, 기후위기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