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지켜보고 있다” 관음증에 앓는 대한민국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16-10-04 23:02:39 댓글 0

‘몰래’라는 수식어는 꽤나 짜릿한 호기심을 동반한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과 함께 스마트해진 몰카의 대량 확산은 단순 호기심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단순 훔쳐보기를 개인의 성적 취향이라고 자비를 가지고 해석할 수는 있으나 카메라의 눈으로 몰래 지켜본 누군가의 삶은 노출되는 순간 불특정 다수인 대중의 볼거리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최근 연예인, 공무원들의 몰카 범죄에 더욱 엄정한 잣대를 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연예인도 빠진 ‘몰카의 유혹’


가수 정준영이 여자친구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4차원적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던 그는 이번 일로 인기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서 하차하게 됐다.


앞서 지난 2월 정준영의 전 여자친구인 A씨는 정씨가 성관계 중 휴대전화로 자신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다 며칠 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소를 취하했다.


그러나 경찰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정씨의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이와 관련해 정준영은 지난 9월25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동영상은 올해 초 교제하던 시기에 상호 인지 하에 장난삼아 촬영했고 바로 삭제 했다”며 “바쁜 스케줄로 여성분에게 소홀해지는 과정에서 다툼이 생겼고, 우발적으로 여성분이 촬영 사실을 근거로 신고를 했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논란에 결국 정씨는 출연 중인 KBS2 TV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에서 하차하게 됐다.


1박2일 제작진은 9월29일 “멤버 정준영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정준영 본인의 의견을 충분히 받아들여 조사 결과에 상관없이 자숙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며 “정준영은 ‘1박2일’ 동료들과 그동안 사랑을 보내주셨던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아직 검찰의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조사 발표 후에 정확한 거취를 다시 한 번 결정할 예정”이라며 “기존 촬영분은 시골마을 주민들과 함께한 관계로 불가피하게 정준영 출연분이 방송될 수 있다”며 양해를 부탁했다.


신종 직업 등장


현재 정씨의 성관계 영상을 여자친구와의 합의 하에 찍은 것인지에 대한 여부를 판단하고 있어 몰래카메라다, 아니다 라고 판단할 수 없다. 그러나 연인 간의 성관계 영상과 사진은 향후 협박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도 있어 신중한 자세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온라인에 남아있는 과거의 기록을 지우기 위해 신종 직업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른바 ‘디지털 장의사’라 불리는 이들이다. 현재 국내에는 15개 디지털 장의사 업체가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벤지 포르노나 몰래카메라(몰카) 유포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들은 의뢰인의 위임을 받아 글과 사진, 동영상 등 각종 게시물을 대신 지워주는 일을 한다. ‘디지털 장의사’는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3월 발표한 ‘5년 내 부상할 신직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1호 디지털 장의사 업체인 산타크루즈컴퍼니 홈페이지에서는 ‘동영상 삭제 비용 문의’ ‘유포 동영상 삭제 신청’ ‘과거를 지우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해당 업체 김호진 대표는 “지난해부터 몰카 영상이나 리벤지 포르노 삭제 의뢰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된 개인의 성행위 동영상 삭제 민원은 3636건으로 2014년 1404건에 비해 2.4배나 증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몰카 범죄 적발 건수는 2010년 1134건에서 지난해 7623건으로 5년간 7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스스로 신체 부위나 사생활을 찍은 촬영물을 제3자가 동의 없이 유포해도 명예훼손죄만 적용될 뿐 성폭력 범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극적인 영상으로 클릭수가 오르면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인터넷 시장이 형성돼 있다”며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선 단속을 철저히 하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몰래 카메라 용도로 쓰이는 소형 카메라 구입이 너무 쉬운 점도 문제다. 스마트폰 무음 카메라 어플도 규제되지 않고 있다.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성범죄전문법률사무소 관계자는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경우 화장실이나 탈의실과 같은 장소에서 이뤄지는 계획범죄가 있는 반면, 지나가는 여성의 뒷모습이나 다리를 찍는 등의 호기심 어린 경미한 행동으로도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선처 받지 못한다면 20년간 신상등록이 되어야 하는 만큼 빠른 시일 안에 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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