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서비스 혁신보다 ‘간판 갈이’…더그랜드롯데 논란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8-13 07:35:06 댓글 0
“글로벌 체인처럼 브랜드만 늘린다고 경쟁력 생기나” 비판

 롯데호텔앤리조트가 오는 1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을 리뉴얼한 ‘더그랜드롯데 서울’을 개관한다.

 

롯데호텔이 기존 롯데호텔 서울에 최상위 브랜드라는 새로운 간판을 내거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축하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호텔의 본질적인 경쟁력은 그대로인데 이름만 고급스럽게 바꾸는 ‘간판 갈이’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호텔업에서 브랜드는 단순한 이름이 아니다.

 

고객이 기꺼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할 수 있을 만큼 차별화된 시설과 서비스, 경험이 축적돼야 비로소 브랜드의 가치가 생긴다. 따라서 더그랜드롯데가 진정한 최상위 브랜드로 자리 잡으려면 기존 롯데호텔과 무엇이 다른지부터 소비자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13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호텔은 기존 롯데호텔 브랜드를 중심으로 시그니엘, L7, 롯데시티호텔, 브리브 등을 운영하는 데 이어 더그랜드롯데를 추가하며 다층적인 브랜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럭셔리부터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호텔까지 고객층을 세분화하고 최상위 시장을 별도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호텔이 이런 전략을 택한 것은 글로벌 호텔 체인들의 성공 사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힐튼과 메리어트, IHG 등 글로벌 호텔 기업들은 수십 개의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고객의 소득 수준과 여행 목적, 연령, 취향에 따라 시장을 세분화한다. 하나의 호텔 브랜드에 모든 고객을 담기보다 각 브랜드에 명확한 색깔을 부여해 시장을 넓혀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롯데호텔이 글로벌 호텔 체인처럼 브랜드 숫자를 늘린다고 해서 같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호텔 체인들이 수많은 브랜드를 거느릴 수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계 곳곳에 구축한 수천 개 호텔 네트워크, 막강한 멤버십 프로그램, 글로벌 예약 플랫폼, 수십 년간 축적된 서비스 운영 노하우가 뒷받침하고 있다. 브랜드별로 어떤 고객을 겨냥하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에 대한 시장의 인식도 상당히 명확하다.

 

반면 롯데호텔은 국내 호텔업계에서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갖고 있지만 글로벌 체인과 비교하면 해외 네트워크와 글로벌 고객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여전히 국내 사업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브랜드 확장에 먼저 나서는 것은 자칫 ‘글로벌 체인의 외형만 따라 하는 전략’​으로 비칠 수 있다.

 

무엇보다 브랜드 숫자가 늘어날수록 소비자가 느끼는 차별성이 중요하다. 시그니엘, L7, 롯데시티호텔에 이어 더그랜드롯데까지 등장하면서 각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가 명확하지 않으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혼란이 커질 수 있다. 결국 ‘이름만 다른 롯데호텔’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이번 더그랜드롯데 서울은 새로운 부지에 처음부터 지은 호텔이 아니라 기존 롯데호텔 서울을 리뉴얼해 출범한다는 점에서 더욱 까다로운 평가를 받을 전망이다.

 

리뉴얼을 통해 시설과 서비스를 얼마나 개선했느냐와 별개로 기존 롯데호텔과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든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가격도 관건이다.

 

최상위 브랜드라는 이름을 내걸면서 객실 가격과 식음료 가격 등을 프리미엄 수준으로 책정한다면 고객은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객실을 고급스럽게 꾸미거나 브랜드명을 바꾸는 수준으로는 고객의 지갑을 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경쟁자인 호텔신라는 신라, 신라모노그램, 신라스테이 등 비교적 단순한 브랜드 체계를 운영하며 각각의 브랜드에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신라호텔은 최상위급 호텔이라는 이미지를, 신라스테이는 비즈니스호텔이라는 정체성을 구축하는 식이다. 브랜드 숫자보다는 각각의 브랜드가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느냐에 무게를 둔다.

 

롯데호텔은 이미 시그니엘을 통해 최상위급 호텔 시장에 진입한 상태다. 그럼에도 다시 더그랜드롯데라는 최상위 브랜드를 추가하면서 기존 브랜드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지도 과제가 됐다.

 

소비자 입장에서 ‘시그니엘과 더그랜드롯데는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브랜드 확장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호텔업황이 둔화되고 국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롯데호텔이 해외 사업 확대나 서비스 혁신 같은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보다 브랜드 체계 개편을 통한 이미지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호텔산업 전문가는 “힐튼이나 메리어트가 수십 개 브랜드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은 간판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뒤에 글로벌 운영 역량과 충성 고객 기반이 있기 때문”이라며 “롯데호텔은 브랜드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각각의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어떤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부터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더그랜드롯데의 성공 여부는 브랜드 이름이 아니라 ‘롯데호텔 서울과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답을 얼마나 명확하게 내놓느냐​에 달렸다.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와 시설의 차이가 없다면 아무리 ‘그랜드’라는 이름을 붙여도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기는 어렵다.

 

호텔업계에서는 “호텔은 간판보다 서비스가 브랜드를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호텔이 글로벌 호텔 체인의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을 본격적으로 따라가려면 먼저 브랜드별 서비스 수준과 고객 경험을 확실하게 차별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더그랜드롯데가 롯데호텔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지, 아니면 기존 호텔에 새 이름만 붙인 또 하나의 브랜드로 남을지는 소비자들이 판단할 문제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간판을 바꾸는 것은 쉽지만 고객의 평가를 바꾸는 것은 어렵다”며 “롯데호텔이 이번 브랜드 개편을 통해 보여줘야 할 것은 새로운 이름이 아니라 그 이름에 걸맞은 실질적인 경쟁력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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