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사회주택 보증금 미반환 확산…‘공공이 관리한 주택’ 책임 어디까지인가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8-12 14:15:22 댓글 0
녹색친구들 관련 16세대 보증금 미반환…추가 대출 이자까지 부담
청년 주거 안정을 내세워 도입한 서울시 사회주택에서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발생하면서 사업 구조와 공공의 관리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민간 운영사의 재무 악화가 세입자의 보증금 손실 위험으로 이어지면서,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단순한 사업 지원기관을 넘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시의회 이소라 의원(사진)은 11일 열린 제338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주택공간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 사회주택 보증금 미반환 사태에 대한 긴급 현안 보고를 받고 서울시와 SH공사에 피해 현황을 보다 세밀하게 파악하고 실질적인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6세대 보증금 미반환…문제는 ‘반환 지연’에서 끝나지 않는다

 서울시 사회주택은 2015년 도입된 공공·민간 협력형 임대주택 모델이다.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장기 거주를 지원한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토지지원리츠 방식의 사업장에서 운영사인 녹색친구들의 재무 상황이 악화되면서 세입자들의 전세 보증금이 제때 반환되지 못하면서 불거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보증금 미반환 피해 세대는 총 16세대다.

문제는 보증금 반환이 늦어지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퇴거 후 다른 주택으로 이동해야 하는 세입자 가운데 일부는 기존 전세대출 이자를 부담하는 상황에서 추가 대출까지 받아야 해 이중의 금융 부담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소라 의원은 “사태 발생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각 세대의 구체적인 피해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공공의 방임”이라며 “연체료와 추가 대출 이자 등 실제 피해를 세밀하게 조사해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과 공공기관 사이의 소통 창구가 부족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 직무대리는 피해 상황을 정기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간담회 등 제도적 소통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H 관리·감독 책임론…‘직접 계약 당사자가 아니다’로 끝낼 문제인가

 이번 사태에서 또 하나의 쟁점은 SH공사의 관리·감독 책임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SH공사와 녹색친구들 간 협약서 및 토지임대차계약에 사업자의 중대한 위반이 발생할 경우 계약 해지나 자격 박탈이 가능한 조항이 있었음에도 운영사의 재무 악화를 적기에 통제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SH공사 측은 직접적인 계약 주체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공공의 이름으로 추진된 임대주택 사업에서 민간 운영사의 재무 부실이 장기간 누적되고 결국 세입자 보증금 문제로 이어졌다면, 단순히 계약 관계만을 기준으로 책임 범위를 나누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올 수밖에 없다.

이소라 의원은 “공공이 사업자 자격을 유지해 주며 상황을 방치한 만큼 분명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충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의원은 기존 대책으로 구제되지 않는 피해자를 위한 별도의 ‘플랜B’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공 브랜드를 믿고 입주했다면 책임도 달라져야 한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민간 운영사의 경영 실패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사회주택이 일반 민간 임대주택과 다른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입주자 입장에서 사회주택은 서울시와 SH공사가 제도적으로 관여하고 공공성이 강조된 주택이다.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더라도 시민들은 일정 부분 공공의 관리와 감독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운영사의 재무 부실 위험이 그대로 세입자의 보증금 미반환으로 전가됐다면 사업 구조 자체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특히 운영사 선정 단계에서 사회적 가치뿐 아니라 임대보증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재무 건전성을 얼마나 충분히 검증했는지, 사업 운영 과정에서 부채 증가나 유동성 악화 신호를 얼마나 면밀하게 감시했는지가 핵심적인 점검 대상이 돼야 한다.

또 사업장별 보증금 보증 가입 여부와 운영사의 체납·부실 여부를 상시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실제로 작동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피해자 구제와 책임 추궁은 따로 갈 수 없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피해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어떻게 돌려줄 것인지다.

국토부와 HUG, 서울시와 SH공사가 매입임대 전환이나 보증 이행 등 가능한 수단을 놓고 적극적으로 협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선구제 후구상권 청구’와 같은 방식은 재원과 법적 근거, 보증 가입 여부, 계약 구조 등에 따라 적용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실제 실행 여부는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여러 기관을 각각 찾아다니며 해결책을 요구하는 구조를 그대로 두지 않는 것이다.

서울시와 SH공사는 피해 세대별 보증금 규모와 대출 상황, 이사 여부, 추가 금융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지원책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사회주택의 문제는 ‘좋은 취지’가 아니라 관리의 실효성이다

 사회주택은 청년과 주거 취약계층의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정책이다.

하지만 공공과 민간이 역할을 나눠 추진하는 사업일수록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순간 문제가 커질 수 있다.

민간 사업자가 운영을 맡았다는 이유로 공공이 뒤로 물러서고, 공공이 제도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민간의 경영 책임까지 모두 떠안을 수도 없다.

결국 필요한 것은 역할과 책임을 사전에 명확하게 나누는 구조다.

운영사의 재무 상태가 일정 기준 이하로 악화될 경우 사업자 교체나 관리 강화에 들어갈 수 있는 장치, 보증금 반환 위험이 커질 경우 조기에 경고하고 대응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이번 사태처럼 실제 보증금 미반환이 발생한 뒤에야 관계기관 간 협의가 시작된다면 제도는 사실상 사후 대응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단순히 16세대의 보증금 반환 문제가 아니다.

공공의 이름을 붙인 임대주택 사업에서 민간 운영사의 부실을 어디까지 관리할 것인지, 위험이 현실화됐을 때 누가 어떤 방식으로 세입자를 보호할 것인지가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서울시와 SH공사, 국토부와 HUG가 내놓아야 할 답 역시 단순한 유감 표명이나 일률적 지원책이 아니다.

피해 세대별 상황을 반영한 실질적인 구제책과 함께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운영사 선정과 재무 관리, 보증금 보호체계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 이번 사태가 던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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