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건설사와 전력기기 업체 간 공급 협력을 넘어 데이터센터의 설계·조달·시공(EPC)부터 전력 인프라와 차세대 배전 시스템까지 묶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전력 확보와 전력기기 조달이 사업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양사의 협력이 실제 데이터센터 사업 경쟁력을 얼마나 끌어올릴지가 관건이다.
GS건설은 10일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에서 허윤홍 GS건설 대표,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채대석 LS일렉트릭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AI 데이터센터 사업환경 변화에 따른 공동 대응’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일반적인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전력과 냉각능력이 요구되는 AI 데이터센터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됐다.
AI 연산에 사용되는 GPU 등 고성능 반도체가 대규모로 배치되면서 데이터센터 한 곳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량과 전력 밀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사업에서는 부지와 건물을 확보하는 것만큼 안정적인 전력 인입과 변압·배전시설을 적기에 확보하는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다.
‘건물 먼저’에서 ‘전력 먼저’로 바뀌는 데이터센터 경쟁
과거 데이터센터 개발에서는 입지와 건설비, 통신망 등이 주요 경쟁 요소로 꼽혔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전력 확보가 사실상 사업 가능성을 결정하는 선행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지 못하면 데이터센터를 완공하더라도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GS건설과 LS일렉트릭의 이번 협력도 이 같은 시장 변화를 겨냥했다.
양사는 GS건설이 추진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LS일렉트릭의 주요 전력기기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모듈러 데이터센터 ▲직류(DC) 배전 기반 전력 솔루션 ▲전력 인프라 기술교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설계·기술 요구사항 공동 대응 등 차세대 데이터센터 기술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한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분야가 DC 배전이다.
데이터센터 내부의 IT 장비들은 최종적으로 직류전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전력 변환 단계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방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력 손실과 변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줄이는 것은 AI 데이터센터의 운영비용을 낮추는 데도 중요한 요소다.
AI 데이터센터 최대 병목은 ‘전력’
데이터센터 업계에서는 AI 시대의 데이터센터 경쟁력이 단순한 건축 기술이 아니라 ‘전력 인프라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에는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전력 계통 확보와 변압기·배전반 등 핵심 전력기기의 조달 일정이 전체 사업기간을 좌우할 수 있다.
전력설비 공급이 늦어질 경우 건물이 완공되더라도 데이터센터 가동이 지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 GS건설이 사업 초기부터 LS일렉트릭과 전력설비 공급 일정을 연계하는 것은 프로젝트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 일정과 전력기기 생산·납품 일정을 사전에 맞출 수 있다면 데이터센터 구축기간을 예측하기 쉬워지고 발주처에도 보다 안정적인 사업 일정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는 건설비뿐 아니라 ‘언제 전력을 공급받아 서버를 가동할 수 있느냐’가 투자 결정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어 전력 인프라 확보 능력 자체가 수주 경쟁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모듈러·DC배전…‘얼마나 빨리 짓고 적게 쓰느냐’ 경쟁
또 하나의 핵심은 공사기간 단축이다.
AI 기술과 반도체 성능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데이터센터 사업자 입장에서는 시설을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고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는지가 투자수익률과 직결된다.
이에 따라 공장에서 주요 시설을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방식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모듈러 데이터센터는 표준화된 설계와 반복 생산을 통해 현장 공사를 줄이고 데이터센터 증설에도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GS건설의 건설·EPC 경험과 LS일렉트릭의 전력설비 기술이 결합할 경우 건축과 전력시설을 각각 발주하는 기존 방식보다 통합적인 설계가 가능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이 이번 협력을 단순한 기자재 공급계약보다 ‘AI 데이터센터 공급망 협력’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이유다.
냉각 기술도 전력만큼 중요
다만 AI 데이터센터 경쟁력을 전력 공급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성능 GPU가 대규모로 가동될수록 전력 소비와 함께 상당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냉각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서버에 공급하는 전력이 증가하면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 역시 늘어날 수 있어 전력·냉각·건축설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최적화해야 한다.
특히 고밀도 AI 서버 환경에서는 기존 공랭식 냉각뿐 아니라 액체냉각 등 다양한 방식에 대한 대응능력도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기술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결국 GS건설과 LS일렉트릭의 협력이 실질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전력기기 공급을 넘어 전력효율과 냉각, 공간 배치, 운영효율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단계까지 발전해야 한다.
글로벌 빅테크 수주전…‘기술 표준 대응’이 관건
이번 협약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글로벌 빅테크 고객의 설계·기술 요구사항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사업은 발주 기업마다 전력 안정성, 에너지 효율, 설비 이중화, 유지관리 등에 대한 요구조건이 다르다.
따라서 단순히 건물을 시공하는 능력만으로는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GS건설의 EPC 수행 능력과 LS일렉트릭의 전력 솔루션을 사업 초기 설계 단계부터 결합한다면 글로벌 고객의 기술 요구에 맞춘 패키지 제안이 가능해질 수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높은 수준의 전력 안정성과 효율적인 전력 운영 역량이 요구되는 만큼 전력 인프라 경쟁력이 성패를 좌우한다”며 “전력기기 적기 공급은 물론 차세대 솔루션과 글로벌 고객 요구사항까지 공동 대응해 시장 내 주도권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는 이제 ‘부동산 사업’이 아니다
과거 데이터센터 개발은 좋은 부지를 확보하고 건물을 짓는 부동산·건설사업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부지를 확보해도 필요한 전력을 받지 못하면 사업을 시작할 수 없고, 전력을 확보하더라도 전력기기와 냉각 인프라가 따라오지 못하면 AI 서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
결국 AI 데이터센터는 건축과 전력, 냉각, 반도체, 통신이 결합된 거대한 산업 인프라 사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GS건설과 LS일렉트릭의 협력 역시 이런 산업구조 변화의 연장선에서 볼 필요가 있다.
건설사는 전력기술을 사업 초기부터 확보하고, 전력기기 업체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보다 깊숙이 참여하는 형태다.
다만 MOU 자체가 경쟁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프로젝트에서 전력 확보 기간을 얼마나 줄였는지, 전력 사용 효율을 얼마나 개선했는지, 공사기간과 운영비용을 얼마나 낮췄는지가 최종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AI 데이터센터 경쟁은 결국 ‘누가 더 큰 건물을 짓느냐’가 아니라 ‘누가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공급하며, 가장 빨리 가동하느냐’의 싸움으로 이동하고 있다.
GS건설과 LS일렉트릭의 이번 동맹이 국내 협력을 넘어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에서 실제 수주 경쟁력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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