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인데 ‘총재’로 불리는 박상진…산은 18년 만에 ‘총재시대’ 회귀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8-12 14:27:32 댓글 0
정책금융 넘어 경제정책 전면에…“장관급 위상” 평가
▲박상진 회장
최근 산업은행 임직원들 사이에서 박상진 회장을 ‘총재’라고 부르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직함은 회장이지만 대형 정책금융 사업을 직접 챙기며 경제정책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우면서 과거 총재 시절의 위상이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12일 관가와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08년 권위주의적 색채를 벗겠다는 취지로 54년간 사용했던 ‘총재’ 직함을 폐지하고 회장 체제로 전환했다. 총재라는 명칭에 담긴 관료적·권위주의적 이미지를 걷어내고 금융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18년이 지난 지금 산업은행 내부에서 다시 ‘총재’라는 호칭이 등장했다. 단순한 별칭을 넘어 박 회장의 행보가 과거 총재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박 회장은 올해 산업은행의 핵심 과제로 산업·기업 육성과 생산적 금융 확대 등을 내걸었다.

정부 역시 산업은행에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과 산업구조 재편을 적극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실제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월 박 회장을 만나 산업구조 재편과 정책금융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6개 정책금융기관이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협의체까지 구성하면서 박 회장의 정책금융 행보는 더욱 넓어졌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 회장의 존재감까지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박 회장의 대외적 위상이 한국은행 총재에 견줄 만큼 커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책은행 수장으로서 정부 정책을 지원하는 역할을 넘어 거시경제와 산업정책 전반에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책은행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과 은행장 개인의 권한과 위상이 커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대형 정책사업에 조직의 관심과 역량이 집중되면서 정작 산업은행의 본업인 기업금융 현장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산업은행은 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정책금융기관이다.

시장 상황을 누구보다 빨리 파악하고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핵심 업무다. 거대한 정책펀드를 만들고 국가적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선 기업금융 업무가 느려진다면 본말이 전도될 수밖에 없다.

실제 산은 내부에서는 최고경영진의 관심이 대형 정책과제에 쏠리면서 실무 부서의 결재가 늦어지고 업무가 적체된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책금융 확대라는 명분 아래 조직의 상당한 역량이 대형 과제에 투입되면서 일선 직원들의 업무 부담과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박 회장은 산업은행에서 약 30년간 근무한 첫 내부 출신 회장이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인 만큼 조직 운영에 대한 기대도 컸다. 그렇다면 외부에 보이는 정책금융 성과 못지않게 내부 의사결정의 속도와 효율, 현장 금융의 경쟁력을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과거 ‘총재’라는 직함을 없앤 것은 단순히 명패의 글자를 바꾼 일이 아니었으며 권위주의적 조직문화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이었다”며 “권한과 위상은 오히려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는 의미라면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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