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는 디스커버리의 글로벌 상표권과 지식재산권(IP)을 직접 확보해 해외 사업 확대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브랜드 사용권에 의존하는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IP를 확보한다는 점에서는 중장기 성장전략의 의미가 적지 않다.
그러나 재계와 자본시장이 바라보는 지점은 1100억원이라는 투자금액에만 머물지 않는다. 김 회장의 강력한 오너십 아래 이뤄지는 대규모 투자라는 점과 함께 김 회장 일가의 개인회사인 ‘에프앤코’가 그룹 지배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00% 자회사에서 오너 개인회사로…에프앤코의 변신
에프앤코는 F&F그룹 지배구조를 들여다볼 때 빼놓기 어려운 회사다.
당초 F&F가 지분 100%를 보유했던 회사였지만 2009년 김 회장이 지분을 넘겨받으면서 오너 개인회사 성격으로 전환됐다. 현재 김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88.96%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목할 부분은 에프앤코가 단순한 가족회사에 머물지 않고 F&F그룹 지배구조와 직접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2023년부터 자신이 보유한 F&F홀딩스 지분 일부를 에프앤코에 잇따라 넘겼다. 2023년 4월 약 200억원, 같은 해 7월 약 80억원 규모의 블록딜이 이뤄졌고 2024년 2월에도 약 100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어졌다. 이를 통해 에프앤코의 F&F홀딩스 지분율은 4.84%까지 높아졌다.
개별 지분 거래 자체만으로 위법성을 논하기는 어렵다. 다만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일련의 거래를 거치면서 형성된 지배구조다.
F&F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김 회장이며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도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비상장사 에프앤코까지 F&F홀딩스 지분을 보유하면서 그룹 지배구조에서 에프앤코의 존재감이 한층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남 김승범 대표 선임…‘승계 지렛대’ 관측 나오는 이유
시장에서는 지분 이동의 시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김 회장의 F&F홀딩스 지분 일부가 에프앤코로 이동한 이후 장남 김승범씨가 에프앤코 대표에 올랐다. 김 대표는 F&F 디지털본부 총괄을 맡아온 인물로 F&F홀딩스 지분도 6.70%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에프앤코가 향후 F&F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상장 가족회사가 그룹 지주회사 지분을 보유할 경우 향후 지분 이전이나 지배력 재편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의 지분구조만으로 구체적인 승계 방식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개인회사인 에프앤코가 어떤 목적으로 F&F홀딩스 지분을 확대했는지, 향후 그룹 지배구조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 31일 “에프앤코 자체의 사업 성과와 별개로 지주회사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가족회사라는 점에서 승계와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오너 일가의 지배력과 상장회사 일반 주주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2의 MLB’ 성공하면 선구안 입증…실패하면 주주 부담
이 같은 상황에서 김 회장이 다시 1100억원을 투입해 디스커버리 글로벌 IP 확보에 나선 점도 주목된다.
김 회장은 그동안 MLB와 디스커버리 등 브랜드 사업을 성장시키며 F&F의 외형 확대를 이끌었다. 특히 MLB의 해외 진출 성공은 김 회장의 브랜드 발굴과 투자 능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디스커버리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제2의 MLB’로 자리 잡는다면 이번 1100억원 투자는 F&F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 결정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글로벌 시장 확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IP 확보에 들어가는 1100억원뿐 아니라 향후 해외 매장 확대와 유통망 구축, 현지 마케팅 등에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사의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투자 성과에 따른 손익은 결국 F&F와 주주가 함께 부담하게 된다.
오너의 ‘과감한 결단’ 넘어 이사회 견제·투명성 보여줘야
F&F의 성장 과정에서 김 회장의 강력한 오너십이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브랜드 투자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해외 투자가 확대될수록 오너 개인의 이해관계와 상장사의 이해관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지배구조 역시 중요해진다.
특히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가 그룹 지주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대규모 투자와 계열사 간 거래가 어떤 절차와 판단을 거쳐 결정되는지 시장에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의 개인회사인 에프앤코가 F&F홀딩스 지분을 보유하고 장남이 대표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그룹 승계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시장의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디스커버리 글로벌 IP 투자를 바라보는 시장의 판단 기준은 하나가 아니다.
1100억원을 투입한 디스커버리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느냐는 사업적 성과와 함께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사회가 충분한 검토와 견제 역할을 수행했는지, 오너 개인회사와 상장사 사이의 이해관계가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는지도 함께 평가받게 된다.
김 회장이 MLB에서 보여준 성공 방정식을 디스커버리에서도 재현한다면 F&F는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에프앤코를 둘러싼 지배구조와 승계 논란에 대한 시장의 의문까지 해소하지 못한다면, 1100억원의 ‘베팅’을 둘러싼 평가는 사업 성과만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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