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가 법제화에 앞서 산업 현장에서 먼저 65세 정년을 요구하면서 사회적 논의에 불을 지피는 모습이다.
24일 노동계와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최장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법정 정년 사이에서 발생하는 소득 공백을 줄이고 고령 노동자의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정년 연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지난해에는 최장 64세 정년 연장을 요구했지만 올해는 요구 수준을 65세로 높였다. 단순히 개별 기업 노조의 임단협 요구를 넘어 법정 정년 연장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사회적 기준을 먼저 제시한 셈이다.
노동계는 정년 연장이 더 이상 일부 대기업 근로자의 고용 보장을 위한 요구가 아니라 고령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과제라고 주장한다.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국민연금 수급 시점도 늦어지는 상황에서 법정 정년 60세만 유지할 경우 퇴직 이후 연금을 받기까지 소득이 끊기는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계속 늦어지는데 법정 정년만 60세에 묶어놓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정년 65세는 특정 노조의 요구라기보다 고령화 사회에서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정년 연장을 둘러싼 사회적 분위기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과거에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과 청년 일자리 감소 우려가 정년 연장 논의의 핵심 걸림돌로 작용했지만 최근에는 고령 인력의 고용 안정과 소득 공백 해소 필요성이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법정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법정 정년의 불일치를 줄여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으면서다. 노동계에서는 이를 정년 연장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이미 일정 부분 형성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노동시장 전문가는 “정년 연장은 이제 노동계만의 주장이 아니라 고령화와 연금 문제를 함께 풀기 위한 사회적 의제로 자리 잡고 있다”며 “과거처럼 정년 연장 자체를 놓고 찬반을 반복하기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연장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 넘어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가 65세를 요구하는 것도 이 같은 사회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법정 정년이 65세로 바뀌기 전에 국내 대표 제조업 현장에서 먼저 정년 연장을 현실화해 선례를 만들겠다는 의미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특히 현대차는 국내 제조업에서 상징성이 큰 기업이다. 현대차 노사가 65세 정년에 합의할 경우 다른 대기업과 제조업체의 정년 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노동계에서는 현대차의 선례가 향후 산업계 전반의 정년 연장 논의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재계가 임금체계 개편 등을 요구하는 것도 정년 연장 논의를 현실화하기 위한 과정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년 연장 자체를 막기보다는 연장된 고용 기간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감안하면 임금체계와 직무체계를 함께 손봐야 한다”며 “다만 정년 연장 자체를 거부하기보다는 고령 인력의 숙련도를 활용하면서 기업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청년 고용 문제도 정년 연장을 반대하는 논리로만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년을 연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기업의 신규 채용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령 근로자의 숙련 기술을 청년층에 전수하고 세대 간 역할을 재설계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정년 연장을 청년 일자리와 맞바꾸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고령 인력의 경험과 청년층의 새로운 기술을 결합할 수 있도록 직무를 재설계하는 것이 기업과 노동계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경우 전동화와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현장 숙련 인력의 중요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도 정년 연장 논의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생산 공정에 대한 이해와 품질 관리 경험, 후배 인력에 대한 기술 전수 등은 장기간 현장에서 축적된 숙련도가 중요한 영역이다.
결국 향후 핵심 쟁점은 ‘정년을 연장할 것인가’에서 ‘정년을 어떻게 연장할 것인가’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정년 65세라는 큰 방향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만큼 임금과 직무, 근로시간, 청년 채용 등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남은 과제라는 것이다.
한 노동경제학 교수는 “정년 65세 논의가 정치권과 노동계뿐 아니라 사회적 의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제는 정년 연장을 막을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연장된 고용기간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의 이번 요구는 이런 변화의 한복판에 있다. 법정 정년 연장을 기다리기보다 산업 현장에서 먼저 65세 정년을 요구해 제도 변화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정년 65세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이미 연장 필요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노조가 선제적으로 요구를 던지면서 노사 협상의 의미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의 합의 여부가 향후 국내 대기업 정년 협상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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