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역 참사 4년 만에 또 입환작업 사망…철도 현장 안전대책 어디까지 작동했나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9-01 07:32:51 댓글 0
종사자 사고 건당 사상자 1.38명…철도사고 전체 평균보다 약 1.9배 높아

 철도 전문가 “입환작업은 작업자 개인 주의에 의존해서는 안 돼…시스템 중심 안전관리 필요”

 
[데일리환경=안상석기자] 지난 8월 29일 의왕역에서 코레일 직원이 차량정리 작업 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2년 11월 오봉역에서 입환작업을 하던 코레일 수송원이 화차에 접촉해 숨진 지 약 4년 만에 또다시 유사한 작업 과정에서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사고 원인은 관계기관의 조사를 통해 규명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단순한 현장 작업자의 불운이나 개별 사고로만 바라보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철도 현장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의 인명피해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황희 의원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5년 전체 철도사고 사상자 27명 가운데 철도 현장에서 작업하다 사고를 당한 종사자는 9명으로 33.3%에 달했다. 철도사고 사상자 3명 중 1명이 현장 종사자였던 셈이다.
▲최근 5년 반 철도사고 중 산업재해 관련 사고 전체 내역

2021년에는 전체 사상자 32명 중 7명(21.9%), 2022년 59명 중 9명(15.3%), 2023년 23명 중 2명(8.7%), 2024년 26명 중 4명(15.4%)이 철도 현장 종사자였다. 2025년 33.3%는 최근 5년 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고는 10%인데 사상자는 18.9%…현장 종사자 사고의 위험성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사고 건수보다 인명피해의 규모다.

 최근 5년 반 전체 철도사고 241건 가운데 종사자가 피해를 입은 사고는 24건으로 10.0%였다. 그러나 이들 사고에서 발생한 사상자는 33명으로 전체 철도사고 사상자 175명의 18.9%를 차지했다. 33명 가운데 11명이 숨졌고 22명이 다쳤다.

사고 1건당 사상자로 환산하면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종사자 사고의 건당 사상자는 1.38명으로 전체 철도사고 평균 0.73명의 약 1.9배에 달했다.

 이는 철도 현장 종사자 사고가 일단 발생하면 중대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입환과 차량정리, 선로 점검·보수, 전차선 작업 등은 움직이는 열차와 화차, 고압 전기설비, 중량 장비와 가까운 거리에서 이뤄진다. 작은 의사소통 오류나 작업 절차의 누락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 작업이다.

 코레일 직원만의 문제가 아니다…업체 종사자 안전도 사각지대 없어야

종사자 인명피해가 코레일 직원에게만 집중된 것도 아니다.

 최근 5년 반 철도 현장 종사자 사상자 33명 가운데 코레일 직원은 17명, 코레일 소속이 아닌 업체 종사자는 16명으로 거의 절반씩을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종사자 사상자 9명 가운데 8명이 업체 종사자였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철도 안전은 발주기관과 원청, 협력업체를 구분해서 작동할 수 없다. 같은 선로와 차량, 전기설비를 다루면서 소속에 따라 안전교육이나 작업정보 전달, 위험작업 통제 수준에 차이가 발생한다면 사고 가능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전대책 역시 코레일 정규 직원 중심이 아니라 현장에 투입되는 협력업체와 외주업체 종사자까지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오봉역 이후 대책 있었는데…왜 유사 사고 반복됐나

 이번 의왕역 사고가 더욱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2022년 오봉역 사고의 기억 때문이다.

당시에도 입환작업 과정에서 코레일 수송원이 화차에 접촉해 숨졌다. 이후 철도 현장의 입환작업 안전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제기됐고 관련 안전대책도 마련됐다.

그럼에도 지난달 29일 의왕역 구내에서 입환기와 화물차 12량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입환작업자가 후진하던 차량에 접촉해 다시 목숨을 잃었다.

 물론 두 사고의 구체적인 원인과 책임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의왕역 사고 역시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예단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비슷한 고위험 작업에서 사망사고가 반복됐다면 기존 대책이 문서상 규정에 머물지 않았는지, 작업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했는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안전대책의 평가는 ‘매뉴얼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사고를 막았느냐’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철도 안전전문가 “작업자 주의만으로 사고 막는 데 한계”

철도 안전 분야 전문가들은 입환·차량정리와 같은 고위험 작업의 경우 작업자의 숙련도와 주의에만 사고 예방을 맡겨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철도 안전 전문가는 “입환작업은 차량이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고 작업자가 차량 가까이에서 움직이는 특성 때문에 작업자의 위치 확인과 기관사·입환작업자 사이의 정확한 의사소통이 핵심”이라며 “무전과 전호가 끊기거나 작업자의 위치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차량 이동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작업통제 원칙이 현장에서 실제 지켜지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람에게 ‘더 조심하라’고 요구하는 방식만으로는 반복 사고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어렵다”며 “위험구역 작업자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와 접근 감지·경보, 작업 중 차량 이동을 통제하는 시스템 등 사람의 실수를 보완할 수 있는 다중 안전장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기술 적용은 노선과 차량, 작업환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현장별 위험성 평가와 실효성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반복되는 사고, 이제는 ‘대책 발표’보다 현장 작동 여부 따져야

 황희 의원은 “철도 현장 종사자의 안전이 곧 철도 안전”이라며 “코레일 직원뿐 아니라 업체 종사자까지 철도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종사자의 안전을 함께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봉역 사고 이후 대책이 마련됐음에도 입환·차량정리 작업에서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며 “국토부와 코레일은 의왕역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고위험 작업 시 작업자 위치 확인과 무전·전호, 작업 통제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전면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철도 안전은 승객의 안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매일 선로에 들어가고 차량을 연결·분리하며 전차선을 점검하는 종사자가 안전하지 않은 철도에서 승객의 안전만 완벽하게 보장하기는 어렵다.

특히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매뉴얼을 보완하고 교육을 강화하는 방식이 반복됐다면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작업자가 실수하더라도 사망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스템이 위험을 차단하는 구조가 갖춰져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의왕역 사고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는 조사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하지만 오봉역 사고 이후 약 4년이 지난 시점에 유사한 고위험 작업에서 또 한 명의 종사자가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 자체는 무겁다.

 이번 사고를 또 하나의 통계로 남길 것인지, 반복되는 철도 현장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는 계기로 만들 것인지가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이 답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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