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고가 사고 전 ‘2.9㎝ 단차’ 확인…위험신호에도 안전체계 제대로 작동했나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9-07 13:59:28 댓글 0
구조물 이상징후 확인 이후 보고·판단·현장통제 과정 도마 위
서소문고가 철거공사 사고와 관련해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사고 발생 전 구조물에서 2.9㎝의 단차가 확인됐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위험징후 발견 이후 서울시와 공사 관계자들의 안전 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철거공사는 구조물의 일부를 순차적으로 제거하면서 기존 하중 전달체계가 달라질 수 있는 작업인 만큼 이상징후가 확인됐을 경우 일반적인 시설물 점검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도시안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이영실 의원(사진)은 지난 4일 도시기반시설본부 업무보고에서 서소문고가 철거 결정부터 설계와 기술심의, 시공 및 현장 안전관리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역할과 사고 전후 대응 과정을 집중 점검했다.


이 의원은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전제로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과 별개로 서울시가 발주한 건설공사의 업무 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없었는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 전 확인된 ‘2.9㎝ 단차’…누가 위험도를 판단했나

이날 가장 주목된 부분은 사고 발생 전 구조물에서 확인된 2.9㎝의 단차다.

이 의원은 철도가 운행되는 구간에서 구조물의 이상징후가 발견된 만큼 당시 현장에서 이를 어느 수준의 위험으로 판단했는지, 누구에게 보고됐고 추가적인 현장 통제와 안전조치가 어떻게 검토됐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구조물의 단차가 사고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한다.

다만 사고 원인과 별개로 현장에서 평상시와 다른 구조적 변화가 발견됐을 때 이를 어떤 절차에 따라 보고하고 누가 작업 지속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지는 안전관리 차원에서 반드시 점검해야 할 문제다.

특히 철거 필요성 판단과 설계, 기술심의, 시공, 감리, 현장 안전관리 등이 여러 기관과 주체에 걸쳐 있는 대형 공사의 경우 책임과 판단 주체가 분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비상상황에서 작동할 명확한 지휘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여러 부서와 시공사, 감리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사업일수록 위험징후가 발생했을 때 보고와 판단, 현장 통제가 지체되지 않도록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험한 구조물에 사람이 직접 올라가 점검

위험징후가 나타난 구조물에 사람이 직접 올라가 외관점검을 실시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의원은 “위험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이 직접 구조물에 올라가 점검하는 방식이 적절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조물의 안전상태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점검을 위해 투입된 인력 자체가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드론과 로봇, 고해상도 카메라 등 비대면 점검장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작업자가 위험구간에 직접 접근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첨단장비를 활용하면 작업자가 구조물에 직접 올라가지 않고도 균열과 변형 등 외관 상태를 우선 확인할 수 있어 위험도를 판단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드론이나 로봇 역시 모든 구조적 결함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만큼 비대면 점검으로 위험도를 우선 평가한 뒤 필요한 경우 구조전문가의 정밀점검으로 이어지는 단계적인 방식이 필요하다.

가설지지대 설치 어려웠다면 ‘대체 안전대책’ 충분했나

해체 과정에서의 가설지지대 문제도 제기됐다.

철도가 운행되는 현장 특성상 가설지지대 설치에 제약이 있었다면 구조물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설계와 해체계획 단계에서 충분히 검토됐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가설지지대 설치 여부와 이번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는 현재 단계에서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장 여건 때문에 일반적인 안전조치를 적용하기 어렵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체공법과 구조검토, 계측 및 안전관리 방안이 사전에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시안전전문가 “해체공사는 구조가 계속 변한다…이상징후 발생하면 작업중지부터 검토해야”

도시안전전문가들은 해체공사의 경우 완성된 건축물이나 교량을 유지·관리하는 것과는 다른 위험요인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구조물을 단계적으로 제거하면서 하중이 전달되는 경로와 구조 상태가 계속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해체 순서와 가설구조물, 현장 계측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도시안전전문가는 “해체공사는 공사가 진행될수록 구조물의 조건 자체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설계 당시 예상했던 상태와 실제 현장의 상태가 일치하는지를 단계별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상하지 못한 처짐이나 단차, 균열 등의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우선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안전관리의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험징후가 발생했는데 현장 관계자마다 작업중지 여부를 다르게 판단한다면 대응시간을 놓칠 수 있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변위나 균열 등 사전에 정한 기준을 넘으면 자동적으로 작업을 중단하고 구조전문가의 확인을 거친 뒤 재개하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점검장비의 활용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문가는 “구조적으로 불안정할 가능성이 있는 시설물에 점검자를 먼저 투입하는 것은 점검 과정 자체에서 새로운 인명위험을 만들 수 있다”며 “드론과 로봇, 원격카메라 등을 활용해 1차 상태를 확인하고 안전성이 확보된 이후 사람이 접근하는 방식으로 점검 절차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 규명과 ‘대응 실패’ 점검은 별개의 문제다

서소문고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누구에게 법적 책임이 있는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현재 단계에서 특정 공법이나 구조물의 상태를 사고 원인으로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서울시의 안전관리 과정까지 점검을 미룰 이유는 없다.

특히 사고 전 2.9㎝의 단차가 확인됐다면 중요한 것은 이 수치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느냐만이 아니다.

현장에서는 이를 누구에게 보고했는지, 구조전문가가 위험성을 검토했는지, 작업중지나 철도 운행 등과 관련한 추가 안전조치를 검토했는지, 최종적으로 누가 작업을 계속해도 된다고 판단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위험징후가 현장에서 발견됐는데 보고와 판단을 거치는 동안 시간이 지체됐거나 담당 기관과 시공사, 감리 사이에서 책임이 분산됐다면 그 자체가 개선해야 할 안전관리의 허점이다.

안전관리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사고가 발생한 뒤가 아니라 ‘이상하지만 아직 사고는 나지 않은 순간’이다.

이때 작업을 멈추고 확인하면 공사기간과 비용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위험신호를 대수롭지 않게 판단했다가 사고로 이어질 경우 치러야 할 대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이영실 시의원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철거 결정부터 설계·심의·시공·현장점검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다시 살펴 안전관리의 빈틈을 보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위험상황에서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판단하고, 그 원칙이 실제 현장의 신속한 조치로 이어질 수 있는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이번 사고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단순히 ‘누가 잘못했는가’만이 아니다. 2.9㎝의 단차와 같은 평소와 다른 신호가 나타났을 때 현장의 작업을 멈추고 위험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그리고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일정 수준 이상의 구조적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보고·작업중지·현장통제·전문가 안전확인으로 즉시 이어지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같은 유형의 사고를 막기 위한 첫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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