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민의 저녁을 도시의 새로운 시간으로 확장하는 ‘서울형 야간경제’ 정책을 본격화한다. 단순히 상점의 영업시간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체육·관광·상권·교통·안전을 하나의 밤길로 잇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24시간 활력경제도시 서울’ 계획에 따르면, 현재 주 1회 야간 개방하는 시립 박물관과 미술관 등 8개 문화시설은 오는 9월부터 순차적으로 주 5일,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낮에는 쉽게 만나기 어려웠던 박물관의 유물과 미술관의 그림이 퇴근길 시민을 기다리게 되는 셈이다. 서울공예박물관 야외마당을 비롯해 세종문화회관 옥상과 뒤뜰, 대학로의 무대 뒤편 등 도심 속 닫혀 있던 공간도 새로운 야간문화 무대로 활용될 예정이다.
문화시설에서 나온 발걸음은 골목과 시장으로 이어진다. 야외에서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는 ‘서울 달빛야장’은 올해 5곳에서 출발해 2028년 25곳으로 확대된다. DDP·남산·광화문·한강은 서울의 밤을 대표하는 4대 야간 랜드마크로 육성한다.
수변의 밤도 한층 밝아진다. 서울시는 현재 19곳인 ‘서울 물빛나루’를 2030년까지 40곳으로 늘리고, 2028년까지 25개 자치구마다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담은 ‘생활형 야간명소’를 조성할 계획이다.
퇴근 후 운동할 공간도 넓어진다. 학교와 공원 등에 마련된 체육시설 269곳은 시설 여건에 따라 최대 자정까지 운영한다. 한강과 지천의 체육시설 259곳에는 조명과 이용환경을 개선해 밤에도 걷고 뛰고 운동할 수 있도록 한다.
서울의 야간경제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은 교통이다. 오는 10월부터 주요 야간명소와 지하철역을 연결하는 심야 ‘반딧불이버스’가 운행을 시작한다. 기존 심야 N버스와 함께 문화시설과 야시장, 수변공간에서 집까지 이어지는 밤의 동맥 역할을 맡는다.
서울시는 이번 계획을 통해 5년 뒤 연간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을 유치하고, 소상공인의 야간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대하는 추가 야간소비 규모는 약 5조 원이다.
그러나 밤이 길어진 만큼 도시가 짊어져야 할 책임도 무거워진다. 인파 밀집과 범죄, 소음, 쓰레기, 심야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화려한 야간경제는 일부 상권만을 위한 불빛에 머물 수 있다.
서울시는 주요 야간거점을 중점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AI 기반 인파 감지 CCTV와 경찰 순찰을 강화한다. 내년부터는 ‘서울보안관’을 도입하고, 야간경제의 지원 근거를 담은 기본조례도 마련할 방침이다.
야간경제의 성패는 얼마나 늦게까지 불을 밝히느냐에 있지 않다. 시민이 안심하고 밤을 누릴 수 있는지, 골목의 작은 가게와 문화예술인에게도 그 빛이 고르게 닿는지에 달려 있다.
박물관에서 만난 오래된 시간이 달빛야장의 따뜻한 국물 한 그릇으로 이어지고, 강변을 달리던 시민이 동네 서점과 카페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는 도시. 서울이 꿈꾸는 밤은 잠들지 않는 도시가 아니라, 낮에 잃어버린 삶의 여백을 되찾는 도시인지도 모른다.
[정기자의 뉴스정원]
눈 쌓인 거인의 정원을 몰래 찾은 아이들이 앉았던 나무에만 봄이 찾아와, 결국 거인이 쌓았던 벽들을 허물고 정원을 개방한다는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단편 소설 "거인의 정원(The Selfish Giant)"처럼, 담장 밖 뉴스들은 잠시 지우고, '정기자의 뉴스정원'에서는 세상에 채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문화 뉴스들만 골라 시민 여러분께 개방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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