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인증 3년간 464건 취소…정부는 ‘왜 취소했는지’ 제대로 안 밝혔다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9-21 10:19:01 댓글 0
‘친환경’ 믿고 샀는데 인증 취소 이유는 깜깜…정부 사후관리 허점
 
정부가 ‘친환경 제품’임을 보증하는 환경표지 인증이 최근 3년간 464건이나 취소됐지만, 정작 소비자에게는 구체적인 취소 사유조차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증을 내줄 때는 정부가 신뢰를 보증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뒤에는 소비자가 알아야 할 핵심 정보가 빠져 있다는 점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사후관리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이용우(사진)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경표지 인증 취소는 2024년 151건, 2025년 225건, 올해 8월까지 88건으로 최근 3년간 모두 464건에 달했다.


특히 취소 사유 가운데 ‘환경기준 부적합’이 393건으로 전체의 약 85%를 차지했다. 부정한 방법으로 인증을 받은 사례도 25건, 품질기준 부적합 22건, 부도·폐업 18건, 사후관리 거부 6건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인증 취소 건수보다 그 이후의 정부 대응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인증을 취소하면서 ‘인증기준 부적합’이라는 사실은 공고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환경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는지까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환경표지는 일반 소비자가 제품의 원료와 생산공정, 유해물질 사용 여부 등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를 믿고 제품을 선택하도록 만든 제도다. 실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환경표지 인증에서 인체·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해물질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인증이 취소됐다면 소비자가 해당 제품의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었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기준 부적합’이라는 문구만 공개해서는 정부 인증을 믿고 이미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위험성과 대응 필요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판매량도 모르고 표지 제거까지 평균 16일…‘취소 이후’ 관리가 더 문제

사후관리의 또 다른 허점은 판매·유통 현황이다. 정부는 인증기업의 제품별 판매실적을 별도로 확보하지 않고 있어 인증이 취소된 제품이 시장에 얼마나 판매됐는지 즉각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조직 업무에는 환경표지 사후관리 조사와 후속조치, 환경법령 위반사항 관리뿐 아니라 인증 유효제품 유통량 조사까지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취소 제품의 실제 판매량과 유통경로를 신속하게 추적하기 어렵다면 현재 관리체계가 소비자 보호까지 충분히 연결되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인증 취소 후 환경표지 제거도 신속하지 않았다. 2024년 이후 폐업을 제외한 인증 취소 446건 가운데 표지 제거 이행실적 제출에 25일 이상 걸린 사례가 126건으로 28%에 달했고, 평균 소요기간도 16일이었다.

환경표지는 단순한 상품 장식이 아니다. 정부가 일정한 환경기준을 충족했다고 소비자에게 알리는 공적 인증이다. 따라서 인증 취소 역시 행정처분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취소 사유 공개와 판매·유통 현황 파악, 표지 제거 확인, 필요한 경우 소비자 고지까지 하나의 관리체계로 이어져야 한다.

이용우 의원은 환경표지 인증 취소의 85%가 환경기준 부적합인데도 구체적인 사유가 공개되지 않는 것은 소비자의 알권리와 정부 인증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증 취소 제품의 판매량과 유통 현황조차 즉각 파악하기 어려운 현행 관리체계를 문제로 꼽았다.

이 의원은 “정부가 친환경 제품으로 인증했다면 취소할 때도 어떤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며 “인증 취소로 끝낼 것이 아니라 이미 판매된 제품의 유통 현황 확인과 소비자 안내, 시정조치까지 이어지는 사후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자료가 드러낸 문제는 인증 취소가 많다는 사실에만 있지 않다. 정부 인증을 믿고 구매한 소비자가 정작 인증이 취소된 뒤에는 ‘왜 취소됐는지’, ‘내가 산 제품이 해당되는지’를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환경표지의 신뢰를 유지하려면 인증 확대 못지않게 취소 사유의 투명한 공개와 유통 단계까지 이어지는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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