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살린다더니, 강남 약국·예식장 배만 불렸다”… 뿔난 소상공인들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11-05 16:05:23 댓글 0
연매출 30억 넘는 대형업체·비만치료제 성지에 쏠린 지역상품권… 서울시의 허술한 관리 도마 위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  골목상권 침체를 막고 영세 자영업자의 숨통을 틔워주겠다며 세금을 투입한 ‘지역사랑상품권’이 정작 소상공인을 외면한 채 일부 대형 가맹점과 고가 비만치료제 처방 의약 기관의 ‘할인 결제 창구’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현장 소상공인들은 “동네 식당과 가게들은 하루 매출 수만 원을 걱정하는데, 국민 세금으로 엉뚱한 대형업체 배만 불려주고 있다”며 강한 박탈감을 토로한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주무열 의원(사진)이 제340회 정례회 민생노동국 행정사무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연간 10억 원 이상 상품권 결제가 이뤄진 가맹점 10곳의 올해 결제액은 약 141억 원에 달했다. 충격적인 것은 이 10곳 중 7곳이 연매출 30억 원을 초과하는 대형 사업장이라는 점이다.


업종 역시 소상공인과는 거리가 먼 대형 예식장(3곳)과 의료·산후조리원(4곳)에 집중됐다. 특히 고가 비만치료제 유행에 편승한 결제 쏠림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금천구의 한 의원은 결제액이 전년 6억 9,000만 원에서 올해 10억 9,000만 원으로 뛰었고, 강남구의 한 약국은 1,400만 원 수준이던 결제액이 1년 만에 12억 원으로 무려 85배 폭증했다. 해당 약국 등은 상품권 할인 혜택을 마케팅 수단으로 안내하며 환자들을 끌어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상공인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마포구에서 일반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지역상품권 예산이 발행 시작 몇 분 만에 완판된다고 해서 기대했더니, 정작 골목길 밥집이 아니라 강남에서 고가 다이어트약을 수백만 원어치 사 가는 데 쓰이고 있었다니 기가 찬다”며 “골목상권 상생이라는 껍데기만 씌워놓고 실상은 부유층의 ‘원정 할인 수단’으로 전락한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는 서울시의 안일한 가맹점 관리 행정이 지목된다. 행정안전부는 이미 영세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연매출 30억 원 초과 업체의 가맹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는 지침을 내렸으나, 서울시는 일부 예외 규정을 허용하며 사실상 대형 업체의 진입로를 열어뒀다. 지침의 사각지대를 방치해 세금이 줄줄 새는 구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사랑상품권은 단순한 소비 촉진 할인 쿠폰이 아니다. 벼랑 끝에 몰린 영세 자영업자들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만든 민생 안전망이다. 서울시는 “소상공인 지원 취지와 거리가 있다”는 형식적인 인정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연매출 30억 원 초과 가맹점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가맹 기준을 즉각 재정비해야 한다.

소상공인의 몫이어야 할 지원금이 더 이상 엉뚱한 곳의 마케팅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빈틈없는 제도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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