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사고에도 ‘규정상 문제없다’…도로공사 안전관리 도마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9-29 15:57:42 댓글 0

문제는 터널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는데도 한국도로공사의 안전대책이 사고 위험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 AI이미지

경부선 증약터널에서는 2021년과 2023년 전방 주시태만에 따른 사망사고가 반복됐고, 부산외곽선 신어산터널에서도 2022년과 2023년 졸음운전으로 각각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이 운전자 부주의라고 하더라도 같은 터널에서 같은 유형의 인명사고가 되풀이됐다면 도로 관리기관 역시 기존 안전시설과 사고 예방대책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점검했어야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올해 발생한 터널 사망사고 16건 가운데 5건은 돌발상황 검지기가 설치되지 않은 터널에서 발생했다. 도로공사는 해당 터널들이 현행 지침상 검지기 설치 권고 대상이 아닌 ‘방재 3등급 미만 터널’이라고 설명했지만, 결과적으로 현행 등급 기준만으로는 실제 사고 위험을 충분히 걸러내지 못했다는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설치된 안전장비 관리다. 안진터널은 검지기 부품 고장으로 수리 중이었고, 고령4터널은 장비 노후화로 사고 당시 검지가 불가능했다. 두 터널의 검지기는 내용연수가 6년인 장비임에도 2014년 설치된 뒤 올해까지 12년간 사용됐다.

내용연수를 두 배나 넘긴 안전장비가 실제 사고 상황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면 단순한 장비 고장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도로공사가 노후 장비의 교체 시기와 정상 작동 여부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했는지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교통안전 관계자는 “터널 내 돌발상황 검지장치는 사고 발생 직후 후속 차량에 위험을 알리고 2차 사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핵심 안전시설”이라며 “내용연수를 크게 초과한 장비가 계속 운영됐다면 고장 발생 후 수리하는 사후 대응보다 예방적 교체와 정기적인 성능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로공사의 안전관리 기준 자체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터널 길이나 방재등급 등 시설 기준에 맞춰 안전장비를 설치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사망사고와 반복사고 발생 횟수, 교통량, 정체 빈도 등을 반영해 위험도가 높은 터널에는 추가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관리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5년간 42건의 터널 사망사고로 48명이 숨졌고, 올해는 8월까지만 16건의 사고로 16명이 사망했다는 점은 기존 안전대책의 실효성을 다시 점검해야 할 신호다.

사고 원인 통계에 ‘전방 주시태만’이나 ‘졸음운전’을 기록하는 것만으로 도로 관리기관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된다면 운전자가 실수하더라도 사망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도로와 안전시설을 보완하는 것이 관리기관의 역할이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뒤에도 “현행 지침상 설치 대상이 아니다”라는 설명에 머문다면 규정은 지켰을지 몰라도 사고 예방이라는 안전관리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도로공사는 반복사고 터널에 대한 특별점검과 함께 노후 검지기 전수조사, 교체계획, 사고 이력을 반영한 안전시설 설치기준 개선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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