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비롯한 공동연구팀은 청색 이산화티타늄에 형성된 산소 결함이 전자를 안정적으로 붙잡아 두는 과정을 초고속 엑스선으로 추적했다. 전자와 정공이 다시 결합하는 속도는 일반 이산화티타늄보다 약 2.5배 느렸다.
KAIST는 10월 26일 화학과 김태규 교수 연구팀이 경희대학교 김태우 교수, 가톨릭대학교 김중한 교수, 포항가속기연구소 이재혁 박사 연구팀과 함께 이러한 원리를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9월 17일 온라인 게재됐다. 발표 시점과 논문 공개 시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 연구다.
이산화티타늄은 빛을 받아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광촉매 소재다. 물에서 수소를 얻거나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기술 등에 응용할 가능성이 있어 꾸준히 연구돼 왔다. 빛이 소재에 닿으면 전자가 에너지를 얻어 움직이고, 전자가 떠난 자리에는 ‘정공’이 남는다. 전자와 정공이 분리돼 있는 동안에는 각각 화학반응에 참여할 수 있지만, 너무 빨리 다시 만나면 빛으로 얻은 에너지를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 이 과정이 전하 재결합이다.
연구진은 산소 원자의 일부가 빠져 푸른빛을 띠는 청색 이산화티타늄에 주목했다. 산소 결함은 단순히 소재에 구멍이 났다는 뜻이 아니다. 결정 구조에서 산소 원자가 차지해야 할 위치가 비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 빈자리의 영향으로 전자가 머무는 에너지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폈다. 전자가 잠깐 붙잡히는 얕은 상태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깊은 포획 상태로 이동한다면 재결합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엑스선 자유전자레이저와 광학 흡수 측정, 계산 분석을 결합했다. 엑스선 자유전자레이저는 극도로 짧은 엑스선 펄스를 이용해 빛을 받은 물질의 변화를 매우 빠른 시간 단위로 관찰하는 장비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티타늄 원자 주변의 변화와 전하 움직임을 펨토초부터 마이크로초까지 여러 시간 범위에서 분석했다. 1펨토초는 1,000조분의 1초다.
측정 결과, 일반 이산화티타늄과 청색 이산화티타늄 모두 빛을 받은 직후 전자가 에너지를 잃으며 일시적으로 붙잡히는 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청색 소재에서는 산소 결함의 영향으로 더 안정적인 깊은 포획 상태가 추가로 형성됐다.
전자가 깊은 상태로 이동하는 과정은 약 1.5나노초 규모에서 나타났으며, 이 상태에 놓인 전하의 재결합은 일반 소재보다 약 2.5배 느렸다. 연구진은 계산을 통해 이러한 상태가 티타늄과 산소의 전자 구조 및 결정 내부의 불균일한 결함 분포와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성과에서 중요한 점은 산소 결함이 많다는 사실 자체보다 결함이 전자의 이동 경로와 머무는 상태를 바꾼다는 과정을 확인했다는 데 있다. 소재의 결함은 흔히 성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여겨지지만, 적절히 조절하면 빛에서 얻은 전하가 재결합하기 전 활용할 시간을 늘리는 설계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만 전하가 오래 머무는 현상과 실제 수소 생산량이 늘어나는 현상은 구별해야 한다. 붙잡힌 전자가 실제 화학반응으로 이어지는지를 검증해야 성능 향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연구팀은 향후 산소 결함의 양과 분포를 제어하는 광촉매 설계에 이번 결과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태양광 수소 생산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전환, 오염물질 분해와 같은 반응에서도 전하의 수명과 반응 참여율은 중요한 변수다.
이번 연구는 고효율 광촉매가 완성됐다는 발표가 아니라, 소재 내부의 원자 수준 결함과 전하 수명 사이 관계를 설명한 기초연구 성과다. 앞으로 실제 촉매 반응과 장기 안정성 시험이 뒤따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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