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하중 계산에 무너진 타워… 울산화력발전소 참사는 ‘예고된 인재’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11-01 16:55:17 댓글 0
국토부 사조위 조사 결얇아지는 상부 기둥 두께 무시·타워 중량 축소 계산 등 총체적 부실과 발표… 기둥 과다 절단에 따른 ‘국부좌굴’이 직접 원인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지난해 11월 작업자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 사고는 엉터리 구조검토와 안전관리 체계 실종이 빚어낸 명백한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철거를 쉽게 하려고 기둥을 깎아내는 과정에서 하중 계산을 심각하게 잘못해 구조물이 상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위원장 이경구, 이하 사조위)는 울산화력발전소 5호기 보일러타워 붕괴 사고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발파 전 과다한 ‘사전 취약화 작업’으로 인한 기둥의 국부좌굴(하중을 받아 기둥 일부가 찌그러지며 휘는 현상)이 직접적 붕괴 원인이라고 결론지었다.
▲보일러 타워 붕괴 현장                                                  (사진자료=국토부)

사조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계 및 구조검토 단계부터 황당한 오류가 이어졌다. 높이 올라갈수록 철판 두께가 얇아지는 구조물임에도 지상 1층 두께를 전체 기둥에 일괄 적용해 버티는 힘을 턱없이 과대평가했다. 반대로 타워 전체 중량은 실제보다 가볍게 계산해 기둥이 감당해야 할 무게는 과소평가했다.

여기에 얇아진 기둥 단면에서 흔히 발생하는 국부좌굴 위험 검토는 물론, 노후 구조물의 변형 등을 고려한 최소한의 ‘안전 여유’조차 두지 않은 채 무리하게 기둥을 잘라낸 것으로 확인됐다. 사조위가 실제 부재 치수와 중량을 토대로 정밀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실제 붕괴가 시작된 지점(지상 26.2~27.2m)에서 정확히 국부좌굴 파괴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총체적 기술 부실 뒤에는 원도급사와 발주처의 구조적 방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원청은 핵심 위험 공정인 취약화 작업을 전문업체의 판단에만 전적으로 맡겨 현장 검증을 소홀히 했고, 별도 감리 없이 직접 감독에 나선 발주처 역시 참여 주체 간 업무를 조율하거나 기술적 오류를 걸러내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장 안전관리자는 당시의 구조적 한계를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사전 취약화 작업은 기둥의 지지력을 인위적으로 한계치까지 깎아내는 고위험 공정인 만큼 실측 데이터와 단계별 구조 안전성 평가가 생명”이라며 “현장에서 기둥 절단 범위가 과도하다는 우려와 함께 추가 구조 정밀진단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원청과 전문업체는 ‘기존 계산서상 문제가 없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며 작업을 강행했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의 사정을 잘 아는 내부 관계자 역시 공기 단축과 다단계 하도급 관행을 지목했다. 그는 “발주처와 원청이 직접 감독을 맡았다고는 하나 현장에서는 발파 일정과 공사 기한을 맞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면서 “감리 체계조차 부재한 상황에서 전문업체가 제시한 시공계획서의 중대한 계산 오류를 걸러낼 내부 기술 검증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사조위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해체공사 현장조사 및 기술기준 마련, 고위험 해체공사 설계·시공 관리 강화, 발주자 책임 구체화 등을 정부에 제안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조사 결과와 현재 진행 중인 서소문고가 철거 붕괴 사고 조사를 종합해 해체공사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위법 사항에 대해 즉각적인 행정처분 및 수사 의뢰에 나설 방침이다.보일러 타워 붕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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