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달빛야장' 사업, 조례도 예산도 없이 속도전…졸속 행정 논란

안상석 기자 발행일 2026-11-06 14:17:22 댓글 0
상인 130명 설문 사흘 만에 사업 방침 확정…추경 편성 전 대외 발표까지
▲박규남 시의원
[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서울시가 추진한 '달빛야장 조성 사업'이 충분한 법적 근거와 예산 확보 절차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진행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상인 의견수렴부터 사업 방침 확정, 대외 발표까지 단기간에 이뤄지면서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기보다 추진 일정에 맞춰 행정절차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서울특별시의회 박규남 의원(사진)은 지난 5일 열린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민생노동국 행정사무감사에서 달빛야장 조성 사업의 추진 과정을 문제 삼으며, 법적 근거와 행정절차의 적정성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촉구했다.

논란의 핵심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지나치게 빠른 의사결정이다.


서울시는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불과 3일 동안 상인 130명을 대상으로 대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설문조사가 종료된 지 사흘 만인 8월 5일 조사 결과를 반영한 사업 추진 방침을 확정했다.

박 의원은 설문조사와 결과 분석, 보고서 작성, 정책 반영까지의 과정이 짧은 기간에 이뤄졌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박 의원은 "불과 3일 만에 130명이 넘는 상인을 대상으로 직접 대면조사를 하고 이틀 만에 결과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느냐"며 "무엇이 그리 급해서 빠르게 처리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단순히 설문조사 기간이 짧았다는 사실만으로 조사의 부실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조사 대상 선정 기준과 설문 문항, 응답 결과 분석 과정 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면 해당 조사가 실질적인 정책 판단 자료로 활용됐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설문조사가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절차였는지, 이미 추진 방향을 정해놓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추경 편성도 전에 사업 발표…행정절차 적정성 논란

서울시의 사업 추진 순서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시는 8월 5일 사업 방침을 확정한 데 이어 같은 달 20일 사업 추진 계획을 언론에 발표했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모두 추가경정예산 편성 전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박 의원은 "이게 모두 추경 전에 이뤄진 일"이라며 "사업 진행 순서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행정기관이 예산 편성에 앞서 사업을 기획하거나 추진 계획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곧바로 위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예산 확보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업 시행을 기정사실화했다면 의회의 예산 심의권을 사실상 압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사업 추진 방침 확정과 대외 발표가 실제 예산 집행이나 계약 체결 등으로 이어졌는지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더욱이 박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미 6~7월 현장조사 과정에서 사업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문제를 파악하고도 사업 추진을 이어갔다.

이후 자치구에 관련 조례 제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적 근거를 먼저 마련하기보다 사업을 추진한 뒤 제도적 기반을 보완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 의원은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은 조례 등 법적 기반을 갖춰야 하지만 법적 기반이 없을 뿐 아니라 설문조사조차 형식적으로 진행됐다"며 "정당한 절차 없이 야생마처럼 질주한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행정 전문가 관점에서 본 쟁점…'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

이번 논란은 단순히 사업을 빠르게 추진했다는 문제를 넘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법적 근거와 주민 의견수렴, 예산 심의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행정법적 관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사업에 반드시 별도의 조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업의 성격과 기존 법령·조례의 위임 범위, 예산 집행 방식 등에 따라 법적 근거의 필요성과 수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달빛야장 사업의 적법성을 판단하려면 기존 조례나 법률에 사업 추진 근거가 있는지, 별도 조례 제정이 필요한 사업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또한 행정절차의 적정성은 단순히 정해진 절차를 거쳤는지가 아니라 그 절차가 실질적인 검토와 의사결정에 기여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상인 1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역시 조사 기간 자체보다 표본의 대표성, 질문의 중립성, 이해관계자 의견 반영 여부, 결과 분석의 객관성 등을 살펴봐야 한다.

특히 특정 사업에 대한 찬성 의견만을 중심으로 정책을 결정했다면 반대 의견이나 사업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산 측면에서도 사업 추진 발표와 실제 집행 행위는 구분해야 한다. 의회 의결 이전에 사업을 발표한 사실만으로 예산 관련 법령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예산 확보를 전제로 한 계약이나 지출 원인행위가 선행됐다면 별도의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서울시가 사업 추진 당시 어떤 법률 검토를 거쳤고, 설문조사 결과를 어떤 기준으로 정책에 반영했으며, 예산 편성 전 어디까지 사업을 진행했는지가 핵심 확인 대상이다.

'사업부터 추진하고 조례는 나중에'…서울시 행정 신뢰성 시험대

이번 사안에서 주목할 부분은 사업의 필요성보다 추진 과정의 정당성이다.

전통시장과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야간시장 조성 사업은 정책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사업이다. 그러나 사업 취지가 타당하더라도 법적 근거와 예산 확보,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과정이 부실하다면 행정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사업 추진 과정에서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지적이 사실이라면, 서울시가 해당 문제를 어떻게 검토하고 해소했는지 설명할 책임이 있다.

서울시가 자치구에 조례 제정을 요청한 배경도 규명할 필요가 있다. 해당 요청이 정상적인 제도 정비를 위한 협의였는지, 이미 결정된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사후 조치였는지에 따라 행정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결과를 염두에 두고 조례 상정 없이 추진했던 사안에 대해 크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런 부분을 위주로 중점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서울시가 설문조사 원자료와 결과보고서 작성 경위, 사업 방침 결재 과정, 법률 검토 자료, 예산 편성 및 집행 현황을 공개하고 추진 과정의 적정성을 설명해야 한다.

정책의 성패는 사업을 얼마나 빨리 발표했느냐가 아니라, 충분한 검토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시민의 신뢰를 확보했느냐에 달려 있다.

서울시가 달빛야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행정적 효율성을 앞세운 것인지, 필요한 절차를 소홀히 한 것인지는 관련 자료와 예산 심의 과정에서 보다 명확히 가려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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