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3S ERA5 분석, 1979년 이후 월별 최고…8월 기온·해수면 온도도 기록권
강한 엘니뇨까지 겹쳐 증발 증가…수증기는 온난화를 증폭하는 ‘피드백’
[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지난 8월 지구 대기 중 수증기량이 관측 이래 월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가 ERA5 재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가디언에 제공한 분석에 따르면 8월 전 지구 평균 ‘총수증기량(total column water vapour)’은 ㎡당 27.35㎏으로 집계됐다. 직전 최고였던 2024년 7월보다 0.04㎏/㎡ 높다. 이 값은 지표 1㎡ 위에서 대기 상단까지 수직 기둥에 들어 있는 수증기의 질량을 뜻하며, C3S의 해당 월별 추정치는 197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수증기 기록은 같은 달의 이례적인 고온과 맞물려 있다. C3S 공식 8월 기후자료에서 전 지구 평균 지표기온은 16.96℃로 1991~2020년 평균보다 0.85℃ 높았고, 산업화 이전 추정치보다 1.65℃ 높았다. ERA5에서는 2023년 7월과 사실상 같은 수준으로 역대 가장 더운 달에 해당했다. 극지방을 제외한 해수면 평균온도도 21.07℃로 8월 기준 최고였으며, NOAA 역시 별도 관측체계에서 2026년 8월을 1850년 이후 가장 더운 8월로 평가했다.공기가 따뜻해지면 더 많은 수증기를 품을 수 있다. IPCC는 지표 부근 대기의 수분 보유능력이 기온 1℃ 상승할 때 약 7% 커진다고 설명한다. 바다가 따뜻할수록 증발도 늘어난다. 따라서 높은 대기·해수 온도가 동시에 나타나면 대기 중 수증기가 증가하기 쉬운 조건이 만들어진다. C3S의 줄리앙 니콜라 선임과학자도 8월 기록이 높은 전 지구 기온과 일치하며, 따뜻한 열대 해양에서 늘어난 증발이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올해는 엘니뇨도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9월 초 엘니뇨가 이미 뚜렷하게 발달했으며 2027년 2월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거의 100%에 가깝다고 전망했다. 중앙·동부 열대 태평양의 높은 수온이 더 강화되면서 매우 강한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C3S도 8월 열대 태평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가 강화되는 엘니뇨와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엘니뇨의 실제 강수·기온 영향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수증기가 많아지면 비가 내릴 수 있는 ‘재료’도 늘어난다. IPCC는 따뜻해진 대기가 더 많은 수분을 기상시스템으로 운반하면서 강한 강수의 세기가 평균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평가한다. 수증기가 구름방울로 응결할 때 방출되는 잠열은 폭풍에 추가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대기 수증기 신기록만으로 특정 지역에서 곧바로 홍수나 태풍이 강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극한강수는 대기 순환, 지형, 해수면 온도, 저기압의 이동 속도 같은 조건이 함께 맞아야 발생한다.높은 습도는 폭염 피해도 키울 수 있다. 습한 공기에서는 땀이 증발하기 어려워 인체가 열을 식히는 능력이 떨어지고, 밤에도 기온과 체감열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아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수증기가 많다는 사실은 ‘더 높은 기온을 직접 만든다’기보다 같은 온도에서도 열 스트레스를 키우고, 수증기 자체가 온실가스로 작용해 기존 온난화를 다시 증폭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이 점에서 수증기는 이산화탄소와 성격이 다르다.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CO₂와 메탄은 장기간 대기에 축적돼 지구를 먼저 데우는 주요 원인이다. 반면 수증기는 온도가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늘어난 수증기가 다시 열을 붙잡는 ‘양의 피드백’ 역할을 한다. 코페르니쿠스는 이미 2024년 연평균 대기 수증기량이 1991~2020년 평균보다 약 4.9% 높아 최소 33년 이상 자료에서 최고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올해 8월의 월별 신기록은 이런 장기적인 습윤화 경향에 강한 엘니뇨가 겹친 사례로 볼 수 있다.앞으로의 관건은 기록 자체보다 극한기상의 결합이다. WMO는 매우 강한 엘니뇨가 올해 말까지 강화될 경우 지역별 강수와 기온 패턴을 크게 흔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기 중 수증기 증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폭우는 더 많은 수분을 동원할 수 있고, 고온과 고습이 겹치는 지역에서는 건강 위험도 커질 수 있다. 기온뿐 아니라 해수면 온도와 총수증기량, 토양수분, 강수예보를 함께 보는 복합적인 조기경보가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