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내부 연구도 설문 중심 수요예측 한계 지적…신규 국가첨단산단 추진 전 검증 필요
[데일리환경=안상석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한 산업단지 가운데 산업시설용지 분양에 들어간 8곳 모두 사업 초기 수요조사에서 예상 분양률을 100%로 잡았지만, 실제로는 공급 면적의 64.5%가 팔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량 분양’을 전제로 한 수요예측과 실제 기업들의 선택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확인된 것이다. 산업단지가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막대한 사업비와 공공재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사업 추진에 앞서 수요예측 방식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종태 의원(대전 서구갑)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LH가 시행한 산업단지 23곳 가운데 산업시설용지 분양에 착수한 8곳의 수요조사는 KDI와 LH가 각각 4곳씩 수행했으며 모두 예상 분양률이 100%였다.
그러나 2026년 8월 기준 분양에 착수한 8개 산업단지 산업시설용지 253만6천㎡ 가운데 163만㎡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 전체 미분양률은 64.5%에 달했다.
예상은 100%, 현실은 순천 0%·동두천 5.4%
단지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순천 도시첨단산업단지는 분양 실적이 없어 미분양률이 100%에 달했다. 당초 100% 분양을 예상했지만 실제 분양률은 0%인 셈이다.
동두천 국가산업단지도 미분양률 94.6%로 실제 분양률은 5.4%에 그쳤다. 이어 전주탄소소재 국가산업단지 79%, 남청주현도 일반산업단지 65.4%, 경남우주항공 국가산업단지 63.6%, 대구율하 도시첨단산업단지 60.6%, 밀양나노융합 국가산업단지 55.3%가 미분양 상태였다.
인천남동 도시첨단산업단지만 미분양률 9.1%, 분양률 90.9%를 기록하며 당초 전망에 상대적으로 근접했다.
사업 초기에는 모두 ‘100% 분양’을 예상했지만 실제 결과는 단지별로 0%에서 90.9%까지 크게 갈렸다. 동일한 수요예측 방식이 지역별 산업기반과 기업 투자환경, 입지 경쟁력을 충분히 반영했는지를 따져봐야 하는 대목이다.
준공하고도 안 팔린 땅 4,523억 원
더 큰 문제는 산업단지를 완공한 뒤에도 토지가 상당 규모 남아 있다는 점이다.
LH가 집계한 준공 후 미분양 산업시설용지는 144필지, 93만8천㎡로 금액으로는 4,523억 원에 달한다.
경남우주항공 국가산업단지가 79필지·47만8천㎡·2,323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밀양나노융합 국가산업단지는 62필지·45만4천㎡·2,138억 원, 대구율하 도시첨단산업단지는 3필지·6천㎡·62억 원 규모가 남았다.
산업단지는 땅을 조성해 놓는 것만으로 사업 목적이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실제 공장을 짓고 생산시설을 가동해 고용과 투자가 발생해야 산업단지 조성에 투입된 공공투자의 효과도 나타난다.
따라서 준공 이후까지 수천억 원 규모의 산업용지가 팔리지 않는다면 단순히 ‘분양률이 낮다’는 문제를 넘어 사업 초기 수요예측과 산업단지 개발 방식 전반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분양 현장에서는 “기업은 땅만 보고 들어오지 않는다”
산업용지 분양 현장에서 중요하게 보는 요소도 달라지고 있다.
산업단지 분양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에서 기업의 입주 결정은 분양가격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고속도로·철도·항만 등 물류 접근성은 물론 필요한 인력을 구할 수 있는지, 협력업체와 관련 산업이 주변에 형성돼 있는지, 전력·용수 등 생산 기반시설이 충분한지, 직원들의 주거·교육·생활 여건이 갖춰졌는지 등이 함께 작용한다.
특히 첨단산업일수록 전문인력 확보와 관련 기업 간 산업 생태계가 중요한 만큼 단순한 기업 설문에서 ‘입주 의향’을 표시했다고 해서 실제 토지계약과 공장 투자까지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리와 경기 상황, 기업의 설비투자 계획 변화도 장기간 추진되는 산업단지 사업에서는 중요한 변수다.
따라서 수요조사 단계에서 기업이 밝힌 ‘관심’이나 ‘입주 의향’을 실제 계약 가능한 확정 수요와 얼마나 구분했는지, 조사 이후 경기와 투자환경 변화를 사업계획에 제대로 반영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LH도 이미 알고 있었다…“설문조사 방식 한계”
더 주목되는 부분은 LH 내부 연구기관에서도 기존 수요산정 방식의 문제를 이미 지적했다는 점이다.
LH 토지주택연구원이 2024년 발간한 「산업단지사업 수요산정 기준 개선 연구」는 기업체 설문조사가 갖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기존 방식만으로 국가산업단지의 적기 공급이나 미분양 문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설문조사를 활용한 경제성·재무성 지표와 실제 산업단지 미분양률 사이의 상관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으며, 실제 분양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한 보완지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LH 내부 연구에서도 기존 방식의 한계를 확인한 만큼 앞으로는 기업의 단순 입주의향보다 실제 투자계획과 자금조달 능력, 지역 산업생태계, 종사자 확보 가능성, 주변 산업단지의 공실·미분양 상황 등을 종합해 수요를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4개 신규 국가첨단산단 참여…같은 방식 반복해선 안 돼
정부는 2023년 반도체·미래차·우주·원전·수소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전국 15개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를 발표했다.
LH 토지주택연구원의 2025년 연구 역시 2023년 발표된 신규 국가첨단산업단지에서 LH가 사업시행자 역할을 맡을 예정이라는 점을 전제로 개발 방향과 추진전략을 검토했다.
기존 산업단지에서 ‘100% 분양’이라는 수요예측과 실제 분양실적 사이에 이처럼 큰 차이가 발생한 상황에서 신규 산업단지를 같은 방식으로 추진할 경우 장기 미분양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산업단지는 토지보상부터 기반시설 조성까지 막대한 자금과 오랜 시간이 투입된다. 일단 사업이 본격화된 뒤 수요 부족이 확인되면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용도를 변경하는 것도 쉽지 않다.
때문에 신규 사업에서는 ‘기업 몇 곳이 입주의향서를 제출했느냐’보다 실제 투자 가능성과 계약 전환 가능성을 단계별로 검증하고, 일정 수준 이하로 실수요가 떨어질 경우 사업 규모나 공급 시기를 조정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산단을 얼마나 만들었나’보다 ‘기업이 왜 안 들어오나’ 따져야
산업단지 정책의 성과를 신규 지정 면적이나 조성 규모로 평가하는 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순천의 실제 분양률이 0%, 동두천이 5.4%에 머물렀는데도 사업 초기 예상 분양률이 모두 100%였다면 단순한 경기 변동만으로 설명하기보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실제 기업의 투자 가능성을 얼마나 정확하게 검증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산업단지 하나를 조성하는 데는 토지보상과 도로·상하수도·전력 등 기반시설 구축을 위한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예상과 달리 기업이 들어오지 않으면 땅만 남는 것이 아니라 투자와 고용, 세수 확대 등 당초 기대했던 지역경제 효과도 함께 늦어진다.
따라서 장기 미분양 산업단지에 대해서는 단순 할인분양이나 입주업종 확대에 앞서 기업이 해당 지역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부터 공개적으로 진단할 필요가 있다.
입지가 문제인지, 분양가격이 주변 산업단지보다 높은 것인지, 유치업종과 지역 산업구조가 맞지 않는 것인지, 인력 확보가 어려운 것인지, 교통·전력·용수 등 기반시설이 부족한 것인지를 단지별로 분석해야 한다.
무엇보다 수요예측을 수행한 기관이 예측과 실제 결과의 차이를 사후 평가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예상 분양률 100%가 실제 0%나 5.4%로 끝났다면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는지 원인을 기록하고 다음 산업단지 수요예측에 반영해야 같은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장종태 의원은 “산업단지는 조성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기업이 입주하고 투자가 이뤄져 일자리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다”며 장기간 분양이 부진한 단지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선택하지 않는 원인을 먼저 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만큼 실제 기업 유치와 투자, 고용 및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며 장기 미분양 단지의 입지·유치업종·기업수요·기반시설·분양조건 등을 개별적으로 분석해 맞춤형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결국 산업단지 정책의 성패는 ‘몇 곳을 지정하고 얼마나 많은 땅을 조성했느냐’가 아니라 그 땅에 실제 기업이 들어와 투자하고 사람을 고용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100% 분양을 예상했던 산업단지에서 64.5%가 팔리지 않았다는 결과는 신규 산업단지 확대에 앞서 수요예측의 신뢰성부터 다시 검증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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