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에게 직접적인 보증금 반환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서울시 사회주택’이라는 공공성을 앞세워 세입자를 모집한 사업에서 피해가 발생했다면 서울시가 어디까지 관리·감독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박이강 의원(사진)은 11일 열린 제338회 임시회 폐회중 제2차 주택공간위원회 회의에서 사회주택 임대보증금 미반환 사태에 대한 서울시의 대응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박 의원이 밝힌 피해 규모는 7개 사업장 35세대, 약 25억원이다. 일부 세입자는 계약이 종료됐음에도 수천만원에서 1억원대의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년 전 문제 알았다는데…왜 보증금 사고는 막지 못했나
이번 사태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대목은 사회주택의 구조적 문제를 서울시가 언제 인지했고, 이후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다.
박 의원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은 취임 이후 사회주택 사업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약 4년 전 사업 재구조화를 지시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따라온다.
사업의 구조적인 위험성을 이미 파악했다면 기존 사회주택 사업자의 재무건전성과 보증금 반환 능력은 제대로 조사했는가.
박 의원은 서울시가 기존 사업자들의 자본과 상환 능력을 충분히 점검하지 않았고 결국 세입자들의 보증금 미반환 문제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도 사업자 선정 과정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 직무대리는 시의회 답변 과정에서 “최초 선정 당시 재정 건전성 등에 대한 고민이 조금 부족했지 않았나 판단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사업 초기 단계에서 사업자의 재정건전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보증보험 가입 어려웠다면 위험은 누가 떠안았나
사회주택은 일반 민간임대와 출발점부터 다르다.
청년과 신혼부부, 장애인, 고령자 등 상대적으로 주거시장 대응력이 떨어지는 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이 정책적으로 도입한 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자가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한 안전장치는 일반 민간임대보다 오히려 더 촘촘하게 설계됐어야 한다.
특히 보증보험 가입이 어렵거나 제한되는 구조였다면 사고 발생 시 세입자의 보증금을 어떤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별도의 장치가 필요했다.
그러한 장치가 충분하지 않았다면 위험은 결국 가장 대응력이 약한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된다.
이번 사태에서 단순히 ‘사업자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확인해서는 부족한 이유다.
서울시는 사업자 선정 당시 재무상태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사업 진행 과정에서 재정건전성을 정기적으로 확인했는지, 보증금 반환 위험을 언제 처음 파악했는지 공개할 필요가 있다.
시장-국토부 장관 만났는데 사회주택 문제는 빠졌다
피해 발생 이후 서울시의 대응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문제 해결이 늦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의사결정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서울시가 지난 5월 11일 국토부에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한 것 외에 국회와 관계기관을 상대로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7월 오세훈 시장과 국토부 장관의 면담에서도 사회주택 보증금 문제가 공식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메인 의제가 아니더라도 서면으로 국토부와 HUG의 협조를 구했어야 했다”며 담당 부서 차원에서 시장에게 적극적으로 보고하고 해결책을 요청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은 서울시의 설명도 추가로 필요하다.
당시 시장에게 어느 수준까지 사회주택 보증금 문제가 보고됐는지, 국토부 장관 면담 의제에서 제외된 이유는 무엇인지, 이후 국토부와 HUG에 어떤 협조를 요청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보고조차 제대로 안 됐다’는 비판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다.
신규 공급 중단했다고 기존 피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가 사회주택의 신규 공급을 사실상 중단한 것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사업구조에 문제가 발견됐다면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신규 사업을 중단하거나 재검토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신규 공급을 중단하는 것과 이미 발생한 보증금 피해를 해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사업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는다고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지금 서울시에 필요한 것은 사회주택 정책을 계속할 것이냐, 중단할 것이냐는 논쟁을 넘어 이미 발생한 피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시간표다.
주택정책 전문가 시각... “민간사업자 책임과 공공의 관리책임 구분해 따져야”
주택정책 측면에서 이번 사태는 ‘서울시가 모든 보증금을 대신 갚아야 한다’거나 반대로 ‘민간사업자의 채무이기 때문에 서울시와 무관하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다.
임대차계약상 보증금 반환의 직접적인 법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개별 계약관계와 사업구조를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의 정책사업으로 추진되고 공공기관이 사업 과정에 참여했다면 별도의 관리책임 문제는 남는다.
주택정책 전문가 관점에서는 크게 네 가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첫째, 사업자 선정 당시 자본금과 부채, 보증금 반환 능력을 충분히 심사했는지다.
둘째, 사업기간 동안 사업자의 재무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운 사업이었다면 서울시와 SH가 그 위험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면 어떤 대체 안전장치를 마련했는지도 따져야 한다.
넷째, 위험 징후가 확인된 뒤 신규 계약이나 세입자 입주를 차단하는 등 추가 피해 방지 조치가 적기에 이뤄졌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특히 공공이 정책 신뢰도를 활용해 민간사업자의 임대주택 공급을 지원하는 방식이라면 사업 실패에 따른 위험을 세입자에게만 부담시키지 않는 구조를 처음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 이름’이 세입자의 선택에 영향을 줬는지도 중요
이번 문제에서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은 ‘공공에 대한 신뢰’다.
청년 세입자가 일반 민간임대주택과 서울시 정책사업이라는 이름이 붙은 사회주택 가운데 후자를 선택했다면 그 과정에서 ‘공공이 관여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서울시가 법률상 직접적인 임대인이 아니었다는 이유만으로 정책적 책임까지 모두 벗어나기는 어렵다.
공공사업의 이름은 단순한 간판이 아니다.
시민에게 신뢰를 제공하는 대신 그만큼 높은 수준의 사업자 검증과 사후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선지급’ 요구…세금 투입 전 법적 근거부터 명확해야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는 회의 이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청년 세입자들을 찾아 피해 상황을 청취했다.
위원들은 서울시와 SH가 미지급 보증금을 우선 지급하는 방안까지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피해 세입자의 주거불안을 빠르게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재정을 이용한 선지급은 또 다른 검증이 필요하다.
서울시나 SH가 어떤 법적 근거로 민간사업자가 반환해야 할 보증금을 먼저 지급할 수 있는지, 지급 후 사업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회수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먼저 따져야 한다.
피해자 구제를 서둘러야 한다는 이유로 법적·재정적 검토 없이 시민 세금을 투입한다면 또 다른 논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법적 근거가 있고 구상권 행사 등을 통해 재정을 회수할 수 있다면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누가 갚을 것인가’보다 먼저 ‘왜 막지 못했나’를 물어야
35세대, 약 25억원.
전체 서울시 예산과 비교하면 작은 숫자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세입자에게 수천만원에서 1억원에 이르는 전세보증금은 수년간 모은 자산의 대부분일 수 있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보증금을 최종적으로 누가 갚느냐에만 있지 않다.
서울시가 정책적으로 만든 주택에서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고, 위험 신호를 사전에 발견할 시스템은 작동했으며, 문제가 확인된 뒤 행정은 얼마나 빠르게 움직였느냐를 밝혀야 한다.
특히 4년 전부터 사회주택의 구조적인 문제를 인식해 재구조화를 추진했다면 기존 사업에 대한 전수점검이 충분했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문제를 알고도 사업자의 보증금 반환 능력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면 단순한 제도상의 허점을 넘어 관리·감독의 문제로 이어진다.
서울시는 국토부와 HUG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설명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와 중앙정부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구분해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피해 세입자에게는 시간이 곧 비용이다. 보증금을 받지 못하면 새로운 집의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하고 이자 부담까지 떠안을 수 있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가 확인된 뒤 얼마나 빨리 바로잡느냐다.
그리고 이번 사태의 최종적인 평가는 사회주택이라는 사업의 폐지 여부가 아니라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35세대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돈을 되찾을 수 있느냐로 내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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