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분양가에 쪼그라든 일반분양… 서울 정비사업 ‘무주택자 진입장벽’ 높인다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9-18 13:32:28 댓글 0
[데일리환경=안상석기자] 서울 도심 내 핵심 주택 공급 통로인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의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5년 새 정비사업장 예정 분양가는 1.7배 수준으로 가파르게 치솟은 반면,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돌아가는 일반분양 물량 비중은 20% 초반대까지 주저앉았다.

‘공급 폭탄’이라는 장밋빛 구호와 달리, 청약 시장에서는 고분양가와 물량 기근이 맞물리며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사다리가 끊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5년 만에 3.3㎡당 3,130만→5,290만원 급등… 강남권은 평당 1억 안팎 육박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종태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6년 8월까지 조합사업비대출보증을 받은 서울 정비사업장 62곳의 3.3㎡당 평균 예정 분양가는 2021년 3,130만 원에서 올해 5,290만 원으로 1.7배 상승했다.

▲서울 정비사업 예정분양가 및 일반분양 비중

중앙값 역시 같은 기간 2,700만 원에서 5,050만 원으로 1.9배 가까이 올랐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제외한 비강남권 사업장만 떼어놓고 봐도 평균 분양가는 2,550만 원에서 4,250만 원으로 1.8배 상승했다. 서울 전역에서 분양가 인상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셈이다.

개별 단지의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2025년 11월 서초구의 한 사업장은 3.3㎡당 예정 분양가가 1억 100만 원으로 1억 원 선을 넘어섰고, 올해도 서초구 9,500만 원, 동작구 7,700만 원을 기록한 사업장이 잇따라 확인됐다.

이번 통계는 HUG 보증 심사 당시 조합이 제출한 사전 예정가인 만큼, 착공과 본분양 단계에서 원자재비 및 금융비용 인상분이 반영되면 실제 분양가는 더 뛸 전망이다.

일반분양 비중 3년 연속 하락세… 10채 중 2채만 일반 청약 물량

분양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일반 청약 대기자 몫은 급감했다. 2021년 서울 정비사업 전체 8,129세대 중 일반분양은 2,401세대로 29.5%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1만 9,962세대 중 4,361세대(21.8%)에 그쳤다.

특히 일반분양 비중은 2023년 37.8%를 기록한 이후 2024년 31.9%, 2025년 24.0%, 2026년 21.8%까지 3년 연속 하락 곡선을 그렸다. 전체 62개 사업장(총 7만 5,411세대)을 살펴봐도 조합원분이 4만 3,310세대(57.4%), 임대주택이 1만 34세대(13.3%)를 차지해 일반분양은 2만 2,067세대(29.3%)에 불과했다.

극단적인 물량 실종 사례도 잇따랐다. 일반분양 물량이 아예 0세금인 사업장이 4곳에 달했으며, 올해 6월 강동구의 한 단지는 조합원 1,164세대에 일반분양이 60세대에 그쳤다. 1월 서초구 사업장 역시 조합원 386세대에 일반분양은 10세대에 머물렀다.

전문가 "공사비 분쟁과 자금 조달 리스크가 낳은 '고분양가·소수 분양' 악순환"

분양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수년간 지속된 공사비 급등과 조합원 추가분담금 갈등이 이 같은 왜곡을 부추겼다고 분석한다.

한 부동산 분양마케팅 전문가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조합원들이 추가분담금 부담을 덜기 위해 일반분양 물량을 최소화하고, 대신 남은 물량에 높은 평당 가격을 책정해 공사비를 충당하는 구조가 굳어졌다"며 "결국 일반분양은 소형 평형이나 비선호 동·호수 위주로 줄어들고, 가격은 최고가를 찍는 기형적 시장이 형성된 것"이라고 짚었다.

또 다른 정비사업 전문가는 "PF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금융비용이 치솟으면서 조합 입장에서는 미분양 리스크를 피하려 일반분양 세대수를 극도로 보수적으로 설계하고 있다"면서 "외형적인 인허가 및 착공 수치만 늘리는 공급 정책은 실수요자의 체감 효과를 낳기 어렵고, 청약 과열과 주거 양극화만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종태 의원 "도심 공급 정책의 '공공성 실종'… 주거 사다리 복원 위한 제도적 보완 시급"

국회에서는 현행 정비사업 주도 도심 주택 정책이 ‘공공성’을 상실한 채 민간 자산 가치 상승에만 편중되고 있다는 점을 엄중히 짚었다. 단순 착공·인허가 실적에 기댄 공급 통계가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본령을 가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장종태 의원은 "현행 정비사업 정책이 추진 속도와 착공 건수 등 가시적인 물량 성과에만 매몰되면서, 정작 공공이 책임져야 할 '무주택 실수요자 진입 통로 확보'라는 핵심 가치가 완전히 실종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의원은 "도심 내 정비사업이 용적률 상향 등 막대한 제도적 혜택을 받는 공적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그 결과물이 소수 조합원의 자산 가치 극대화와 청약 고분양가로만 귀결된다면 이는 심각한 정책적 실패"라며 "서울시와 국토부는 전체 세대수 통계 뒤에 숨겨진 일반분양 급감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장 의원은 "도시정비 인센티브 제공 시 일반분양 최저 비율을 의무화하고, 지자체 분양가 관리 기제를 정비사업 전반으로 확대 적용하는 등 무주택 서민을 위한 실질적인 주거 사다리 복원 대책을 국정감사 등을 통해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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