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20%대 감액 조정안마저 걷어차고 재입찰을 밀어붙였으나, 정작 새 사업자에게는 종전보다 40%나 헐값에 매장을 내어주며 공공기관의 비합리적 의사결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장종태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서구갑)이 인천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 2022년 입찰 당시 예정가(1인당 5,346원·5,617원)보다 60% 이상 높은 8,987원·9,020원을 써내 낙찰받은 신라·신세계와 10년 장기 계약을 맺었다.
당시 계약에는 "여객 감소 등 환경 변화에도 임대료를 조정하지 않는다"는 독소 조항이 포함됐다.
그러나 면세 시장 침체로 한계에 부딪힌 두 업체가 2025년 법원에 감액 조정을 신청했고, 법원은 25%·27% 인하라는 강제조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공사는 이를 거부하고 이의신청을 냈다. 결국 두 업체는 도합 3,813억 원(신라 1,902억 원, 신세계 1,91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물고 매장을 철수했다.
문제는 공사의 오판이 빚어낸 후폭풍이다. 공사는 재입찰을 거쳐 지난 4월 롯데와 현대백화점면세점을 새 사업자로 선정했으나, 낙찰가는 1인당 5,345원·5,394원에 그쳤다. 기존 신라·신세계 임대료 대비 무려 40%나 깎아준 셈이다.
수익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손실은 명백하다. 2027년부터 2033년 6월까지 공사가 챙길 임대수익은 법원 조정안을 수용했을 경우 3조 6,544억 원이었다. 반면 재입찰로 거둬들일 임대료는 2조 9,452억 원에 불과하다.
업체들로부터 징수한 위약금(3,813억 원) 전액을 보태도 3조 3,265억 원에 그친다. 공사의 무리한 '버티기'로 인해 3,279억 원의 확정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여기에 잠재적 뇌관도 남아 있다. 신라면세점이 이미 납부한 위약금을 돌려달라며 낸 반환 소송 1심이 진행 중이다. 공사가 패소할 경우 약 1,900억 원을 고스란히 뱉어내야 해 손실액은 5,000억 원대로 불어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공사가 거부 명분으로 내세운 '법률자문'의 허구성이다. 당시 법률자문은 "조정에 응하면 배임 소지가 있고 향후 과다 투찰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입찰 낙찰가(5,345원)는 공사가 2022년에 책정했던 자체 예정가(5,346원) 수준으로 수렴했고, 과다 투찰은 이미 2022년 입찰에서 공사가 예정가의 168%에 달하는 투찰을 용인하며 벌어진 일이었다. 무엇보다 공사는 당시 조정안 수용 여부에 따른 구체적인 수입 득실 비교조차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공사의 경직된 행정이 자초한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한 대형 면세점 관계자는 "시장의 체질이 완전히 바뀐 상황에서 기존 계약서 문구만 방패 삼아 현실적인 감액안을 걷어찬 결과가 결국 경쟁사에 40% 할인 혜택을 안겨준 촌극으로 이어졌다"며 "공공자산을 운용하는 기관이 실익보다 감사 회피와 책임 면피에만 급급했던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측은 계약 원칙 준수와 특혜 시비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특정 업체에 임대료를 임의로 깎아줄 경우 계약의 공정성이 훼손되고 감사원 감사나 형사상 배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며 "원칙에 따라 재입찰을 진행해 공실 없이 정상적으로 매장을 운영 중이며, 합법적 절차에 따른 계약 이행이었다"고 해명했다.
장종태 의원은 "새 사업자를 들여 공실을 메웠다고 해서 실질적인 3,300억 원의 손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사는 조정안 거부 당시의 구체적인 판단 경위를 투명하게 밝히고, 비정상적 과다 낙찰을 걸러낼 제도적 장치와 시장 급변 시 유연하게 대처할 임대료 조정 기준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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