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떠난 섬에도 생명은 머문다…여수 무인도 4곳, 바다를 되살리는 손길

안영준 기자 발행일 2026-10-21 07:34:47 댓글 0
- 가덕도·수항도·형제도·뒷여에서 해안·수중쓰레기 정화 캠페인…정부·기업·시민단체 함께한 ‘도(島)화지 프로젝트’
[데일리환경=안영준 기자] 사람이 살지 않는 섬에도 생명은 살아간다. 바닷바람을 따라 새들이 날아들고, 파도에 씻긴 바위틈에는 작은 생명들이 저마다의 자리를 지킨다. 그러나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라고 해서 인간이 남긴 흔적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바다를 떠돌던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버려진 어구들이 파도를 타고 밀려들면서 무인도의 해안과 바닷속에도 쓰레기가 쌓여간다.

▲ 여수 하화도 해안 환경정화 활동(출처=여수시도시관리공단 포토갤러리. 이번 10월 16~17일 행사와는 별개의 2026년 여수세계섬박람회 성공개최 기원 해안 정화활동 자료사진)

이처럼 사람의 발길이 드문 섬의 자연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해양정화 활동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여수 일대에서 마련됐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여수시 가덕도와 수항도, 형제도, 뒷여 등 무인도서 4곳을 대상으로 ‘2026년 제2차 무인도서 해양정화 캠페인’을 추진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 6월 제주 차귀도에서 진행된 첫 번째 캠페인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마련된 ‘도(島)화지 프로젝트’다. 


‘도화지’라는 이름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겼다.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을 깨끗한 도화지처럼 보전하고, 그 위에 국민과 함께 자연의 미래를 그려 나가겠다는 뜻이다. 한 번의 청소로 끝나는 환경정화 활동을 넘어 무인도서가 지닌 생태적 가치를 알리고 보전의 중요성을 나누려는 취지다.

이번 정화 대상지는 여수 북쪽 소호동 인근의 가덕도와 남쪽 금오도 주변에 자리한 수항도, 형제도, 뒷여다. 섬마다 해안 지형과 주변 해역의 환경은 다르지만, 모두 육지에서 접근하기 쉽지 않은 무인도서라는 공통점이 있다.

무인도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상적인 환경관리의 손길이 미치기 어려운 곳이다. 육지에서는 쓰레기 수거 차량과 청소 인력이 정기적으로 움직이지만, 섬에서는 선박을 이용해 사람과 장비를 옮겨야 한다. 해안 절벽이나 바위가 많은 지역에서는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특히 해양쓰레기는 섬에서 직접 발생한 것만이 아니다. 육지의 하천과 해안에서 바다로 흘러간 생활폐기물이나 해상에서 유실된 어구가 바람과 해류를 따라 이동하다 무인도 해안에 쌓이기도 한다. 한번 들어온 쓰레기는 파도에 부서져 작은 조각으로 남거나 바위틈에 끼어 장기간 자연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캠페인에서 눈길을 끄는 곳은 형제도다.

형제도는 지난 9월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이달의 무인도서’로,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자연의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왜가리와 노랑발도요, 바다직박구리 등 조류의 서식이 확인됐으며, 육상 포유류인 수달의 배설물도 관찰됐다.

사람이 머물지 않는 작은 섬이지만 바닷새에게는 먹이를 찾고 쉬어가는 공간이며, 주변 바다와 연결된 생태계의 일부인 셈이다.

해양쓰레기가 이러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 바다에 버려진 그물과 낚싯줄은 해양생물의 몸에 감길 수 있고, 스티로폼과 플라스틱은 시간이 흐르면서 잘게 부서져 해양생물의 먹이 활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작은 플라스틱 조각은 해안의 모래나 자갈 사이에 섞이면 수거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해양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활동이 단순히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치우는 데 그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공단을 비롯해 포스코(POSCO),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섬즈업(SEOMSUP) 등 공공·민간 주체가 참여했다. 정부가 해양환경 보전 정책을 추진하고, 공공기관과 기업, 시민단체가 현장 활동에 힘을 보태는 협력 방식이다.

정화 대상에는 해안에 쌓인 폐기물뿐 아니라 바닷속에 가라앉은 수중쓰레기도 포함됐다. 해안에서 보이는 쓰레기는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바닷속 폐기물은 수면 위에서 확인하기 어렵고 작업 과정에도 전문적인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다.

바닷속에 남겨진 폐그물과 로프, 각종 플라스틱 폐기물은 해양생물의 이동을 방해하거나 서식환경을 훼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해양정화 활동에서는 육상과 수중을 함께 살피는 접근이 중요하다.

해양수산부는 이번 활동을 준비하면서 참여자를 대상으로 사전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현장에 응급구조사를 배치하는 등 안전관리 대책도 마련했다. 무인도 주변은 조류와 파도, 기상 변화에 따라 작업 여건이 달라질 수 있어 환경보전 활동과 함께 참여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무인도서의 가치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사실에만 있지 않다. 인간의 생활공간에서 떨어져 있는 만큼 자연 상태의 해안 지형과 식생, 야생동물의 서식환경을 간직하고 있는 곳도 많다.

바닷새에게는 번식과 휴식의 장소가 되고, 해양생물에게는 주변 연안과 연결되는 생태적 공간이 된다. 섬의 환경을 지키는 일은 결국 바다 전체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일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 6월 제주 차귀도에서 시작된 도화지 프로젝트가 이번 여수의 네 섬으로 이어진 것도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했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무인도서의 환경을 살피고 정화 활동을 이어가면서 해양영토의 생태적 가치를 국민에게 알리는 기회가 되고 있다.

서진희 해양수산부 국제협력정책관은 무인도서가 중요한 해양영토이자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소중한 터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건강한 무인도서의 생태환경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해양쓰레기 문제는 어느 한 지역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해류를 따라 이동하는 폐기물의 특성상 육지에서 버려진 쓰레기가 먼바다의 섬에 도착할 수 있고, 어업과 해상활동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여러 해역으로 확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양정화 활동과 함께 생활 속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어구의 유실을 예방하며, 해양폐기물을 적절하게 회수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바다를 찾는 시민들이 자신이 가져간 물품을 되가져오는 작은 실천 역시 해양환경을 지키는 출발점이 된다.

파도는 오늘도 섬의 해안을 쉼 없이 두드린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도 새들은 날아들고, 바닷속 생명들은 저마다의 시간을 이어간다. 그 풍경이 오래도록 남을 수 있도록 바다를 지키는 손길도 계속되어야 한다.

▲ 여수 하화도 해안 환경정화 활동(출처=여수시도시관리공단 포토갤러리. 이번 10월 16~17일 행사와는 별개의 2026년 여수세계섬박람회 성공개최 기원 해안 정화활동 자료사진

여수의 네 무인도에서 이어진 도화지 프로젝트는 자연이 스스로 그려가는 풍경을 지키기 위한 작은 실천이다. 깨끗해진 해안과 바닷속에서 다시 이어질 생명의 이야기가 이번 활동의 가장 소중한 의미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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