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송 숲에 차려지는 가을의 식탁…울진 소광리, 천년의 지혜를 맛보다

정진욱 기자 발행일 2026-10-27 15:16:09 댓글 0
세계중요농업유산 지정 1주년 기념, 31일 첫 체험행사 개최
산촌 미식부터 숲길 해설까지…자연과 사람이 함께 빚어낸 삶의 유산
[데일리환경=정진욱 기자] 가을이 깊어가는 경북 울진의 산골 마을 소광리.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금강송의 가지가 흔들리고, 숲 아래 작은 밭에는 한 해를 살아낸 사람들의 수고가 남아 있다. 산에서 얻은 나물과 버섯이 밥상에 오르고, 오래된 숲길에는 장터를 오가던 사람들의 발자취가 겹쳐진다.

▲ 울진 금강송 숲의 자연경관. 이번 행사에서 마을 주민의 해설과 함께 산지농업의 역사를 살펴보는 숲길 체험이 진행된다.(출처=울진군 사진·영상기록관 자료)

이곳에서는 숲이 곧 삶의 터전이었고, 농사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수백 년 동안 금강송과 더불어 살아온 울진 소광리에서 그 오래된 지혜를 함께 나누는 가을 잔치가 열린다.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1리 마을회는 오는 3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금강송테마전시장 주차장과 일대에서 '제1회 울진금강송 산지농업시스템 세계중요농업유산 체험행사 @소광리'를 개최한다.

울진군이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세계중요농업유산 지정 1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지역 주민들이 오랜 세월 지켜온 숲과 농업의 가치를 시민들과 나누고, 산촌의 음식과 문화, 자연을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자리다. 구글 문서+1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시스템은 2016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7호로 지정됐으며, 2025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금강송 숲을 보호하면서 송이를 채취하고, 산자락에 농경지를 일구고, 물길을 만들어 농사를 이어온 생활방식이 그 바탕에 있다. 숲을 베어내는 대신 숲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았던 선조들의 지혜가 오늘날 지속 가능한 농업의 가치로 인정받은 것이다. 뉴시스+1

▲ 오는 31일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에서 열리는 '제1회 울진금강송 산지농업시스템 세계중요농업유산 체험행사' 홍보 포스터. 산촌의 전통 음식과 숲길 체험, 기조강연 등이 마련된다. (출처=소광1리 마을회)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은 산촌의 먹거리를 직접 경험하는 '금강송숲 가을도시락'과 '산촌미식 전시 및 시연'이다.

버섯장아찌밥과 전, 나물장아찌 주먹밥과 쌈밥, 식혜와 능이차 등 소광리의 자연을 담은 음식들이 선보인다. 화려한 식재료보다 산과 들에서 얻은 소박한 재료들이 중심이다.

한 끼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다. 계절을 기억하고, 땅을 일군 사람의 손길을 떠올리며, 자연이 허락한 만큼 거두어들이는 삶의 태도를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정오에는 사전 신청자 가운데 선착순 100명이 참여하는 '100인의 식탁'이 마련된다. 가을 숲 한가운데서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산촌의 맛과 정취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오후 1시에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해설하는 '금강송산지농업 도슨트 투어'가 이어진다. 참가자들은 숲길을 걸으며 금강송이 마을의 생업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자연을 보전하면서 농업을 이어온 방식은 무엇인지 들을 수 있다. 투어는 사전 신청자 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구글 문서

숲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이날 기조강연에는 농업 전문 크리에이터이자 『식량위기 대한민국』의 저자인 남재작 박사가 참여한다. 기후변화와 식량 문제를 배경으로 산지농업시스템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기후가 달라지고 농업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 오랜 세월 자연의 순환에 기대어 살아온 산촌의 경험은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더 많이 생산하는 방법만큼이나 오래 지켜내는 방법이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이다.

행사장에는 금강송숲 가을장터도 열린다. 지역 농산물과 산촌의 먹거리를 만나볼 수 있으며, 세계중요농업유산 OX 퀴즈, 포토부스, 숲미식 아트테라피, 음악공연 등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된다.

금강송면 난타 공연과 테너 문성열의 무대는 산골 마을의 가을에 또 다른 울림을 더할 예정이다. 구글 문서

울진 소광리의 금강송은 오랜 세월 같은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그 숲의 가치는 나무가 오래되었다는 사실에만 있지 않다.

나무 아래에서 살아온 사람들, 물길을 만들고 밭을 일구며 다음 세대에 삶의 터전을 물려준 사람들의 시간이 함께 쌓여 있기 때문이다.

세계가 인정한 것은 어쩌면 울창한 숲만이 아니라, 그 숲을 지키면서 살아온 사람들의 오래된 약속인지도 모른다.

10월의 마지막 날, 소광리에는 가을의 식탁이 차려진다.

금강송 향기가 머무는 숲길을 걷고, 산에서 얻은 음식 한 숟가락을 맛보며, 사람들은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숲은 오랜 세월 사람을 품었고, 사람은 그 숲을 지켜왔다. 소광리의 가을은 그렇게 오래된 공존의 이야기를 오늘의 시민들에게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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