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에 멈춘 여객기, 낯선 공항서 발 동동”…‘강풍 회항’ 급증에도 승객 대책은 제자리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11-01 15:57:24 댓글 0
일상화된 돌풍·급변풍…국내선 회항 2편 중 1편은 ‘바람’ 때문이었다
 거세진 한반도 하늘길 돌풍…‘강풍 회항’ 급증 속 승객 지원 매뉴얼 시급

 “바람 앞에 멈춘 하늘길”…국내선 회항 절반이 ‘강풍’, 이상기후 일상화에 승객 보호책은 ‘구멍’

[데일리환경=이정윤,안상석 기자]최근 5년간 국내 14개 공항에서 1천 편이 넘는 여객기가 이륙 후 목적지에 내리지 못하고 뱃머리를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회항 건수는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국지성 돌풍 등 이상기후에 따른 ‘강풍 회항’은 1년 새 80% 이상 폭증했다.
▲최근5년간주요국적항공사회항현황

항공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 하더라도, 기후변화로 회항이 일상화되는 환경에 발맞춰 체계적인 승객 보호 매뉴얼과 대체 수송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황희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적항공사 운항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인천공항을 제외한 한국공항공사 관할 14개 공항에서 발생한 회항은 총 1,054편에 달했다. 이 중 3편 중 2편꼴인 705편(66.9%)이 악천후 등 기상 악화가 원인이었다.

주목할 대목은 기후변화가 초래한 비행 패턴의 급변이다. 연도별 전체 회항 건수는 2023년(286편)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278편, 2025년 245편으로 2년 연속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선 회항(176편) 중 절반 이상인 93편(52.8%)이 목적공항의 ‘강풍’ 때문에 발생했다. 전년(51편) 대비 82.4% 폭증한 수치다. 국내선 전체 회항 편수가 줄어드는 동안, 강풍으로 인한 회항 비중은 26.7%에서 52.8%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 역시 10월 21일 기준 회항 198편 중 강풍 관련 사례가 82편에 달해 이 같은 추세가 고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5년간 항공사별 회항 누적 건수는 제주항공이 189편으로 가장 많았고, 진에어(155편), 티웨이항공(153편), 대한항공(147편), 아시아나항공(132편) 순이었다. 다만 이는 각 사의 총 운항 횟수와 제주·김해 등 기상 변동성이 큰 노선의 취항 비중에 따른 차이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항공 전문가들은 급변풍(윈드시어)과 돌풍의 상시화 속에서 회항 자체는 타협할 수 없는 ‘안전 최우선 조치’라고 입을 모은다. 한 항공운항과 교수는 “기후위기로 인해 한반도 상공의 대기 불안정성이 심화되면서 순간 최대 풍속이나 난기류의 예측 난도가 급격히 높아졌다”며 “착륙 시도를 무리하게 강행하기보다 복행(Go-around)이나 회항을 택하는 것은 비행 안전의 절대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회항 이후 공항 현장에서 벌어지는 대혼란이다. 지난 1월 김해공항 강풍으로 제주로 기수를 틀었던 에어부산 편이 재급유 후 2시간 40분 늦게 도착하거나, 지난달 엔진 이상으로 회항한 대한항공 탑승객들이 대체기 투입까지 6시간가량 대기하는 등 승객들의 시간적·경제적 피해는 반복되고 있다. 현행 규정상 기상 악화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한 지연·결항은 항공사의 배상 책임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대체 교통편 안내나 숙박·식사 지원이 항공사 재량에만 맡겨져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기상 예측-운항 통제-사후 지원’으로 이어지는 정부 차원의 표준 가이드라인 정립을 주문한다. 또 다른 항공정책 전문가는 “기상 악화로 인한 회항을 단순한 ‘우발적 사고’가 아닌 ‘상시적 운항 리스크’로 재정의해야 한다”며 “공항 인근 철도·고속버스 연계 수송망 구축, 타 공항 대체 착륙 시 신속한 승객 유도 절차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표준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희 의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악천후가 일상화된 만큼 회항 위험 역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며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 하더라도 낯선 공항에 발이 묶인 승객들에게 모든 불편을 떠넘겨선 안 되며, 국토부는 공항별·상황별 맞춤 지원 체계를 조속히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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