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눈덩이 사업비와 '단골' 특허… 아리수 본부, 신뢰의 물길 틀어야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11-05 13:53:36 댓글 0
허광행 시의원, 정수장 현대화 예산 폭증·특허공법 일감 몰아주기 의혹 제기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 서울 시민의 '생명수'를 책임지는 서울아리수본부의 정수장 현대화 및 시설 개선 사업이 방만한 재정 운용과 불투명한 공법 선정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사업비가 당초 계획보다 수천억 원 폭증하고, 특정 업체에 특허공법 일감이 편중되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행정의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다.

3배 가까이 뛴 광암정수장… "원가 상승" 변명 앞서 정밀 수요예측 선행됐어야지난 4일 열린 제340회 서울특별시의회 정례회 서울아리수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환경수자원위원회 허광행 의원(더불어민주당, 강북4)은 정수장 증설·현대화 사업비 급증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허 의원에 따르면 광암정수장 증설·현대화 사업비는 당초 1,235억 원에서 무려 2,081억 원(약 168%)이 늘어난 3,316억 원으로 불어났다. 강북정수장 역시 434억 원이 증액됐다. 전오존시설 도입과 정수지 장수명화 등 설비 보강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2.7배에 달하는 예산 증액은 초기 수요예측과 타당성 조사가 허술했음을 자인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아리수본부 내부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원자재 가격과 건설 원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데다, 강화된 먹는 물 수질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고도정수처리 설비가 추가되면서 불가피한 증액이 발생했다"며 "물 공급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진행해야 하는 정수장 공사의 특수성을 감안해 향후 사업은 우선순위를 정밀 재조정해 재원 부담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사후약방문' 식 해명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광암정수장에 이어 암사·구의·영등포 등 대규모 현대화 사업이 줄줄이 대기 중인 상황에서, 초기 설계 부실로 인한 예산 폭증이 관행화된다면 고스란히 시민 혈세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정성평가 70점의 맹점… '반복 위원'과 '단골 업체'가 부른 카르텔 의혹더 심각한 문제는 배수지·정수지 내부 방식공사의 신기술·특허공법 선정 과정에서 포착된 불공정 정황이다. 허 의원은 공법 심사 과정에서 특정 심사위원이 반복적으로 참여하고, 특정 업체가 5~6차례나 연속 선정된 사례를 꼬집었다.

총 100점 만점 중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는 정성평가 비중이 70점에 달하는 구조에서, 심사위원과 입찰 업체 간 유착 가능성을 차단할 제도적 장치가 취약했다는 분석이다. 허 의원은 자치구 의정활동 당시 공무원이 특허권에 관여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공법 선정 과정의 이해충돌을 차단할 강력한 사후감사를 촉구했다.

아리수본부 측은 외부 심사위원을 추첨제로 운영해 로비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으며, 기존 100명이던 심사위원 풀을 200명으로 대폭 확대해 특정 위원의 중복 참여를 원천 방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또 내부 관계자는 "공법 특성상 엄격한 방수·방식 성능과 실적을 요구하다 보니 기술력을 검증받은 소수 업체가 다수 수주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며 "하자 발생 업체에 대해선 감점(최대 5점)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으며, 향후 평가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편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시민 신뢰 없는 수돗물은 없다수돗물 생산 시설의 현대화와 안전성 확보는 타협할 수 없는 서울시의 책무다. 그러나 '시민을 위한 필수 사업'이라는 명분이 예산 낭비와 불투명한 계약 관행을 정당화하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계획 대비 2.7배로 뛴 공사비는 행정의 예측 실패를 보여주고, 70점짜리 정성평가 뒤에 숨은 '단골 업체 밀어주기' 의혹은 기술 혁신의 장이 되어야 할 신기술·특허 제도를 기득권의 카르텔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심사위원 풀을 늘리고 감점을 강화하겠다는 식의 미봉책으로는 뿌리 깊은 불신을 걷어내기 어렵다.

공법 선정 과정 전반에 걸친 이해충돌 전수조사와 객관적인 사후감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물의 수질만큼이나 아리수본부의 예산과 행정 절차 또한 한 점 의혹 없이 맑고 투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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