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0~15년 개발도상국 노동시장에 청년 12억명 진입…예상 일자리는 약 4억개
민간자본 1120억달러 동원·IBRD 대출여력 1000억달러 확대…세계은행 개혁 성과 제시
[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세계은행이 향후 10~15년간 개발도상국 노동시장에 진입할 청년이 12억명에 달하지만 새로 만들어질 일자리는 약 4억개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약 8억개의 고용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은행은 공공재정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민간투자와 자선자본, 기술을 함께 끌어들이는 ‘고용 중심 개발금융’으로 모델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그룹 총재는 1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 본회의 연설에서 “앞으로 10~15년 동안 12억명의 젊은이가 약 4억개의 일자리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시장에 진입한다”고 밝혔다.그는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개발재원의 효율을 높이는 것과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며, 국가별 여건에 맞춰 공공재정·민간투자·자선자본·기술의 조합을 달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세계은행이 제시한 새 개발모델의 배경에는 개발재원의 빠른 축소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과 참여국의 2025년 공적개발원조(ODA)는 1743억달러로 전년보다 실질 기준 23.1% 감소했다.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연간 감소폭이다. OECD는 2026년에도 순 ODA가 추가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저소득국가들이 전통적인 원조에만 의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부채 부담도 개발재정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 세계은행의 국제부채보고서에 따르면 저·중소득국가는 2022~2024년 외채 원리금으로 새로 들어온 자금보다 7410억달러를 더 지불했다.이는 최소 50년 만에 가장 큰 순유출이다. 2024년 저·중소득국의 외채 잔액도 8조9000억달러에 달했다. 높은 이자비용과 제한된 재정여력이 지속되면 정부가 고용·교육·보건·인프라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세계은행은 이런 제약에 대응해 자체 금융구조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가 총재는 프로젝트 준비기간을 평균 19개월에서 9개월로 줄이고, 성과지표를 153개에서 22개로 간소화했다고 밝혔다.재무구조 개편을 통해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의 향후 10년 대출여력을 1000억달러 이상 추가로 확보했으며, 다자개발은행 공동금융 플랫폼에는 약 250개 프로젝트가 올라와 1380억달러 규모의 자금조달을 모색하고 있다.민간자본 유치도 핵심 축이다. 세계은행그룹은 2026회계연도에 개발도상국으로 1120억달러의 민간자본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2회계연도 350억달러의 세 배를 넘는 규모다. 보증 발행액도 250억달러로 늘었다. 세계은행은 자체 금융과 동원된 민간자본의 약 55%가 인프라·에너지, 농업, 보건, 관광, 부가가치 제조업 등 고용창출 효과가 큰 분야로 향했다고 설명했다.다만 민간자본 확대만으로 8억개의 고용 격차가 자동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민간투자는 수익성과 위험에 민감해 취약국이나 분쟁지역, 저소득국으로 충분히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 세계은행도 위험이 큰 국가에서는 공공재정과 양허성 금융이 여전히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인정했다.인프라와 교육·보건 같은 기반투자, 예측 가능한 규제환경을 먼저 만들고 그 위에 민간투자가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세계은행의 3대 고용전략이다.이번 연차총회 메시지는 국제개발의 평가기준이 ‘얼마를 빌려줬는가’에서 ‘얼마나 많은 민간자본과 일자리를 만들어냈는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조 감소와 부채 증가, 청년 인구 급증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개발금융기관은 한정된 공공재원을 위험분담과 시장조성에 활용해 더 많은 민간투자를 끌어내려 하고 있다. 앞으로는 실제 투자 확대가 양질의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가장 취약한 국가와 계층까지 혜택이 확산되는지가 새 개발모델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