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연구진, ‘캣 큐트릿’ 구현…3준위 양자상태 누설 억제 가능성 확인

유승철 기자 발행일 2026-10-19 00:07:39 댓글 0
3광자 라비 진동·3성분 캣 상태 직접 관측…에너지갭이 qutrit 영역 밖 전이를 억제
고차 펌프 성분이 성능 제한 요인…연구진 “대안적 qutrit 플랫폼 향한 첫 단계”
[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한국과 일본 연구진이 기존의 2준위 큐비트(qubit)를 넘어 3개의 양자상태를 정보 단위로 쓰는 ‘큐트릿(qutrit)’을 초전도 회로에서 구현하고, 외부 상태로 정보가 새는 현상을 억제할 수 있는 보호 메커니즘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양자정보를 더 많은 상태에 담으면서도 오류에 강한 하드웨어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로, 오류내성 양자컴퓨팅의 새로운 접근법으로 주목된다.

DGIST 권상일 교수와 도쿄이과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양자컴퓨팅센터 연구진은 17일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공학적으로 조절한 양자 터널링을 통한 보호형 캣 큐트릿 구현’ 연구를 공개했다. 연구에는 DGIST와 도쿄이과대, RIKEN을 비롯해 도쿄대와 시바우라공대 연구진이 참여했다. 논문은 지난 4월 접수돼 9월 30일 게재가 승인됐으며, 현재 동료평가를 거친 조기 공개본으로 제공되고 있다.

핵심 장치는 ‘3광자 Kerr 파라메트릭 발진기(KPO)’다. KPO는 초전도 공진기의 비선형성인 Kerr 효과와 다광자 구동을 결합해 위상공간에 여러 개의 안정적인 양자상태를 만드는 장치다. 지금까지 캣 상태를 활용한 연구는 주로 두 개의 상태를 이용하는 캣 큐비트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연구진은 구동 방식을 3광자 과정으로 확장해 서로 구별되는 세 개의 양자상태를 하나의 보호된 영역 안에 형성했다.


연구진은 먼저 3광자 라비 진동을 관측해 세 상태 사이의 양자적 결맞음이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어 위그너 함수 측정을 통해 세 개의 성분으로 이뤄진 ‘3성분 캣 상태’가 실제 위상공간에 형성되는 모습을 직접 확인했다.

이 상태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처럼 서로 다른 거시적 상태가 중첩된 형태를 양자회로 안에서 구현한 것으로, 두 상태가 아닌 세 상태를 동시에 정보처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 양자연구실에서 희석냉동기를 이용해 양자상태 측정 실험을 진행하는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없음 (출처 :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Wikimedia Commons·CC BY 2.0)

특히 연구진은 큐트릿이 머무는 상태공간과 그보다 높은 여기상태 사이에 에너지 차이가 형성되는 것을 시간영역에서 측정했다. 위상공간에서 나타난 ‘호흡하듯’ 커졌다 작아지는 진동은 큐트릿 상태와 여기상태 사이의 시간적 양자간섭에서 발생했으며, 이 진동의 주파수를 통해 두 영역 사이의 에너지갭을 직접 확인했다. Nature Communications는 이 에너지갭이 큐트릿 영역 밖으로의 누설을 억제하는 보호 효과의 실험적 지표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실험이 곧바로 오류내성 양자컴퓨터를 구현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진은 예상하지 않은 고차 펌프 성분이 평균 광자 수를 제한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보호 효과를 더 키우려면 이 기생 펌프 성분을 줄이고, 더 큰 캣 상태와 정밀한 제어를 구현해야 한다. 논문도 이번 결과를 완성된 qutrit 기술이 아니라 ‘대안적 qutrit 플랫폼으로 사용하기 위한 첫 단계’로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초전도 큐비트가 두 개의 상태만 다루는 구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데 의미가 있다. qutrit은 한 소자에서 세 상태를 다룰 수 있어 정보 인코딩 밀도를 높이거나 특정 양자알고리즘과 오류보정 구조를 단순화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캣 상태처럼 하드웨어 자체의 에너지 구조를 이용해 오류 방향을 편향시키거나 누설을 억제하는 방식은 소프트웨어 오류보정에 필요한 자원 부담을 줄이는 전략으로 연구되고 있다.

연구는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JST) 문샷 연구개발사업과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 한국연구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았다. 국내 연구자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이번 결과는 초전도 양자컴퓨팅 경쟁이 단순한 큐비트 수 확대를 넘어 ‘어떤 양자상태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보호 효과의 크기와 수명, 연산 게이트 정확도, 여러 큐트릿을 연결했을 때의 확장성이 실제 컴퓨팅 플랫폼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가르는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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