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 돌파’ 자축한 온라인도매시장… 거래 40%는 ‘정책금융 의무할당’ 채우기였다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10-19 00:07:12 댓글 0
[데일리환경=이정윤.안상석 기자]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농수산물 유통구조 혁신의 핵심 성과로 홍보해 온 '온라인도매시장 거래액 1조 원 돌파'가 저리 정책대출을 미끼로 한 강제 의무할당과 재정 지원으로 빚어낸 착시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신장식 의원(조국혁신당)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도매시장 전체 거래액 1조 2,365억 원 중 40.3%에 달하는 4,988억 원이 정부의 정책자금 융자, 운송비, 바우처 등을 지원받은 업체의 거래였다.

정부 지원을 받은 업체의 거래를 제외하면 실제 거래액은 7,377억 원에 불과해 자생적 거래 기준으로는 1조 원에 크게 못 미친다.


대출금 150% 온라인 거래 '강제'… 미이행 시 '자금 환수' 압박


거래액 부풀리기의 핵심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금융 조건이 자리 잡고 있다. 농식품부와 aT는 초기 직거래 진입 장벽 완화와 대량 구매처 유인을 명분으로 식자재마트, 중도매인, 가공업체 등에 업체당 최대 30억 원 한도로 연 1.5% 안팎의 저리 결제자금을 융자해 주고 있다.

문제는 이 융자에 붙은 '의무 거래 조건'이다. 결제자금을 지원받은 업체는 대출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온라인도매시장에서 반드시 구매해야 한다. 이 의무 거래 비율은 2024년 100%에서 지난해 125%, 올해는 150%로 강화됐다. 30억 원을 빌린 업체라면 45억 원어치를 온라인도매시장에서 사들여야 하는 구조다.

이를 채우지 못하면 대출금을 즉시 토해내야(기한 전 환수) 하고, 차년도 사업 지원에서도 배제된다. 업체들로서는 저리 자금을 확보하고 페널티를 피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온라인 주문을 쥐어짤 수밖에 없는 셈이다.

거래 92.6%가 '깜깜이' 지정거래… 공개 경쟁은 실종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형성된 거래의 실태다. 지난해 온라인도매시장 전체 거래의 92.6%(1조 1,454억 원)가 판매자가 사전에 특정 구매자에게만 물량과 단가를 노출하는 '지정거래' 방식으로 진행됐다.

온라인 플랫폼의 본래 목적은 산지와 소비지가 투명한 공개 경쟁을 통해 중간 유통마진을 줄이는 데 있다. 그러나 현재 시장은 특정 업체끼리 사전 협의된 거래를 온라인 창구로 단순 입력하는 폐쇄형 구조로 전락했다.

실제로 농식품부는 해당 거래들이 온라인 플랫폼 도입으로 새롭게 발굴된 판로인지, 아니면 기존 오프라인 거래처끼리 정책자금 수령과 의무 실적 충족을 위해 주문서만 플랫폼으로 옮겨 적은 것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산 선지급·운송비 보조 의존… "지원 중단 시 버틸 자생력 없어"

정부는 결제자금 외에도 농가 미수금 위험을 덜기 위한 정산자금 선지급(무이자~1.5% 저리 운용)과 산지-소비지 직배송 유도를 위한 운송비 최대 50% 국고 지원 등을 지속해서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에만 207개 업체가 2,315억 원 규모의 거래에 운송비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시장 구조 전반이 보조금과 대출 연계 의무에 묶여 있다 보니, 정부 지원이 축소되거나 종료될 경우 기존 오프라인 도매시장 관행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장식 의원은 “농식품부가 1조 원 돌파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상은 정부 돈을 쥐여주고 강제로 거래를 발생시킨 결과물”이라며 “정부 재정과 폐쇄형 거래로 외형만 불린 플랫폼은 지원이 끊기는 순간 자생할 수 없어 기존 도매시장의 구조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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