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생소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Restricted Stock Units)이 재계에서 이슈로 등장했다. RSU는 스톡옵션과 비슷하지만 그것과는 모습을 달리한다. RSU, 스톡옵션 모두 일 잘한 직원에 주는 성과금이다. 스톡옵션의 경우, 단기 실적을 올린 뒤 보상으로 받은 회사 주식을 팔고 떠나는 '먹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비해, RSU는 스톡옵션과 달리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직접 주는 방식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긴 시간(3~10년) 일한 뒤에야 주식을 받을 수 있어 긴 안목에서 성과를 내도록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관련 규제 장치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아 재벌가(家)의 경영권 승계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재계 등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사실상 후계자인 김동관 부회장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에 걸쳐 ㈜한화·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등에서 RSU를 받았다. 김 부회장의 RSU는 지급일로부터 10년 뒤 50%은 의결권 있는 보통주로 전환되고, 나머지 50%는 10년 뒤 주가로 계산한 현금으로 지급된다. 즉 김 부회장이 받은 RSU의 평가 가치는 10년 후 주가가 오르면 불어나고 반대로 주가가 내리면 줄어들게 된다. 김 부회장이 세 곳의 회사로부터 받은 RSU 가치(2023년 12월 하루평균 종가 기준)는 총 389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주목할 만한 것은 RSU를 통해 김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점점 강화되는 것이다. 김 부회장이 매년 3개 회사로부터 받는 RSU 절반은 10년 뒤,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차례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이 지금까지 지주사인 ㈜한화에서 받은 RSU 중 주식 몫만 약 26만7000주로, 지분율로 환산하면 0.35%다. 앞으로도 매년 받을 주식 보상을 염두에 두면, 지분율은 점점 올라간다. 여기에 RSU 절반은 주가로 환산한 현금으로 받는 만큼 세금 등에 쓸 ‘자금 확보’에도 수월하다. 현행 상법은 대주주에게는 스톡옵션을 주는 것은 막고 있지만, RSU는 별도 제한이 없어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화 고위 관계자는 “성과급 성격보다는 책임경영과 기업가치 제고 목적”이라며 “김 부회장 이외에도 전문경영인 등에게 RSU를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지난해 상반기에 보수총액 67억7600만원에 더해 RSU로 두산 주식 3만2266주를 받았다. 박 회장 동생인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도 올해 3월 RSU로 ㈜두산에서 1만1544주, 두산에너빌리티에서 3만8163주를 각각 받았다.이 밖에도 SK, 네이버, 쿠팡, 토스 등도 임직원 성과보상제도로 RSU를 운영하고 있다.정치권에선 RSU 관련 규제를 도입하고자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RSU를 스톡옵션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게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한편, 미국에서는 이미 스톡옵션 대신 RSU 제도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03년 이 제도를 처음 적용했다. 2010년 테슬라가 도입했고 애플은 2011년 임원과 엔지니어에 한해 RSU제도를 썼다. 아마존과 메타(옛 페이스북)도 인재들을 붙잡기 위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