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가 현대家 사유물인가”…정기선 거론에 ‘30년 장기집권’ 논란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7-27 16:40:14 댓글 0
박지성, 이영표 " 출마하지 않겠다' ... 무게 중심추는 정기선에게로
 차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후보군으로 거론되면서 한국 축구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993년 정몽준 전 회장 이후
▲정기선 회장
사실상 현대가(家)가 30년 넘게 축구협회 운영의 중심에 서온 상황에서 또다시 현대가 인사가 협회장 후보로 거론되면서다.

정기선 회장의 공식 출마 선언은 아직 없다. HD현대측도 27일  “정기선 회장이 HD현대 구단주를 맡고 있기는 하나, 아직 나이가 어릴 뿐더러 지난해 HD현대 회장직에 올아 여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당초 출마가 유력시 되던 K-축구 혁신위원회 박지성 위원장과 이영표 위원은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무게 중심추는 정기선 회장쪽으로 지울려 지는 모습이다.


한웅수 프로축구연맹 부총재와 이석재 경기도축구협회장이 거명되는 하나 정지선 회장을 위한 들러리 역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는게 중론이다.       

만약 정기선 회장이 제 출마해 당선된다면 현대가는 정몽준 전 회장과 정몽규 HDC 회장에 이어 3대에 걸쳐 한국 축구 행정을 사실상 장악하는 구도를 완성하게 된다. 

축구계 안팎에서 ‘현대가의 축구협회장 세습’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대한축구협회장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법적으로 특정 가문이 회장직을 물려받는 세습 구조는 아니다. 하지만 법적 형식과 현실의 권력 구조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재벌가가 30년 넘게 협회장 선거와 운영의 중심에 서는 것이 과연 한국 축구 전체를 대표하는 민주적 거버넌스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와 현대가의 인연은 정몽준 전 회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전 회장은 1993년부터 2008년까지 16년간 협회를 이끌며 2002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성사시키는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이후 축구선수 출신 조중연 회장이 4년간 협회를 맡았지만 2013년부터는 정 전 회장의 사촌동생인 정몽규 회장이 다시 회장직에 올랐다. 결과적으로 지난 30여 년간 한국 축구협회의 수장은 현대가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사들이 사실상 독점해온 셈이다.

문제는 이제 ‘현대가가 축구 발전에 기여했느냐’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단계가 지났다는 데 있다.

 현대가가 한국 축구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는 점과 특정 가문이 장기간 협회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차기 선거에서 정기선 회장이 후보로 나설 경우 ‘현대가가 또다시 협회장을 맡는 것이 당연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선수와 지도자, 지역 축구인, 아마추어 축구계 등 축구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가 배제된 채 재계 유력 인사 중심으로 협회장 선거가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질 수 있다.

한 체육행정학 교수는 “핵심은 특정 인물의 출신이 아니라 특정 가문이 장기간 조직의 최고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구조 자체”라며 “이런 구조가 반복되면 협회가 축구계 전체를 위한 조직인지 특정 세력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몽규 회장 체제에서 협회 운영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비판이 이어졌던 만큼 현대가 인사의 재등장은 단순한 세대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기존 체제에 대한 책임과 평가가 충분히 이뤄지기도 전에 다시 현대가 인사가 등장한다면 ‘결국 축구협회는 바뀌지 않는다’는 냉소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축구계 관계자는 “현대가가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앞으로도 협회장 자리를 맡을 명분이 될 수는 없다”며 “축구협회는 현대가의 소유물이 아니며, 특정 기업이나 가문이 축구 행정의 대표성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협회장 선거의 실질적인 경쟁 구조다. 형식상 선거가 존재하더라도 재계의 영향력과 자금력, 국제 네트워크를 갖춘 대기업 오너 일가가 후보로 등장할 경우 다른 후보들이 과연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결국 이번 선거가 정기선 회장의 출마로 이어진다면 한국 축구계가 맞닥뜨릴 질문은 명확하다. ‘현대가가 축구에 얼마나 기여했느냐’가 아니라 ‘왜 한국 축구의 최고 행정 조직은 30년 넘게 특정 가문 중심으로 운영돼야 하느냐’는 것이다.

현대가 입장에서도 과거의 공로만으로 차기 협회장 자리를 정당화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정기선 회장이 출마한다면 그의 경영 능력뿐 아니라 현대가가 한국 축구 행정에서 행사해온 장기 영향력에 대한 평가까지 함께 받아야 한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