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끊기자 멈췄던 ‘임산부 친환경농산물’…이영숙 “서울시 자체 지속성 확보해야”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9-03 16:12:32 댓글 0
환경전문가 “임산부 지원 넘어 친환경농업 판로·환경가치까지 고려해야”
서울시가 추진하는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사업’을 놓고 국비 확보 여부에 따라 사업이 중단되거나 예산 편성이 늦어지는 불안정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임산부 건강 지원이라는 복지적 측면뿐 아니라 친환경농산물의 안정적인 소비 기반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지원한다는 환경적 측면에서도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이영숙 시의원(사진)은 지난 2일 열린 제339회 임시회 기획경제위원회 민생노동국 질의에서 박경환 서울시 민생노동국장을 상대로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사업’의 불안정한 예산 편성 문제를 지적하고 수혜 대상 확대를 촉구했다.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사업은 서울에 거주하는 임산부에게 1인당 연간 24만원 상당의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국비와 시비, 구비를 함께 투입하며 수혜자가 비용의 20%를 부담하는 방식이다.
▲서울시 추진실적(시범사업)


문제는 사업의 지속성이다.

올해 2월 국고보조사업 추진에 따라 국비가 확정됐지만 서울시는 4월 추가경정예산에 필요한 시비 매칭 예산을 반영하지 못했다. 이후 8월 추경에 이르러서야 8억4100만원을 편성했다.

국비가 확보됐음에도 서울시의 대응이 늦어지면서 자칫 사업 시행 자체가 차질을 빚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 시의원은 “국비가 확정됐음에도 4월 추경에서 예산이 반영되지 않고 8월 추경에야 제출된 것은 전반적인 예산 관리의 안정성에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며 “시민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 있는 불안정한 예산 편성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사업은 과거 시범사업 당시 임산부 만족도가 94.4점에 달할 정도로 정책 수요가 높았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2023년 국비 지원이 중단되면서 서울시 사업도 중단됐다. 당시 경기·충남·전남·부산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사업으로 지원을 이어간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대목은 서울시가 국비 지원 여부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 아니냐는 문제로 연결된다.

국비 매칭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정책 효과와 시민 수요가 충분히 확인됐다면 중앙정부 지원이 중단됐다는 이유만으로 사업까지 중단하기보다 자체 재원을 활용한 지속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수혜 인원 역시 논란거리다.

현재 서울시가 설정한 사업 대상자는 약 2만8000명이다. 반면 이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 임산부 교통비 지원 사업’은 연평균 약 5만명이 지원을 받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지원 대상이 실제 서울지역 임산부 규모에 비해 충분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의원은 “국비 매칭 수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지원이 필요한 더 많은 임산부가 과도한 경쟁 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사업 대상 인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사업의 지속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친환경농산물 정책은 단순히 소비자에게 농산물을 제공하는 복지사업에 그치지 않는다. 친환경농업을 유지하려면 생산농가가 지속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안정적인 소비처와 판로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 환경정책 전문가는 “친환경농업은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농업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토양과 수질 관리 등 환경적 가치와도 연결돼 있다”며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사업을 단순한 출산지원 정책이 아니라 친환경농업의 안정적인 소비 기반을 만드는 정책으로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수요와 효과가 확인된 사업이 국비 지원 여부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면 임산부뿐 아니라 공급을 준비하는 생산농가 역시 안정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며 “중앙정부 예산에만 의존하기보다 서울시가 사업 효과와 재정 부담을 분석해 적정한 자체 지원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경환 서울시 민생노동국장도 예산 집행의 안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국장은 “국비 매칭 예산의 사업 집행 안정성 부분에 대한 지적에 공감한다”며 “향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시비 매칭분이 차질 없이 제때 반영될 수 있도록 챙기고, 임산부 수요를 면밀히 검토해 더 많은 임산부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저출생 대응 정책은 일회성 지원보다 시민이 예측할 수 있는 지속성이 중요하다. 친환경농산물 지원 역시 국비가 있을 때 시행하고 없으면 중단하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정책 신뢰도와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사업은 임산부 건강 지원과 친환경농산물 소비 촉진이라는 두 가지 정책 효과를 함께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현금성 복지와는 성격이 다르다.

서울시가 앞으로 따져봐야 할 부분도 명확하다. 실제 임산부 수요에 맞춰 지원 대상을 어느 수준까지 확대할 것인지, 이에 필요한 재정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인지, 친환경농가의 안정적인 판로와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는 데 있지 않다. 시민 만족도가 높은 정책을 국비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느냐가 서울시의 정책 역량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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