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고가 발생한 공사 현장들이 사고 이전 안전지수 평가에서 80점대의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평가 점수와 실제 현장의 위험 수준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서울특별시의회 김회근 의원(사진)은 지난 2일 열린 제339회 임시회 도시기반시설본부 도시철도국 업무보고에서 서울시가 202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안전지수제의 실효성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서울시는 건설공사 현장의 안전관리 수준을 점검하고 현장 관계자의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해 안전지수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안전관리의 목적이 높은 점수를 받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고를 예방하는 데 있는 만큼, 평가 결과와 사고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사고 사례를 보면 이 같은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김 의원에 따르면 동북선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해당 현장의 안전지수는 85점이었다. 지난 5월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당시 안전지수 역시 89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지수만 놓고 보면 두 현장 모두 상당한 수준의 안전관리 평가를 받은 셈이지만 결과적으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김 의원은 “안전지수가 높아도 실제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다면 제도의 의미가 없다”며 점수 관리에 머무르지 말고 안전지수제가 시행된 이후 실제 사고와 위험요인이 얼마나 감소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지적에서 더 주목할 부분은 ‘사고 이전의 예방’뿐 아니라 ‘이상징후 발견 이후의 대응’이다.
김 의원은 사고 당시 현장에서 심각한 이상징후를 발견했음에도 약 12시간 동안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후 충분한 안전조치가 확보되지 않은 고위험 상황에서 인력이 직접 현장에 들어가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사고 위험을 평가하는 제도가 존재했지만 정작 현장에서 위험신호가 발생했을 때 어떤 기준으로 작업을 중단하고, 인력을 통제하며, 전문가를 투입하고, 관계기관에 보고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사고 발생 이후에도 유사 사고에 대비한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건설현장의 안전관리는 사고가 발생한 뒤 원인을 조사하는 것보다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작은 이상징후를 얼마나 빠르게 포착하고 작업 중지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전전문가들도 안전평가가 ‘평균 점수 관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 건설안전 전문가는 “건설현장은 여러 평가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더라도 구조물 변형이나 지반 이상, 균열, 붕괴 가능성 등 중대 위험요인 하나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종합점수가 높다는 이유로 현장을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지수의 목적은 80점이나 90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고 가능성이 높은 위험요인을 사전에 찾아 제거하는 데 있어야 한다”며 “중대한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점수와 관계없이 즉시 작업을 중지하고 현장을 통제한 뒤 구조·지반 등 분야별 전문가가 위험성을 판단하도록 하는 단계별 대응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고 이후에는 평가체계 자체를 역추적하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고가 발생한 현장이 과거 안전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면 당시 평가에서 위험요인을 왜 발견하지 못했는지, 위험신호가 평가항목에 포함돼 있었는지, 현장점검이 서류와 형식적인 확인에 치우치지는 않았는지 등을 다시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시의원은 “더 큰 문제는 사고를 겪은 이후에도 유사 사고에 대비한 대응 매뉴얼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시민과 작업자의 안전에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실효성 있는 대응 매뉴얼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 안전지수제가 의미를 가지려면 평가점수가 실제 사고 감소로 이어졌다는 결과가 뒷받침돼야 한다.
안전지수가 높은 현장에서 대형사고가 반복된다면 평가항목과 배점 방식, 현장점검 방법은 물론 사고 발생 이후 대응체계까지 전면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특히 앞으로는 현장별 안전지수 자체보다 안전지수제 도입 전후 사고·부상·작업중지 건수와 중대 위험요인 적발 및 개선 실적 등을 함께 공개해 제도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건설현장에서 안전은 점수가 아니라 결과로 증명돼야 한다. 85점과 89점이라는 높은 평가에도 사고를 막지 못했다면 서울시가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몇 점을 받았느냐’가 아니라 ‘왜 위험을 발견하고도 사고를 막지 못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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